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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차별·통제 더욱 강화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악 중단하라

박근혜 정부는 이번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내친 김에 출입국관리법 개악안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개악안이 2월 16일에 법제사법소위를 통과했고, 이번 국회에서 졸속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법제사법소위는 애초 정부가 발의한 안 중에 출입국 단속반이 영장도 없이 마구잡이로 공장 등에 난입해 이주노동자를 단속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은 삭제됐다. 헌법도 노골적으로 위배하며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조항은 빠졌지만, 나머지 개악 내용은 대부분 정부의 원안대로 통과됐다.

무엇보다 이번 개악안에는 이주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며 입국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대표적으로 “테러범을 원천 차단”하겠다며 탑승자 사전 확인제를 법제화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는 외국인들이 한국행 배나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는지 심사해서 탑승을 막아 아예 한국에 올 수 없게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은 지금도 입국 금지 조항이 모호하게 표현돼 있어 문제가 돼 왔다. 출입국관리법에는 “공공의 안전”이나 “선량한 풍속”을 해칠 염려가 있는 사람을 입국 금지하게 돼 있다. 그러다 보니 매우 자의적인 기준으로 입국을 불허하는 일이 벌어져 왔다.

예를 들어 2010년 G20을 앞두고 정부는 출입국 단속을 강화하며 국제농민단체인 비아캄페시나 대표와 네팔노총 사무총장 등을 ‘테러 혐의 외국인’으로 규정해 입국을 금지시켰다. 2012년에는 그린피스 소속 환경운동가들도 ‘국익을 해치는 사람’이라며 입국이 금지됐다. 이주노조 미셸 전 위원장 등 이주노조 활동가들도 여러 차례 입국이 불허된 바 있다.

탑승자 사전 확인제는 정부의 입맛에 맞게 선별해 입국을 막는 출입국관리법의 문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한국 땅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입국이 금지되면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15년 2월 16일 ~ 12월 31일 5개국 8개 공항에서 탑승자 사전 확인제를 시범운영해서 2백99명을 차단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사례 중에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다가 추방됐던 이주노동자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위험한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정부는 불합리한 제도를 강요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해 왔는데, 출입국 규제 강화는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추방과 탄압을 강화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승무원이나 관광객을 위장해서 ‘불법 체류’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불법 체류’를 ”예비하거나 음모”한 사람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보면 매우 자의적인 기준으로 이주민들에게 탄압이 가해질 우려가 크다.

통제 강화

이번 개악안에는 이미 체류하고 있는 이주민들을 강제 추방할 수 있는 요건들을 확대했고, 관련 처벌 규정도 강화했다.

개악안에는 각종 체류 허가를 신청할 때 허위 서류를 제출한 외국인을 강제 추방 대상에 포함시키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기존 형법에 문서위조 관련 조항들이 있는데도 외국인들에게 별도의 과도한 처벌 규정을 두는 것은 명백한 인종 차별적 행태이다. 특히 관련 조항의 처벌 대상 규정도 “거짓 사실”, “부정한 방법” 등으로 모호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악안은 외국인 등록증을 불법적으로 이용한 사람만이 아니라 등록증을 대여해 준 사람도 강제 추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 외국인 등록증 등 신분증을 강제로 사업주에게 압류당한 노동자들이 피해를 당할 위험이 생긴다.

이주민들에게 강제 추방은 “사회적 사형 선고”와 같을 정도로 강도 높은 처벌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입국 금지 기준은 모두 강제 출국 기준이기도 한데, 지금도 한국의 이주민 강제 추방 기준은 너무 광범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커 문제가 돼 왔다. 해마다 2만 명이 강제 추방되고 있고,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경우는 단속 과정에서 죽거나 다치는 등 빈번히 인권 침해를 겪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 추방 규정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이주민들을 더욱 위축시키는 효과를 내서 부당한 조건을 감내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키울 수 있다.

여기에 법무부가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관련 기관에 요청해 개인 정보를 광범하게 수집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무부가 각종 심사를 위해 관계 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정보로는 범죄 경력, 주민등록 정보뿐 아니라, 가족 관계, 외국인의 자동차 등록 정보 등도 포함됐다. 이는 당사자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 기관들이 민감한 개인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것으로, 이번 출입국관리법 개악안이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의 인권도 침해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마디로 이번 개악안은 인권을 억압하며 이주민 차별과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정부는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테러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의 제국주의 전쟁이낳은 결과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통해 테러를 막을 수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테러를 막으려면 이주민들을 속죄양 삼는 것이 아니라 중동 전쟁에 파병하고 지원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필요 때문에 이주민들을 더 받아들이면서도 차별과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돈이 많거나 고급 기술을 가진 전문직은 영주권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반면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등 고약한 제도에 순응하라고 부당하게 강요받는다. 이런 정부의 이주민 차별은 한국에서도 인종 차별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출입국관리법 개악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