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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개악에 맞서 대규모 저항에 나선 프랑스 대학생들

10년 전인 2006년 3월, 프랑스 청년들은 당시 우파 정부가 추진한 노동악법 ‘최초고용법(CPE)’에 항의해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결국 승리했다. 최근 중도좌파인 사회당 정부가 또다시 노동법을 개악하려는 가운데 그에 맞선 거대한 대학생 시위가 분출했다. 운동을 조직하고 있는 프랑스 대학생 겔 브라이방이 현지 청년들의 불만과 운동 상황을 전한다.

프랑수아 올랑드의 사회당 정부는 과거 어떤 우파 정부보다도 신자유주의를 더 많이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정부의 노동법 개악안은 사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사용자들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전횡을 휘두를 권한을 주려 한다.

개악의 주요 골자는 크게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쉬운 해고다. 둘째, 시간외 근무 수당을 깎아서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셋째, [대체로 노동자에게 더 불리한 조건으로 체결되는] 작업장별 단체협약이 법률이나 산별 협약보다 우선하도록 규정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3월 9일 이에 분노한 수많은 청년들이 개악안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파리에서만 8만 명, 프랑스 전역에서 5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2012년 올랑드가 대통령으로 당선한 이래 벌어진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이처럼 노동법 개악 반대 운동이 대학가에서 먼저 시작된 것은 그만큼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미래의 노동자다.

프랑스에서는 전체 대학 졸업생 25퍼센트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가난한 지역이나 프랑스 국외령에서는 사정이 더 심해 50퍼센트가 일자리가 없다.

청년들은 정부의 이번 개악안이 핵심적으로 자신들을 겨냥한 것을 알고 있다. 노동법이 개악되면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고 평생 불안정 노동자로 살아야 할 것이다.

2개의 주요 전국적 학생회 연합의 지도부가 투쟁 지침을 내리지 않았는데도 학생들이 주도해서 시위가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각 대학에서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대표자를 뽑았고, 그들이 행진을 이끌었다.

각 대학에서 학생들은 수백 명이 참가하는 총회를 소집해 어떻게 투쟁할지를 결정했다.

3월 둘째 주까지 대학 50여 곳에서 총회가 열렸고, 그중 11곳에서는 총회 참석자가 3백 명이 넘었다. 이런 총회들을 통해 행동 위원회가 꾸려졌다. 행동지침 결정에 참여하길 원하는 학생은 누구나 행동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는 관료화된 학생회들이 아니라 기층 학생들이 나날의 운동에 관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이처럼 학생들이 스스로 조직하는 것은 운동의 폭을 넓히고 운동을 전진시키는 데서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현재 벌어지는 학생 운동을 이해하려면 프랑스가 제도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봐야 한다. 지난해 11월 파리 참사 이후,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민주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를 옥죄었다.

정부는 테러 용의자들의 프랑스 국적을 박탈하는 등 인종차별적 조처를 취했고, 이슬람 사원을 폭력적이고 공세적으로 수색하며 무슬림들을 모욕했다. 최근에 정부는 극우 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칼레의 “정글”[십수 년 된 난민촌]을 철거하기도 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다. 프랑스 서부 노트르담 데 랑드에 신공항을 건설하려는 계획에 맞서 수많은 청년들이 반대 운동에 참가한 것도 그런 정서를 표출한 것이었다. 신공항 건설 반대 시위에는 최근 4만 명이 결집했다. 신공항 건설을 처음 추진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전(前) 총리 장-마르크 에로는 현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맡고 있다.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다음 시위는 3월 17일로 예정돼 있다.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단지 개악안 저지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올랑드가 임명한 총리이자 현재 개악을 추진하고 있는 마누엘 발스의 퇴진을 바란다. 우리의 정치적 관점은 다음과 같다: “마누엘 발스 꺼져라”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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