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에는 청와대 경제수석 안종범이, 3일에는 보건복지부 차관 방문규가 기자회견을 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를 촉구했다. 둘 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 민영화와 관계가 없다’는 말만 지겹도록 반복했다. 3월 7일에는 박근혜도 서비스법 통과를 재차 강조했고 보건복지부는 반대 성명을 발표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의료단체연합’)의 단체 이름을 지목해 가며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3월 10일 국회가 끝나기 전에 이 법을 강행처리하려는 듯하다.

경제학자 출신의 청와대 관료와, 바로 얼마전까지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발령난 차관이 의료 문제에 이토록 기세등등하게 나서는 것은 오히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본질을 힐끗 보여 주는 듯하다. 이들은 정부 내에서도 공공서비스보다 산업 이윤, 복지 확대보다는 재정 절감을 더 중요하게 만드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니 말이다.

그러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법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다.

첫째, 지난해 3월 보건의료를 제외하고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 합의를 무효화했다. 스스로 보건의료 부문이 서비스법의 핵심임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애당초 여야 합의는 믿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서비스법은 농림어업과 제조업, 광공업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법이므로 보건의료 부문을 민영화⋅영리화 하면서도 보건의료가 아니라고 우길 수 있다. 예컨대 의료관광호텔은 관광업으로, 건강보조식품은 식품업으로, 각종 치료 행위는 미용이나 체육업, 마사지업 등으로 분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최근 더민주당 김용익 의원이 의료법 등 몇가지 법을 우선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켜 대체법안을 발의한 것은 불길하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이런 식으로 타협했으니 말이다. 거듭 확인됐듯이 더민주당이 일관되게 맞서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정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전국민 의료보험 의무 가입’, ‘영리병원 불허’ 이 세 조항을 ‘의료 공공성’으로 규정하고는 해당 법을 고치지 않으니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사실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이 말조차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을 승인했다. 위에서 말한 세 조항 중 두 개가 허물어졌고 ‘국민의 보험료 납부 의무’만 잘 지켜지고 있다. 게다가 이 세 조항 말고도 의료 공공성을 파괴하는 방법은 많다. 홍준표의 진주의료원 폐원, 건강보험 보장성 저하, 부대사업 등 병원들의 돈벌이 부추기기, 제약회사들의 무분별한 임상시험 등. 지난해 메르스 사태도 병원의 수익성 추구가 얼마나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잘 보여 줬다. 과밀한 응급실, 비정규직 고용과 책임 회피, 안전 규제 완화, 병원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 등.

정부는 2014년 이래 ‘영리자회사 허용’, ‘부대사업 확대’, ‘병원간 인수합병 허용’, ‘법인 약국 설립’, ‘신의료기술 규제 완화’ 등 대표적인 의료 민영화⋅영리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의료 민영화 아니다’ 하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극소수다. 2014년에 이런 조처들에 반대해 시작된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에 2백만 명이 참가했다. 세월호 책임을 유병언에게만 떠넘기려 그의 시신 발견 보도로 언론을 도배한 날에조차 의료 민영화는 주요 포탈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사실 박근혜는 이런 여론이 신경쓰여 연일 우격다짐으로 주입식 선전을 하려 하는 듯하다.

셋째, 지금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통과를 가장 강력히 지지하는 세력은 주요 병원 경영자들이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배너를 국회 앞에 내걸기도 했다. 의료 민영화⋅영리화가 아니라고 그토록 우기는 정부 마음은 생각도 안 하고 말이다. 이들은 2014년 이후 진행된 의료 민영화⋅영리화 조처들이 충분치 않다고 여긴다. 영리자회사가 허용되고 부대사업 범위가 크게 늘어났어도 각종 규제가 여전히 투자에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지금까지 승인을 얻은 영리자회사는 두 개 밖에 안 되는데 이들은 세제혜택도 없고 성실공익법인 자격 요건도 너무 까다로워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고 투덜대고 있다. 이는 의료 민영화 저지 운동의 성과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로서도 고쳐야 할 법과 제도가 너무 많다보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이후 유난히 서비스법 통과를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서비스법은 이런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위원회를 기재부 장관 휘하에 두도록 함으로써 일사천리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설사 시간이 좀 걸리고 법적 공방이 벌어지더라도 일반 법률의 상위법인 ‘기본법’의 성질상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의료⋅공공서비스 민영화 촉진법이다. 고장난 라디오를 끄고 서비스법 강행 통과 시도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