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여성 고용률 상승을 주요 과제의 하나로 삼아 왔다.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돼 미래의 노동력이 부족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30~50대 여성 고용률이 주요 산업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이 계층을 최대한 노동시장으로 끌어내려 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경제가 악화할 전망 속에서 국가와 기업주의 부담은 최대한 늘리지 않고서 이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여성 고용의 질은 오히려 악화됐다. 무상보육 부담도 교육청과 지방정부에 떠넘겨 파산 일보 직전이고, 애먼 학부모와 보육교사만 고통을 떠안게 생겼다.

제대로 된 대책은 보육의 질이 좋을 뿐 아니라 보육료도 저렴한 국공립 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육비 지원조차 오히려 후퇴할 지경이다. 이러니, 지난해에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1.20명으로 ‘초저출산 국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처럼 출산율 증대 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자, 박근혜 정부는 ‘비취업맘’에게 전일 보육을 지원받을 권리를 빼앗았다. ‘3차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서는 뻔뻔하게도 “기혼가구의 양육부담 경감 중심”이 아니라 “만혼·비혼 추세 심화”를 해결하는 데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경력 단절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15~54세의 기혼여성 중 결혼·출산·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 단절 상태인 사람의 비율은 22.4퍼센트였고, 취업중인 기혼여성 중 과거 경력 단절 경험이 있는 비율도 40퍼센트나 됐다(2014년).

경력 단절 기간이 짧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경력 단절은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결혼 전에는 비정규직 비율에서 남녀 차이가 없지만, 결혼 후에는 그 격차가 커진다(기혼 남성 33.3: 기혼 여성 60.2). 또한, 경력 단절 경험이 있는 여성의 월평균 소득은 경력 단절 없는 여성보다 55만 원가량 적었다(2014년).

박근혜는 경력 단절을 줄이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육아휴직 신청을 거부하거나 퇴사를 압박하는 기업주를 강력히 처벌하지도 않는다. 정부는 남성 노동자가 육아휴직 사용 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해 최근 남성의 육아휴직 신청이 늘어났지만,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율은 여전히 5.6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OECD 회원국 중 최장의 살인적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은 채 공평한 육아 분담은 몹시 어렵다.

값싼 여성 노동력 양산 정책

대신,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해 저임금으로 일하면서 육아도 병행하라고 강요해 왔다. 정부의 집요한 시간제 확대 정책의 결과, 시간제 노동자는 2001년 87만 명에서 2015년 8월 2백23만 6천 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시간제 노동자 중 70퍼센트가 여성이다.

박근혜는 전일 노동자가 육아기에 일시적으로 시간제 전환을 ‘선택’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시간제 전환은 미미하고 신규 시간제 일자리만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학교 비정규직 등 공공부문에서 생기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들이 이런 식으로 늘어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는 불평등 심화에 기여했다. 또한 시간제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과 시간당 임금이 모두 전일제 노동자와 격차가 커져 왔다. 특히 시간당 임금의 격차가 더 커졌다. 박근혜 정부는 시간당 임금만큼은 차별받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비례 원칙’ 보장)고 했지만, 공문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노동자 연대〉 신문은 일찍이 이를 예상하면서, ‘차별 없는 시간제’를 요구하며 조건부로 수용하기보다 시간제 일자리 도입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김하영,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는 저질 일자리 확대책일 뿐이다’, 2013년 11월 9일 발행) 설사 ‘비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진다 할지라도 시간제 노동자는 줄어든 시간만큼 적은 임금을 받고, 근속에서도 곱절로 뒤쳐지기 때문에 저임금 신세를 피할 수 없다.

노동시장 내 성차별이 지속되면서 임금 격차는 16년 째 거의 변함이 없다. 여성의 월평균 임금(1백69만 원)은 남성(2백77만 원)의 6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유선).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이 대기업·정규직·고임금 노동자들의 ‘기득권’을 깎는 대신 청년·여성·미조직 노동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인 양 두 집단을 이간질해 왔다. 그러나 ‘노동개혁’에 기간제 사용 기한 연장과 파견제 확대가 포함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박근혜는 좀 더 조건이 나쁜 노동자의 조건을 개선하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런 비정규직 확대책은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특히 민감한 문제다. 얼마 전 발표된 ‘2차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그것도 온갖 조건을 들어 소규모만 전환할 예정이다.

얼마 전 여성단체들이 노동개악 법안들과 저성과자 일반해고 지침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단지 비정규직 관련 법률만 여성 노동자에게 해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여성 노동자들 중에는 생리휴가·육아휴직을 사용하거나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제기할 때 눈엣가시로 찍혀 승진 누락과 해고 위험에 놓인 사례가 여럿 있다. ‘쉬운 해고’가 도입되면 이런 사례가 더 확대될 수 있다.

노동개악 양대 지침 분쇄, 무상보육 국가 책임 강화, 임금 격차 해소와 최저임금 인상, 시간제 일자리 반대, 직장 내 성희롱 반대 등을 내걸고 여성 노동자 처지 개선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잠재력

경제 위기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에게 이중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잠재력은 여전하다. 2015년 11월 현재, 한국의 여성 임금노동자는 8백62만 명이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44퍼센트가량을 차지하는 것이다.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여전히 높지만, 2000년대 초반에 비하면 감소 추세다. 여성 노동자 45퍼센트가량은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모두 잠시 동안 일하다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계약을 갱신하면서 여러 해 동안 일한다. 기간제·파견·용역 노동자의 60퍼센트 이상이 상용직이다. 기업주의 입장에서도 숙련도가 쌓이기도 전에 노동자들을 계속 교체하는 것은 손해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을 늘리는 이유 하나도 규모가 커진 비정규직 인력을 더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성 노동자들은 조건 개선을 위해 스스로 조직하고 투쟁할 잠재력이 있다. 교육·공공서비스·보건의료 등 중요한 공공부문 정규직 일자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비정규직의 경우, 정부 통계로도 전체 비정규직의 30퍼센트 이상이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존재한다. 이것은 정부와 대기업이 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결집시키고 있고, 이 때문에 비정규직의 대규모 조직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몇 해 동안 학교비정규직, 대형 마트, 대학 청소 등의 여성 노동자들이 이런 조건을 활용해 투쟁을 벌이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둬 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10만여 명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투쟁했고, 그중에서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년 이상 상시·지속 업무에서 일한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정부 방침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고용안정을 따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지난해 민주노총 하루 파업에 동참하는 투쟁을 벌였고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함부로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의식의 성장으로, 직장 내 성희롱에 맞서 노동조합과 함께 싸우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11년 현대차 사내하청 여성 노동자의 투쟁은 승리를 거뒀고, 최근에는 르노삼성자동차 여성 노동자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여성단체들이 지원하는 직장 내 성희롱 소송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누군가가 대신 해방시켜 줘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여성 노동자는 스스로 조건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남성 노동자와 함께 완전한 여성 해방을 이룰 열쇠를 쥐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강요하는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맞서 투쟁하면서 여성 노동자의 의식과 조직이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