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회복이 부진한 것은 2008년 경제 위기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이 옳음을 입증한다.


세계경제가 정체하는 것은 아닌가 또는 새로운 재앙의 문턱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 없이 굴러가던 적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기가 때로 힘들 때가 있다. 6년 전 나는 《소셜리스트 리뷰》에 ‘경제 위기는 과연 끝나가는가, 이제 시작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다행히도, 나는 조심스럽게 “이제 시작”이라고 주장하며, 무척이나 들뜨고 과장되게 회복 전망이 나오던 당시 경제 상황을 “부진, 취약성, 불확실성”이라는 세 단어로 묘사했다.

2008년 경제위기를 겪고도 이윤율이 떨어지는 자본이 충분히 파괴되거나 감가되지 못하고 부채도 충분히 감축되지 못해, 이윤율이 강하게 반등하지 못했다. 바로 이 때문에 당시의 경제 회복은 부진했다. 너무나 부풀어오른 금융 부문으로 인해 새로운 위기의 징조가 일반적이 됐으므로, 당시의 회복은 취약했다. 자본주의가 스스로 창출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 채 위기를 진정시키려고만 했던 국가 개입은 회복의 불확실성을 낳았다.

마이클 로버츠, 앤드류 클라이먼, 굴리엘모 카르케디, 고(故) 크리스 하먼 같은 여러 마르크스주의자들도 비슷한 전망을 제시했다. 물론 필자를 포함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전망이 언제나 정확히 들어맞은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을 익혔다고 해서 경제 전망을 속속들이 다 꿰뚫어 볼 수 있다면, 혁명적 좌파 조직들의 재정 상태가 지금보다 훨씬 낫지 않았을까. 그래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이 주류 경제학자들(과 우리의 주장을 거부한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보다 훨씬 더 옳았음은 증명돼 왔다.

회복 부진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 보자. 마이클 로버츠가 지적했듯이 미국 경제는 큰 병을 앓고 있는 환자 신세인 듯하다. 이 환자의 증세를 열거하면 이렇다. “제조업 산출 감소, 기업 활력 감소와 자본재 주문의 부진, 기업 이윤의 하락.” 유럽연합도 경제의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이려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수축되고 있다. 선진국 경제의 부진은 남반구 경제대국들, 특히 중국 경제의 힘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들 했다. 바클리스은행 은행장 존 맥팔레인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지난 수년간을 되돌아보면 세계는 이층으로, 즉 신흥시장과 부유한 산유국은 잘나가는 반면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식으로 돼 있음이 확인된다.”

그러나 실상 중국도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을뿐더러, 요즘 들어서는 되려 불안정의 진원지가 됐다. 경제 위기 이전 시기 중국 경제는 고강도 착취, 유례없이 많은 투자, 수출 지향적 생산에 의해 성장했다. [그런데 위기로] 수출시장이 마르기 시작하자, 중국 국가는 이에 대응해, 돈을 풀어 폭발적 수준의 투자를 유지시키고자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가 그 결과를 포착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해 중국은 ‘부채 주도 투자’를 크게 끌어올려 대외 수요의 부진을 상쇄하고자 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기저에서 성장은 둔화되고 있었다. 그 결과, ‘자본한계지수’(추가적 소득 창출을 위해 필요한 자본의 양)가 2000년대 초 이래 두 배가량이 돼 버렸다. … 새로 추가되는 이 투자의 상당 부분은 손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러한 투자와 연동된 부채의 건전성도 훼손될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였다면 이러한 상황을 ‘과잉 축적 위기’, 즉 총량이 제한된 이윤을 얻기 위한 경쟁 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투자가 이뤄진 것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과잉 축적

중국 경제의 둔화는 브라질처럼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경제의 호황에 발맞춰 자국 경제의 지향을 대(對)중국 원자재 공급처로 바꾼 다른 여러 나라 경제에 큰 압박을 가해 왔다.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결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셰일석유·셰일가스 업체들을 약화시키려고 석유를 싼 값에 판매하고 있다. 이 조처는 처음에는 에너지 수입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낳았지만, 요새는 러시아·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 같은 에너지 수출국의 경제에 타격을 입힘으로써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경제에 충격이 새로 가해질 때마다 그 충격은, 내가 둘째로 언급한 금융의 취약성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증폭된다. 지난 몇 달 동안 전 세계 증시가 급변동을 겪은 것을 보라. 특히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을 보라. 이는 기준금리가 마이너스가 된 반면, 대출해 준 돈을 상환받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은행들의 손해가 예상되면서 주가도 폭락한 것이다.] 마틴 울프가 지적한 대로, “은행들은 … 여전히 사슬의 약한 고리이며, 자신들이 취약할 뿐 아니라 은행과 연결된 다른 부문들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계속되는 경제 위기의 셋째 측면인 회복의 불확실성 문제가 있다. 2008년 위기 이후 국가가 경제를 지탱하려고 개입할 때 구제금융 투입 같은 직접적 개입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양적완화, 초저금리나 마이너스 금리 책정 등 중앙은행을 통한 금융적 조처도 활용됐다.

이 조처들이 목표한 바는 기업에 대한 대출을 보장해 생산을 촉진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윤율이 푹 꺼진 조건에서 그 목표는 실현되지 못했다. 풀린 돈은 오히려 은행에 쌓여 축장되거나 금융 투자로, 그중에서도 고수익-고위험 투자나 남반구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제 미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돈의 흐름은 역전됐다. 지난 수년 간 자본을 빨아들이던 중국에서조차도 요즘은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2015년 신흥시장에서 유출된 자금 7천3백50억 달러 중 5백90억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92퍼센트의] 돈이 전부 중국에서 유출된 것이다. 세계 경제가 2016년에 후퇴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더라도 그런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 다시 말해 자본주의가 이전의 위기로부터 채 회복되기도 전에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체제가 얼마나 썩어빠졌는지를 보여 준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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