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읽기 전에 “성명 ― 정의당 비례후보 투표 결과: 아쉬운 노동운동 홀대”를 읽으시오.

노동운동 홀대로 드러난 정의당 비례대표 투표 결과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안보 전문가’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예비내각 국방부장관)이 1위를 차지해 당선 유력권인 비례 2번 후보가 됐다.

반면, 유일한 민주노총 지도자 출신 후보로 노동운동의 정치적·좌파적 대변을 우선과제로 내건 양경규 후보는 경쟁 명부의 맨 마지막인 10번이 됐다.

양경규 후보보다 앞선 일반명부 후보들이 더 좌파적인 가치를 대변하거나 (꼭 노동운동 출신자가 아니더라도) 특별히 노동운동의 중요성을 부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

김종대 후보의 “진짜 안보” 담론은 군 부패 문제를 건드린다는 점을 빼면, 군비 축소와 복지 증대를 추구해 온 진보의 가치와 상당히 어긋난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통일·안보 분야 각료를 지낸 인사들의 추천을 선거 홍보에 이용했다.

비례 4번인 윤소하 후보는 전남 목포를 중심으로 수십 년 동안 무상급식 실시 등 꾸준히 진보적 지역 운동을 해 왔다. 그러나 특별히 더 좌파적 가치나 노동자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의 상생 보장’ 같은 온건한 포퓰리즘(민중주의) 공약들을 내놓았다.

비례 6번이 된 조성주 후보는 그동안 아래로부터의 운동과 거리를 두는 주장을 대변하면서, 대놓고 진보 정치의 온건화를 재촉해 왔다. 그는 비정규직을 위해 정규직이 세금, 임금 등 노동조건에서 사측과 정부에 양보하라는 사회연대전략을 일관되게 지지한다.

이런 후보들이 노동운동의 정치적 대변을 강조한 양경규 후보에게 적게는 수백 표에서 많게는 2천7백여 표나 앞선 것이다. 이는 노동자 운동의 정치적 염원이 정의당 내에서 충분히 반영·대변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의당 미래정치센터가 당원 1천8백96명을 대상으로 한 ‘당원 정치의식 설문조사’를 보면, 정의당의 우선과제로 ‘노동자의 이해를 더 분명하게 대변해야 한다’고 답한 당원이 20.2퍼센트다(복수 응답). 이 비율은 전체 당원 3만여 명 중 조직노동자 1만여 명을 포함해 노동자 당원이 2만여 명인 당원 구성에 비하면 꽤 낮은 편이다.

정의당 내부에서도 당이 노동운동과 진보정치를 분리시키고, 운동과 투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전문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박성식, “당원의 집안 걱정, 정의당의 정치학”, 〈레디앙〉 2016년 3월 11일)

이런 현상은 정의당 주요 정치인들의 노선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핵심 지도자인 심상정 대표는 그동안 “헌법 내 진보”, “안보”, “사회적 합의”처럼 기성체제와의 타협을 중시하는 가치(부르주아적 명망)를 강조해 왔다. 아마도 핵심 리더의 이런 온건한 개혁주의 정치가 좌파적 노동운동 지도자보다 안보 전문가가 갑절이나 많은 지지를 받은 데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정의당이 크게 성장한 것은 노동자들의 저항 덕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노동자 투쟁이 박근혜의 공세를 막는 데에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그런 투쟁의 좌파적 스피커 구실을 하겠다는 후보가 당선 가능권에서 밀려난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정의당은 사회 변화의 진정한 동력인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을 홀대해선 안 된다. 그런 엘리트주의로는 선거적 성공은 일시 거둘 수 있어도 경제·안보 위기의 시대에 개혁을 쟁취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2016년 3월 16일

김문성(〈노동자 연대〉 신문 편집팀을 대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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