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줄기세포 정책:
환자 생명이 아니라 줄기세포 대기업만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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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다고는 하나 신체 일부분을 잃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질병관리본부에 등록된 장기이식 대기자만 2만 5천 명에 이른다
다만, 줄기세포 치료제는 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상용화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 예컨대 최근 일본에서 줄기세포
또다시 쌓이는 거품
황우석 사태를 통해 겪었듯이 ‘산업’적 전망을 앞세운 개발 시도는 오히려 제대로 된 줄기세포 연구와 치료제 개발을 저해할 수 있다. 2005년 황우석 사태에는 중증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기대보다 그것을 이용해 정치적·상업적 이익을 취하려 한 권력과 자본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황우석에게는 별다른 검증 없이 재정이 수백억 원 지원됐지만 황우석과 함께 사기극에 대한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다. 거품을 만드는 데 일조한 그 많은 지식인들도 별다른 반성 없이 딴청 하기 바빴다.
제대로 된 비판과 반성이 중요한 이유는 역사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뿌리를 뽑지 않으면 결국 줄기가 다시 자란다. 벤처 회사인 RNL바이오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관광’ 흐름에 편승해 한국인을 일본과 중국에 데려가 줄기세포 시술을 했다. 무분별한 줄기세포 치료를 금지한 국내법을 피하려 원정 시술을 한 것이다. 2009~2012년 말까지 일본·중국에서 2만여 명이 시술을 받았는데, 이 중 2명이 사망하고 나서야 그 실체가 겨우 드러났다. 이어 RNL바이오는 2011년에 부실 회계 무마를 위해 김종률 전 민주당 의원에게 5억 원을 건넸고, 성체줄기세포 치료를 합법화하는 내용이 담긴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당시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 비서관에게 로비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제2의 황우석 게이트라고 불릴 만한 이 사건은 언론에서 모습을 감췄고 상황은 거꾸로 치달았다. 당시 대통령 이명박이 직접 나섰다. “너무 보수적으로 하면 남들보다 앞서갈 수 없다”며 식약처
이명박 정부 하에서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3종이 허가를 받았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1종이 추가됐다. 전 세계에서 허가된 줄기세포 치료제 7종 가운데 4종이 한국에서 나왔다. 진정 의미 있는 성과라면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이 «네이처 메디신» 같은 유수의 과학잡지들을 통해 한국의 허술한 줄기세포 허가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베 정부가 쏜 위험한 화살
최근에는 한·일 간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경쟁이 불붙으며 한층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베 정권은 2013년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줄기세포 산업에 대한 규제를 전폭적으로 완화했다. 첫째, 후생노동성에 비교적 간단한 승인절차를 밟으면 병원 내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일본 전역에서 통용될 수 있는 정식 치료제 시판을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승인받은 지정 병원에서만 시술을 허용하는 것이다. 둘째, 일본 전역에 적용되는 정식 승인 절차로서, 약사법을 개정해 안전성을 확인한 경우라면 유효성
첫째 경우는 유럽에서도 병원 내 신속적용
이 제도가 적용된 뒤 10년이 지난 2014년 유럽연합
둘째 경우는 더 심각하다. 기업들이 신약을 개발할 때 전체 개발 비용의 절반 이상이 유효성 검증 단계부터 투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의 약이 개발에 실패하는 것도 바로 이 유효성 검증 단계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제 엄연히 유효성 평가를 하는 “시험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돈을 받기는커녕
이는 의학적으로 적절한 유효성 검증도 방해한다. 가장 확실한 유효성 평가는 이중맹검시험
일본은 병원 내 신속적용 승인절차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의 위험한 맞장구
박근혜 정부는 의료민영화 로드맵을 제시한 2014년 8월 6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부터 줄기세포에 대한 규제완화를 시작했다. 이어 2015년 11월 6일 대통령 주재 제4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어 “향후 병원 내 신속적용제도 도입을 포함한 ‘재생의료법’을 제정하여 관리체계를 정비해 나갈 계획”임을 발표했다. 2015년 12월 1일에는 새누리당 의원 안홍준이 병원 내 신속적용을 골자로 하는 ‘줄기세포치료제 활성화 간담회’를 열었고, 같은 시간 새누리당 의원 장정은이 안전성만 확보되면 일단 시판을 승인해 주는 ‘첨단재생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입법공청회’를 개최했다.
올해 2월 1일 ‘첨단재생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일본의 그것보다 심각하다. 안전성만 확보하면 시판승인을 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시판 이후 유효성에 관한 자료 수집, 평가 및 검토 의무조차 없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안전성 심의조차도 생략할 수 있다
이제 막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가속이 붙은 줄기세포 규제 완화 시도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줄기세포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려는 듯 “재생의료”라는 말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으로는 환자들의 생명이 아니라 줄기세포 자본들만 재생할 뿐이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나락으로 떨어졌던 RNL바이오마저 보란 듯이 네이처셀로 이름을 바꿔 재생을 노리고 있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라며 또다시 쌓이고 있는 이 거품 속에서 과연 포식자가 누구이고 먹잇감이 누구인지 이미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