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전교조 전국대의원대회가 열렸다. 2016년 사업 계획에 대해 6가지의 수정안이 제출돼 새벽 3시까지 치열하게 토론과 논쟁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지난 1월 21일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면서 전임자 복귀 거부 문제, 전교조 재합법화 경로 등에 대해 대의원들의 관심이 많았다.

현재 전교조 전임자 83명 중 39명이 복귀 거부를 결정했다. 해직을 각오하며 저항하겠다는 지도부의 의지다. 이러한 지도부의 저항 의지는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고무할 것이다. 그런데 일부 대의원들이 ‘중앙집행위원회(20명)만 미복귀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 수정안은 정부에 맞선 투쟁보다 주되게 해고자를 최소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대량 해고가 조직 운영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조합 기구 보존을 염두에 둔 실용주의적 태도다. 그러나 전교조가 스스로 저항을 조직할 때 법외노조와 재합법화가 주요한 정치 의제로 될 수 있다. 이 수정안은 다수 대의원들이 반대해 부결됐다(2백36명 중 98명 찬성).

재합법화 경로를 둘러싸고 교원노조법 개정이냐 폐지냐도 토론이 됐다. 지도부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확보, 정치활동 금지와 일체의 쟁의행위 금지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단결권만 조금 확대하는 전임 지도부의 개정안보다는 개정의 범위가 크게 확대된 안이었다. 이에 대해 신선식 대의원이 ‘교원노조법 폐기,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동기본권 쟁취’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교원노조법 개정이 한계도 있고 “특수고용 노동자, 공무원 노동자들과 연대해 민주노총 사업으로 힘을 받으려면 일반 노조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2백35명 중 94명이 찬성해 부결됐다.

성과급과 교원평가

교원평가와 성과급 폐지 투쟁은 법외노조 탄압 저지 투쟁과 함께 2016년 2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제출됐다. 정부는 지난해 교원평가와 성과급을 더 악화시켰다. 이 때문에 지도부도 “2016년 성과급과 교원평가 폐지 투쟁의 새로운 국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투쟁 방법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개인성과급은 학교별 균등분배로, 교원평가는 동료평가 거부로 제출됐다.

이에 대해 정원석 대의원이 성과급의 중앙 반납/전국적 균등분배, 교원평가 저지를 위한 전 조합원 총력 투쟁을 수정안으로 제출했다. “성과급 차등성이 확대되고, 전교조 1인 분회가 38.6퍼센트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별 균등분배에 내맡기는 것으로는 학교간·지역 간 불균등성을 해소할 수 없다. 성과급의 핵심이 차등성을 바탕으로 교사 간 경쟁과 분열을 부추기는 데 있는 만큼 중앙집중적 반납과 전국 균등분배가 우리의 전술이 돼야 한다.” 이 수정안은 부결됐다(2백35명 중 72명 찬성).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중앙 반납과 균등분배 전술을 제시하며, 전교조 대의원대회가 열리던 그 시간에 서울역에서 ‘성과급제 폐지, 퇴출제 저지’ 집회를 조직하고 있던 것에 비춰 보면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다.

교원평가에 대해, 조합원 개인의 의지에 맡기는 동료평가 거부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제출한 전 조합원 총력 투쟁 수정안은 통과됐다(2백34명 중 1백30명 찬성).

학교 비정규직 고용 안정 요구 수정안이 심의보류되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가장 유감스러운 점은 ‘학교 비정규직 고용 안정 요구안’이 심의 보류된 점이다.(2백19명 중 1백58명 찬성, 3분의 2 찬성 통과)

박근혜 정부가 교육 긴축 공격을 하고 있다. 무상보육 예산 전액 삭감,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학교 비정규직 고용 불안정 등. 그런데도 전교조 사업 계획에는 학교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에 대한 고민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나는 “교육재정을 이유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에 반대하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투쟁에 전교조가 적극 연대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박근혜 정부가 교육재정을 삭감하면서 40만 명이 넘는 학교 비정규의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때 정규직 노동조합인 전교조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투쟁에 무관심하다면 정부의 이간질에 빌미를 줄 수 있고 정부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도 약화될 것이다.

그런데 이 수정안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의 반론이 나왔다. “학교 안에는 다양한 직종의 학교 비정규직이 있다. 급식 노동자, 행정 실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요구는 지지한다. 그러나 강사, 영전강, 기간제 고용 문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임용고사 문제도 있고 교사들의 정서 부분도 있다. 현대자동차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와 다르다.”

노동계급의 단결이 아니라 직종에 따라 단결할지 말지를 선택하자는 편협한 관점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은 지지하고, 학교 비정규직 교원들의 고용 안정은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교조 내에는 이전부터 영전강의 고용 문제를 둘러싼 날카로운 논쟁이 있다. 그런데 나의 수정안에 영전강 고용 안정이라는 은폐된 목적이 있다는 오해도 있었다. 영전강 문제에 발목 잡혀 전교조가 40여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지지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교조 지도부는 한편에서는 영전강 제도의 폐지를 위해서는 영전강의 해고를 방어할 수 없다는 초등 교사들의 압력을 받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 수정안의 부결이 전교조의 사회운동적 위신을 실추시킬 것을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심의 보류안이 제출됐다. 전교조 안의 토론과 논의가 더 필요하니 결정하지 말고 심의를 보류하자는 것이다. 2013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정부의 규약시정명령을 거부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했을 때도, 심의보류안이 등장했다. 규약시정명령에 대해 가부 결정을 내리자 말자는 것이었다. 대의원대회가 껄끄러운 쟁점이라고 해서 논의·결정을 회피하면 문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심의 보류 결정이 전교조 조합원 다수의 의사라고 볼 수도 없다. 전교조의 총선 교육 정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70퍼센트 이상의 교사들이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동의했다. 초등 교사들도 60퍼센트 이상이 찬성했다.

비록 대의원대회는 결정을 못하고 나중으로 넘겨 버렸지만, 전교조 투사들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에 반대하며 그들의 고용 안정 투쟁에 대한 연대를 적극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