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2단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공공부문 정규직화는커녕 비정규직 사용을 계속하겠다는 정책일 뿐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1만 5천여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소위 ‘2단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고용 관행이 정착”되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은 소수 노동자들만 선별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다수의 노동자들은 기간제로 남겨 두거나 간접고용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3년간 7만 4천여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고 생색은 내지만, 여전히 기간제 노동자 18만여 명이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 기준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접고용 규모는 2006년 6만 4천여 명에서 2014년 11만 4천여 명으로 갑절로 늘었다.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기간제법에 따른 것이고, 노무현 정부부터 추진돼 온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조차도 잘하지 않았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이전 정부보다 좀 더 많은 노동자들을 전환한 것은 사실이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사용이 확대되면서 정부도 비정규직 인력을 더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과 투쟁이 확대됐다. 학교비정규직 등을 포함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10만여 명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투쟁하면서 무기계약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싸웠기 때문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년 이상 상시·지속 업무에서 일한 기간제 노동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정부 방침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고용안정을 따냈다.

2단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도 1단계 대책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첫째,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 자체가 매우 협소하다. 이것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지만 2차 대책에는 오히려 전환율이 떨어졌다. 정부가 추가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1만 5천 명은 공공부문 전체 기간제 노동자의 7.6퍼센트에 불과하다.

정부는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배제돼 있는 기간제 노동자가 18만 명이나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다. 정부는 거의 20가지나 되는 적용 예외 사유를 들어 무기계약직 전환을 제한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하는 기간제교사, 스포츠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등처럼 수년째 일하지만 적용 예외 대상으로 분류되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상시·지속업무로 마땅히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2차 대책에서 새롭게 나온 것이 목표관리제다. 이것은 기간제 노동자의 규모를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것인데 지난해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예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목표관리제는 더 꾀죄죄하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원의 5퍼센트, 지방공기업 정원의 8퍼센트 이내로 기간제 사용을 제한하겠다면서도 상시·지속 업무로 이를 한정했다.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 확대 없이는 만연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남용을 줄일 수 없다.

둘째, 고용안정성 면에서 무기계약직이 기간제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진정한 정규직화와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별도의 무기계약직 관리규정을 둬서 “근무성적이 불량하거나 사업 예산이 축소되는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규직과는 차별을 둔다. 이 때문에 무기계약직 노동자들도 고용 불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처우에서의 차별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무기계약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60퍼센트에 불과하고 다른 비정규직과 거의 차이가 없다. 수당도, 승진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2차 대책에서 “무기계약직의 보수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무기계약직의 직무특성 반영”, “업무난이도 반영” 운운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직무급제를 확대해 무기계약직의 차별적 처우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간접고용

셋째, 간접고용 대책은 전무하다.

그간 정부는 “간접고용 노동자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켜라”는 국가인권위 권고도 거부해 왔다.

용역·파견은 계속 증가해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의 3분의 1인 11만 4천여 명에 이른다. 민간위탁은 “비정규직이 아니다”라며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대책에 간접고용 일자리의 직접 고용 전환 대책은 일절 언급이 없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방안으로 ‘용역 계약 장기화’ 모델 발굴을 제시하는 것을 보면 간접고용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심산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커녕 오히려 임금도 공격하고 있다. 공공부문 용역노동자들의 임금 기준인 시중노임단가를 직종별로 차등 책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시중노임단가는 공공부문의 최저임금의 성격을 갖고, 노동자들은 정부에게 이를 적용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직종별로 이를 세분화해 실제로는 시중노임단가를 낮추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심지어 무기계약직 전환 범위 확대 없이 목표관리제로 상시·업무의 비율을 제한하면 상시·지속 업무는 간접고용 같은 더 열악한 일자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합리적 사유 없이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위탁·용역 등으로 전환 금지”하겠다고 언급은 했지만 “합리적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 내용이 없어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무기계약직 전환과 목표관리제를 통해 비정규직을 줄이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계속해서 비정규직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정규직 정원과 인건비 증액을 막는 총정원제와 총액인건비제를 유지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이루는 것이 매우 어렵다.

비정규직을 확대할 기간제법·파견법 개악을 계속 추진하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답게,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생색내기도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