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전 출교생들은 2005년 이건희 명예 철학 박사 학위 수여식에 대한 보복성 징계로 교수님들을 “감금”했다는 누명을 쓰고 2006년에 출교당했다. 이후 2년에 걸친 천막 농성과 소송으로 2008년 3월에 모든 징계가 무효화 돼 복학 후 졸업했다.

전 출교생들은 고려대 당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 패소, 2심 부분승소 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한 뒤,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지난 2월 22일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고려대 당국의 반교육적 징계를 편들어 준 부당한 결정이다.

이를 규탄하며 전 출교생들이 성명서를 보내 왔다. 아래 글은 성명서 전문이다.


손해배상 소송은 끝났지만 신자유주의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과 학생운동 탄압에 맞선 투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2월 22일 고려대 전 출교생들이 고려대 당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상고에 대해 별도의 심리를 거치지 않고 기각하는 것이다.

고려대 전 출교생들은 지난 2010년 9월 고려대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싸움을 시작했다. 1심 패소, 2심 부분 승소, 대법원 파기환송, 고등법원 패소, 대법원 재상고에 걸친 길고도 끈질긴 싸움이었다.

최근 대법원의 박정희의 긴급조치 정당화, 국정원 대선 개입을 주도한 원세훈 봐주기 등의 민주주의 역행 판결과 쌍용차 해고 무효 원심 파기, 통상임금 기업 봐주기 판결 등 친재벌 반노동 판결은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대법원이 고등법원의 출교생 부분 승소 판결을 파기환송한 지난해 3월에도, 대법원은 박정희의 긴급조치 9호로 인해 남산에 끌려가 20일간 갇혀있던 사건에 대해서도 원심을 뒤집고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의 기각 결정은 고려대 당국의 반교육적 징계를 편들어준 셈이다. 양심과 정의를 저버린 대법원의 기각 결정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고려대 당국은 2006년 4월 병설보건대 학생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시위를 빌미로 7명의 학생들을 출교−입학기록까지 말소하는 최고 수준 징계−시켰다. 출교 이후 2년에 걸친 천막 농성과 광범한 사회적 연대를 바탕으로 고려대 전 출교생들은 출교를 무효화하고 학교로 복학할 수 있었다. 법정에서도 밝혀졌듯, 고려대 당국의 출교 조치는 이건희 철학박사 학위수여 반대 시위를 비롯한 학생운동에 앞장섰던 학생들에 대한 보복 징계였다. 이러한 고려대 당국의 반교육적 태도는 사회적으로도 많은 지탄을 받았다.

출교 조치가 내려진 기간 동안 고려대 당국은 법원 판결로 인해 출교가 무효화되면 출교를 퇴학으로, 퇴학이 무효화되면 다시 무기정학으로 징계 수위를 낮춰가며 끊임없이 괴롭혀 왔다. “학생들의 미래를 어떤 식으로든지 가로막아 보겠다는 그런 몽니에 다름 아닌 것”이었다.

고려대 당국은 법원에서도 뻔뻔했다. 수 차례의 소송에서 징계가 번번이 무효화됐지만 출교의 발단이 된 시위에 대한 재조사도 없었고, 출교생들을 마녀사냥한 ‘감금일지’도 철회하지 않았다. 졸업한 학생들에 대한 무기정학처분도 ‘법대 교수들의 자문을 구했을 뿐’이라며 정당화했다. 징계 무효 후 손해배상을 걱정하고, 출교를 결정한 교수들의 위신은 걱정했지만 ‘교육적 판단’은 어디에도 없었다.

2010년 9월 고려대 전 출교생들에게 내려진 징계가 모두 무효화 된 후, 출교생 중 5인은 고려대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한 징계로 인한 지난 2년여의 시간에 대한 보상은 물론 반교육적 고려대의 행태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징계권을 휘두르며 학생운동을 탄압하고,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대학들에 경종을 울리고자 함이었다. 출교생들의 손해배상 투쟁에 대해 민교협 사무처장 김진석 교수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모순과 부조리함의 결과라는 것을 깨닫고, 이제 이 학생들은 싸움을 걸어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손해배상 투쟁의 의의에 공감했고 연대와 지지가 이어졌다. 출교가 있은지 10년이나 지났음에도 국회의원 10명을 포함해 민교협, 고려대 총학생회 등 30여 단체와 500명의 개인이 손해배상 판결을 촉구하는 연서명에 참여했다. 지난해 9월에는 부산대를 필두로 대학의 민주주의 회복과 시장주의적 대학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전국교수대회’에 참가한 379명의 교수들이 손해배상 판결을 촉구하는 연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런 연대는 당시 출교생들의 투쟁이 차별에 반대하기 위한 양심적 행동이었음을 방증하는 동시에,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광범한 저항과 반대의 목소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패소했지만, 그렇다고 고려대 전 출교생들의 손해배상 투쟁이 무의미했거나 출교를 철회하고 복학했던 승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을 기각한 대법원의 결정은 저항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흠집 내기 위함이었겠지만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고려대 당국 역시 이것을 부당 징계에 대한 면죄부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학생과 교수, 대학노동자들이 신자유주의 대학 구조조정으로 고통받고 있고 곳곳에서 이에 맞선 투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인하대에서는 문과대학의 일부 학과 폐지 등의 구조조정 시도를 학생들의 투쟁으로 막아내기도 했다.

손해배상 투쟁이 단순히 고려대 전 출교생들의 문제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던 것처럼, 고려대 전 출교생 5인은 앞으로 신자유주의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운동, 사회 정의를 위한 운동들에 지속적으로 연대할 것이다.

2016년 2월 29일

고려대 전 출교생들 (강영만, 김지윤, 서범진, 안형우, 주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