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 논쟁:
〈노동자 연대〉의 ‘인간 본성’ 논의에 대한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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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노동자 연대〉 신문 독자인 권호창 씨가 〈노동자 연대〉에 실린 진화심리학 비판 기사에 비판적 견해를 밝히는 독자편지를 보내 왔다. 〈노동자 연대〉는 이 편지를 해당 기사의 필자에게 전달했는데, 최근 필자인 최규진 씨가 한선희 씨와 공동으로 독자의 견해에 답하는 글을 〈노동자 연대〉에 보내 왔다. 이에 권호창 씨의 글과 한선희·최규진 씨가 보내 온 글을 모두 게재한다. 권호창 씨가 또 의견을 보내 온다면 그 글도 실을 것이다. 아래는 권호창 씨의 글이다. 한선희·최규진 씨의 글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
많은 오해와 비판들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 진화심리학의 창시자는 데이비드 버스가 아니다. 굳이 ‘창시자’라는 부정확한 말을 붙이자면 레다 코스미디스와 존 투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글쓴이가 애써 성 문제와 관련된 조야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례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면, 예로 든 것보다 훨씬 흥미롭고 정교한, 그리고 여러 차례 검증까지 된 사례 (가설) 들도 많다. 이것들은 당연히 여러 인지심리학 개론서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시지각 체계의 수직면 민감도 편향, 남녀 배우자 선택 기준의 선호 차이, 사기꾼 탐지 적응, 부성 불확실성에 따른 친족 이타성의 변화, 근친상간 회피 적응, 인간이 혐오감을 느끼는 이유 등이다. - 진화심리학자들은 뇌에 구조화된 모듈이라는 장치가 있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보편적인 정신적·행동적 특징을 뒷받침하는 ‘진화된 심리적 메커니즘’
(EPM) 을 규명하고자 한다. 모듈은 물리적 (생물학적) 장치 (기관) 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 구조를 지칭하는 것이다. 뇌신경학적으로 말하자면 많은 유전자들의 관여로 형성되는 뇌 속의 수많은 뉴런들의 총체적 네트워크 (커넥톰) 의 특정 활동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 인간의 마음이 형성되었던 시기
(아마도 플라이스토세 환경, 진화심리학자 용어로는 ‘진화적 적응 환경’ (EEA) 을 말하는 것 같다) 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다. 이런 비판은 다른 많은 진화심리학 비판자들도 지적하고 있는 것이고, 진화심리학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진화심리학 쪽에서의 대답 중 하나는 ‘고인류학, 고고학, 민족지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수렵·채 집인에 대한 생활사적 특징들을 파악하는 데 크게 기여했고’, 이를 통해 일종의 ‘범용 환경 모델’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EEA에 대한 이 정도의 지식 수준으로도 EPM에 대한 가설을 수립할 수 있으며, 불가지론으로 진화심리학 방법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 현재 존재하는 다양한 수렵·채취 집단
(혹은 훨씬 더 다양한 문화권들) 사이에 공통적 특성 은 아주 많다. 대단히 많은 특성들이 거의 모든 문화들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이는 많은 학자 (신화학, 인류학, 고고학, 민족지학자 등) 들이 지적하는 바이기도 하다. 인류학자 도널드 브라운 (1991) 은 수많은 문화들을 일일이 조사하여 2백 가지 이상의 문화적 보편들을 보고하기도 하였다. 많은 오해와 달리 진화심리학자들은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유발된 문화와 전달된 문화를 구분하여 EPM과의 관계를 정교하게 분석한다. - 진화심리학을 지지할 만한 유전적인 실증적 증거
(근거) 가 없다는 비판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조야한 비판이다. 먼저 복잡한 EPM이 존재하려면 게놈 수가 더 많아야 한다는 전제는 틀렸다. 최근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붉은 털 원숭이와 인간은 93퍼센트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7퍼센트의 차이가 원숭이와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글쓴이는 인간과 생쥐의 복잡 성의 차이는 게놈 수에서 기인하지 않는다는 자기모순적인 예를 들고 있다.) DNA 중심의 유전자 연구는 진화를 설명하는 데 아직 한계가 많다. 때문에 인간의 생득적으로 갖고 있는 수많은 인지 기능들 (감각 정보의 해석, 조건 반사, 주의 집중, 범주 인식, 인과 관계 추론 등 인지과학이 밝혀낸 광범위한 특성들의 목록) 에 대한 ‘유전적 증거’ 역시도 없다. 또한 이런 비판은 더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데 환원주의적으로 인간을 연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유전자에 대해서 아주 세밀한 수준으로 파악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대해서 ‘증명’되는 것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 위의 비판은 진화심리학이 검증이나 반증이 불가능한 ‘그렇고 그런 이야기’
(just-so story) 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은 다른 정상 과학 (normal science) 과 마찬가지로 ‘대상을 설명하기 위해 가설을 설정하고, 이 가설로부터 도출된 예측을 데이터를 수집해 검증’한다. 이 검증에는 심리학의 모든 표준적인 연구방법론 (실내 실험, 관찰 기법, 설문 조사, 생리적 기법, 뇌 영상 기법, 문헌 연구 등) 이 사용된다. 예측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으면 당연히 이 가설은 기각된다.
인간 본성 문제에서 재고해 봐야 할 점들
앞서 살펴본 글을 포함하여 인간 본성을 다루는
첫째, 여러 글들에서 인간 본성이라는 용어
학문 분야마다 차이는 있지만, 인간 본성은 자연 상태의 대부분의 인간이 내재적
먼저, 인간을 정점으로 한 진화의 위계적 구조를 설정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또한
당연히
둘째, 여러 글들에서 인간 본성을 ‘노동’이라고 규정한다.
일단 ‘노동’이라는 말의 일상적 용법을 생각해 봤을 때, 그리고 인간 본성 논의에서 통용되는 용어들을 생각해 봤을 때, ‘인간의 본성은 노동이다’라는 진술은 토론에 별로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다. 마르크스주의의 노동 개념으로 부연해 보아도 상황은 크게 호전되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에서 노동 개념은 자연
일단 논리적 허점이 생긴다. 마르크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사회를 이루려 하고, 계획을 세우고, 상황
또 다른 문제는 생물학 결정론의 거울상이라고 할 수 있는 환경
맺으며
진화론을 기반으로 한 인간 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