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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투쟁에 나선 가전·방송통신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

지난 몇 년간 간접고용 문제가 중요한 사회 이슈로 등장했다. 해당 부문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대학 청소 노동자, 케이블방송통신, 제조업 사내하청, 인천공항공사, 다산콜센터 등에서 인상적 투쟁이 벌어졌고, 사회적 관심과 지지를 많이 받았다.

노동자들이 탄압과 어려움 속에서도 용감하게 투쟁에 나서면서 은폐돼 있던 간접고용의 심각성이 널리 드러났다. 정부 통계로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87만 명이지만, 정부 통계에는 빠져 있는 3백 인 이상 대기업 사내하청 노동자가 92만 명에 이른다. 인천공항 같은 공공부문이나 삼성전자서비스처럼 사외 하청(외주업체)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다. 한국의 간접고용 규모는 사내하청까지 합치면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유선, 2015).

한국에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규모가 이렇게 큰 것은 대기업들이 적극 활용한 결과다. 대기업들은 고용 비용을 줄이고, 인력을 유연하게 운용하면서도 고용 책임은 회피할 수 있는 외주화를 확대해 왔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간접고용을 더 많이 활용하는데, 10대 재벌 대기업의 간접고용(사외 하청 제외) 노동자 규모는 40만 명에 이른다.

지난 몇 년간 바로 재벌 대기업 간접고용 부문에서 특히 인상적인 투쟁이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A/S 노동자들, LG·SK의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재벌 대기업이 노동자들을 얼마나 천대하는지를 폭로했다. 노동자들은 형편없는 임금, 성과주의에 입각한 임금체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하청 업체 교체 때마다 고용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동시에 재벌 대기업들이 간접고용을 늘린 것은 노동자들의 잠재력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대기업들이 외주화를 확대하면서 노동자들도 대규모로 집중됐다. 영세 업체가 흔히 그러는 것과 달리, 대기업들이 노동조합을 핑계로 폐업해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A/S나 설치, 고객 응대처럼 중요한 서비스들을 맡게 되면서 노동자들의 중요성도 커졌다. 원청 대기업은 노동자들을 훈련시키고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고, 그럴수록 노동자들의 눈에 ‘진짜 사장’이 누군지 점점 더 분명히 드러난다. 대기업은 지불 여력이 있어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성과를 얻을 여지가 더 크고, 사회적 관심도 많이 받는다. 바로 이런 점들을 활용해 노동자들은 지난 몇 년간 대규모로 조직을 건설하고, 성과를 냈던 것이다.

2014년 6월 한 자리에 모인 삼성전자서비스, LG·SK의 통신 비정규직, 티브로드·씨앤앰의 케이블방송 노동자들. ⓒ이윤선

재벌 대기업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서비스, LG·SK의 통신 비정규직, 티브로드·씨앤앰의 케이블 노동자들이 공동투쟁을 결의한 것은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희망연대노조 소속 5개 케이블방송통신 노조들이 곧 공동투쟁본부를 출범한다.

가전·방송통신의 A/S, 설치 등을 담당해 온 이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이 비슷하고 재벌 대기업에 간접고용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보장, 업체 교체 시 고용·단협 승계, 다단계 도급 철폐, 조합원 불이익 금지,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경제 위기가 계속되면서 최근 사측의 공격도 한층 심해졌다. 삼성전자서비스, LG유플러스, 티브로드에서는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활용해 성과주의 임금 체계를 더 강화하고, 노동자들을 저성과자로 찍어 해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현재 벌어지는 공격에 함께 대응하고, 5~6월에는 공동투쟁을 통해 간접고용 문제를 사회적으로 더 널리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시민·사회·노동단체들도 이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연대기구 출범 논의를 시작했다. “더 크게 뭉쳐서 더 힘차게 싸우겠다”며 공동투쟁을 결의한 간접고용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