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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미복귀 전임자들 해고를 중단하라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이후 교육부의 부당한 복귀명령을 거부한 전교조 전임자(35명) 중 한 명이 3월 8일 처음으로 해직됐다. 3월 14일에는 대전시교육청이 복귀를 거부한 전교조 대전지부장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이런 조처는 2월 26일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복귀를 거부한 전교조 전임자를 직권면직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전교조는 3월 14일 ‘본부 복귀 거부 전임자 삭발투쟁’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와 교육청은 부당해고의 칼날을 당장 거두라!’고 강력 항의했다. 전임자 복귀 거부는 정부 탄압에 맞서는 정당한 저항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부당해고의 칼날을 당장 거두라!" 3월 14일 전교조 기자회견. ⓒ이미진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사법부 판결의 부당함은 제쳐놓더라도, 전임자 복귀명령 등 후속조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헌재와 법원은 법외노조의 단체교섭이나 협약체결 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법외노조 통보를 이유로 행해지는 ‘전임자 복귀명령, 사무실 퇴거, 단체협약 해지’ 등의 후속조처는 모두 위법이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미복귀자 직권면직은 결국 법외노조화에 저항하면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막무가내

이런 막무가내식 탄압의 정치적 목적은 전교조의 손발을 묶어 투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가 전교조는 ‘일반 결사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법외노조의 헌법적 권리마저 부정하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러나 노동법 관련 가장 권위 있는 단체인 ‘노동법연구소 해밀’이나 ‘한국노동법학회’도 전교조가 “헌법상 단결체인 법외노조”의 지위를 가진다고 해석한 바 있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박근혜의 노동자 고통전가 프로젝트도 다급해졌다. 공공부문부터 노동 개악을 밀어붙여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같은 주요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의 저항 의지를 꺾을 필요가 있다. 최근 행자부가 광주시 공무원노조의 전국공무원노조 가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조 간부를 고발한 것도 정부가 추진 중인 성과급제 확대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가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정부의 집요한 탄압에도 전교조는 저항 의사를 재확인했다. 지난 2월 27일 대의원대회는 “전교조 지키기와 노동기본권 쟁취”, “교원평가와 성과급 폐지”를 위해 힘차게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3월 14일 기자회견에서 변성호 위원장은 “이번 삭발은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고난과 시련이 오더라도 온몸 바쳐 참교육 전교조를 사수하겠다는 각오”라며 “서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무릎은 꿇을 수 없다”고 단호한 결의를 밝혔다. 대의원대회의 결정과 지도부의 항전 의지 표명은 기층 조합원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 이로울 것이다.

박근혜는 전교조의 저항 의지를 꺾어 성과급·교원평가 악화, 교육 긴축,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신자유주의적 교육 개혁 등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이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가 탄압에 굴하지 않고 저항을 이어가는 것은 민주노조를 지키는 것은 물론 참교육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진보교육감들, 정부의 부당 명령 수용 안 된다

대다수 진보교육감들은 처음에는 교육부의 후속조처에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가 직무이행명령이나 직무유기 고발 등으로 압박하자 동요하거나 후퇴하고 있다. 노조 전임 휴직 신청자가 12명으로 가장 많은 서울교육청은 3월 14일 내부적으로 직권면직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다른 진보교육감들도 복귀 거부 전임자에 대한 직권면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북교육청만 직권면직이 법률상 가능한지를 자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임자는 ‘법률’이 아니라 ‘단체협약’, 즉 노사간 협약에 의해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외노조라고 해서 자동으로 전임 허가가 취소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인 교육감과 노동조합이 협약으로 결정할 문제다. 그런데도 진보교육감들이 전교조의 전임 휴직 신청을 거부하고 교육부의 직권면직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타협하는 것이다. “정권의 눈치나 보며 헌법 정신을 포기하고 노동조합의 권리 파괴에 동조한다면 어찌 ‘진보’ 교육감이라 할 수 있으랴?”(3월 14일 전교조 기자회견문) 사실 “징계는 교육감의 고유 권한”(김병우 충북교육감)이다.

고유 권한

어떤 이들은 ‘교육감이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전교조에 도움이 된다’거나 ‘교육감이 정부의 직무유기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전교조 활동 공간이 일정하게 확보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부가 진보교육감들의 진보적 교육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압박할 것임은 어느 정도 예상되던 바였다. 그래서 진보교육감들(13명)은 후보 시절인 2014년 5월 19일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잘못된 정부에 복종하는 교육감이 아니라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바로 이것이 진보교육감을 지지하는 노동자·서민의 가장 큰 바람일 것이다. 그런 바람을 외면하고 진보교육감이 거듭 후퇴한다면 과연 진보교육감이 왜 필요한지를 묻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경기, 인천, 충북 등 일부 교육감들은 단체협약 해지도 통보했다. 단협은 교사들의 노동조건, 학교 교육 여건, 민주적 학교운영, 학생인권 등 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단협 해지는 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는 조처이기도 하다. 전교조에 대한 공격은 참교육에 대한 공격과 연결돼 있다.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부의 압박에 동요하거나 후퇴한다면 보수가 득세할 것이고, 그리 되면 교육감들의 교육 개혁도 차질을 빚을 것이다. 진보교육감들은 교육부의 후속조처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