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를 다룬 최초의 극영화 〈귀향〉이 개봉 5일 만에 관객 수 1백만 명을 넘겼다. 영화를 완성하고도 극장을 잡지 못해 고생하다가 기만적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분노 여론에 힘입어 겨우 개봉할 수 있었다고 하니 이 같은 흥행이 더욱 뜻 깊다.

〈귀향〉은 ‘위안부’들이 끌려가 고초를 겪는 1943년과 돌아오지 못한 ‘위안부’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감독 조정래) 하고자 굿을 벌이는 1991년을 교차시키며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1991년은 김학순 할머니가 용기 있게 ‘위안부’ 문제를 증언한 해이며, 그 증언의 일부가 영화 첫 장면에 나온다.)

〈귀향〉의 가장 힘 있는 대목은, 일본군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폭력이 사람들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실제 ‘위안부’였던 강일출 할머니의 증언에 기초해 담아낸 장면들이다. 영화 속에서 일본군은 여성들을 강제로 차출해 가정을 파탄 내고, 초경도 치르지 않은 어린 여성을 강간하고, 강제 징용된 오빠를 여동생이 보는 앞에서 때려 죽이고, 병에 걸린 여성들을 구덩이에 몰아 넣고 사살한 후 태워 버린다. 참혹한 폭력에 희생된 여성들은 자기 이름을 잊고, 제정신을 잃고, 목숨을 빼앗긴다.

영화가 ‘위안소’의 각 방을 부감[높은 위치에서 내려다 보며 촬영하는 영화 기법]으로 보여 줄 때만 화면 비율이 바뀌는데, 방 안에서 여성들에게 자행되는 끔찍한 폭력과 방문 앞에서 줄 서서 희희낙락하는 일본군의 모습이 한 화면에서 대비되며 강렬한 충격을 준다. 영화에서 묘사된 폭력 자체는 ‘15세 관람가’ 수준으로 걸러져 실제 역사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화면 한 꺼풀 아래 흐르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귀향〉이 폭력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기만 했다면 이토록 심금을 울리지는 않았을 수 있다. 영화는 ‘위안부’를 기억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영화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단지 ‘피해자’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 할머니가 된 그들이 스스로 나서는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 낸다. (그 자신도 성폭행 피해자였던 무당이 주재하는) 영화 후반부의 굿 장면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리고 이 영화를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진하게 반영돼 있다.

영화는 현실 그 자체를 지렛대 삼아 여러 논쟁적인 문제들에 대한 입장을 담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위안부’ 여성들 중에는 강제로 끌려온 사람도 있고, “신발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 오게 된 사람도 있고, 평양 권번(직업적 ‘기생’들의 조합) 출신으로 ‘위안부’ 일의 성격을 알고 온 사람도 있고, 중국인 여성도 있다. 〈귀향〉은 이렇게 저마다 다른 계기로 ‘위안소’에 끌려온 여성들 사이에 연대감과 우정이 싹트는 모습도 짧지만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초점은 “순결한 소녀”든 아니든 ‘위안부’는 모두 체계적으로 조직된 폭력의 희생자라는 데에 맞춰져 있다.

영화는 ‘일본군은 “관여”만 했을 뿐 군위안소의 주된 운영 주체는 민간업자들’이었다는 일각의 주장도 논파한다. 영화에서 ‘위안부’들의 관리자는 형식적으로는 조선인 업자이지만, 실제로 ‘위안소’를 운영하고 통제하는 권한은 분명히 일본군에 있었음을 몇몇 장면으로 지적한다(일례로 ‘위안부’들의 건강 상태를 검진하고, 병에 걸린 사람을 골라내 죽음으로 내모는 책임자는 일본군 군의관이다).

좀 더 치밀한 고민과 섬세한 연출이 필요했을 성싶은 데가 없지는 않다. 예컨대 ‘구원자’로 등장하는 항일 독립군은 전체 서사에서 벗어나 있어 어색하다. 그러나 그런 장면들도 분명한 의도 하에 배치된 것이다.

감독 조정래는 2002년 ‘나눔의 집’(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에서 강일출 할머니의 증언을 접한 이래 14년에 걸쳐 이 영화를 만들었다. 7만 명이 넘는 이례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소액 후원으로 제작비를 모았지만, 극도로 열악한 제작 환경 때문에 촬영 중단과 재개를 거듭했다고 한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 개봉한 〈귀향〉은 충격을 남용하지 않으며 참상을 고발하고, 치유와 해결을 염원한다. “〈귀향〉이 한 번 상영되면 한 분의 영혼이 집으로 돌아온다고 믿어요. 앞으로 그 [희생자] 분들이 다 돌아오시도록 전 세계를 돌며 상영할 겁니다.”(감독 조정래)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은 극장으로 달려 가시라. 〈귀향〉이 그런 독자들에게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그리고 (배우 손숙이 열연한 영화 속 ‘위안부’ 할머니처럼)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