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산별노조 지회는 독자적인 결의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없다’는 1·2심 판결을 거부하고 이 사건을 다시 파기 환송했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가 제기한 이번 재판은, 2010년 사측이 민주노조 파괴 공격의 일환으로 노조에 개입해 조합원 총회에서 조직형태 변경을 결정한 것에 대한 법적 부당성 여부를 다투는 것이었다.

전원 합의체는 그간 노조에 손을 들어 준 하급심 판결을 뒤집어 파기 환송함으로써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다만 하급심 판결을 정반대로 결론 맺기에는 법리상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에, 노조법을 무시한 채 민법상 ‘비법인 사단’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다시 따져 보라고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은 사용자들이 개별 기업 차원에서 산별노조 산하 지회를 압박·탄압해 민주노조 탈퇴와 기업노조 전환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준 것이다. 이는 산별노조의 조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로 2010~12년 집중됐던 노조 파괴 공격에서 이 점이 잘 드러났다. 사용자들이나 기업노조 전환을 이끈 이들이 보기에 복수노조 설립은 조합원들을 새로 모으고 교섭권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곳에서는 기존 지회를 통째로 전환해 그 조합원들과 단체협약, 노조 재정 모두를 챙기려 했던 것이다. 이는 산별노조의 조직력에 더한층의 타격을 입혔다.

재계와 보수 언론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총회를 거쳐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은 당연한 “조합원의 권리”라고 치장했다.

그러나 이는 위선적인 논리다. 당시 노동자들은 사측의 직장폐쇄, 용역깡패 투입, 노조파괴 전문업체인 창조컨설팅의 개입 등 무자비한 폭력과 탄압에 놓여 있었고, 조직형태 변경 과정에도 사측이 지배·개입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별노조를 인정하는 속에서도 조합원들의 의사는 당연히 보장될 수 있다. 원하는 이들은 얼마든지 개별적으로 탈퇴해 따로 노조를 만들 수 있다.

판결 직후 일부 보수 언론은 아주 노골적으로 “산별노조는 아예 폐지”시켜야 한다거나 산별노조가 지향하는 “정치투쟁”, “연대투쟁”, “강성노조”가 문제라고 힐난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동운동이 곱씹어 봐야 할 점은, 우파들이 얘기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노동운동 내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산별노조가 지향하는 단결과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법리적 판단 여부에 앞서 중요한 점은 노동과 자본 간의 힘 관계 문제다. 몇 년 전 금속노조 일부 지회들이 사측의 막무가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밀렸던 것은 그동안 노조의 조직력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를 보여 줬다. 당시 공격을 경험했던 활동가들은 사측이 꺼내 든 칼에 노조가 “푹 들어가더라”며 그간의 활동을 뼈아프게 돌아봐야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활동가들은 기층에서 노동자들 스스로의 행동을 조직해 나가며 조직력·투쟁력을 키우기 위해 애써야 한다.

특히 산별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와 지지를 확고히 하려면, 작업장 담벼락을 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어 노동자들의 단결을 꾀하고 정치적 투쟁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2009년 쌍용차 파업과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점거파업이 금속노조의 연대 부족 속에서 고립되고 패배를 겪었을 때, 산별노조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던 것을 떠올려 보라.

산별노조의 연대 정신을 회복하고 하나의 노조로서 투쟁을 강화해 나가려면, 현실에서 가해지는 부문주의·경제주의적 압력을 뛰어넘어 일관되게 단결을 호소하고 투쟁을 건설할 활동가들의 구심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