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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개악을 현장에 관철하려고 칼 빼든 박근혜 정부:
성과연봉제, 퇴출제를 저지하라

박근혜 정부가 임금 삭감, 쉬운 해고를 위한 양대 지침을 공공부문에서 우선 관철하려고 시동을 건 데 이어, 최근 전체 유노조 사업장의 임금·단체교섭에 대한 지도방향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무리하게 입법절차를 우회해 행정지침으로 발표한 노동 개악을 어떻게든 현장에 관철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다시금 보여 준 것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노동개혁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반복하는 이유다. 이번 정부 발표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첫째, 대기업·공공기관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점관리 사업장을 정해 임단협 교섭 지도, 재정지원, 컨설팅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특별히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 사업장이 1997년 3.6퍼센트에서 2015년 74.5퍼센트로 크게 늘었음에도 많은 기업들이 호봉테이블을 전제로 “무늬만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기필코 성과주의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상여금과 제수당의 “성질을 명확히” 해 통상임금 확대 요소를 억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둘째,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력운용(채용, 승진, 퇴직)을 추진하고 ‘저성과자’ 퇴출제를 도입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 지방노동청에 지원단을 구성해 선도 모델을 만들고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정부는 노사협력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목적으로 우리사주제도의 활용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사측이 성과금을 주식으로 지급한 것이 그 한 사례다.

셋째, 기업의 인사·경영권을 제한하는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리고 불이행 사업장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특히 저들은 전환배치, 해고 등을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단협 조항을 공격하고자 한다. 노동자들이 투쟁해 만든 최소한의 안전망을 허물려는 것이다.

정부는 어김 없이 “교섭력이 강한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 불합리한 관행”이 문제라며, 조합원·산재 피해자 가족에 대한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단협 조항에 대한 비난도 앞세웠다. 사회적 반감을 부추겨 노조를 길들이려는 속셈이다. 따라서 정부가 위선적이게도 함부로 노조 내부 문제에 개입하게 둬서는 안 된다. 물론 활동가들은 정부의 압박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말이다.(관련기사 본지 147호 ‘조합원 가족 우선 채용 조항에 대한 공격,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를 보시오.)

안전망

끈질기게 추진되는 노동개악에 맞서 전국적 투쟁 전선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3월 26일 ‘성과·퇴출제 저지 공공부문 노동자 결의대회’. ⓒ이미진

넷째, 위와 같은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데서 공공기관이 선도적 구실을 한다. 정부는 이미 공공기관, 공무원, 금융 등 공공부문 전반에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과 퇴출제 도입을 위한 지침과 권고안을 발표하고 공격에 착수했다. 공무원의 성과급 확대를 위해 균등분배를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을 압박한다거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경영평가에 반영해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강제력을 동원하면서 말이다.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공격은 지난해에 견줘 속도가 더 빠른 편이라 집중 투쟁과 파업을 하반기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금융권에서도 정부와 사용자들은 “빠른 시일 안에 성과주의 도입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개악을 추진하면서 역겹게도 비정규직·청년들을 위하는 척했지만, 공격의 칼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겨냥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서비스, 케이블통신, 학교비정규직, 마트 등에서 비정규직 노조들을 대상으로 노조 활동가·조합원들이 ‘저성과자’로 내몰려 징계·해고 위협을 받고 있다.

강력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현대차지부에서도 최근 판매직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저성과자’ 징계 압박이 시작됐다. 사측은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피크제 도입과 통상임금-임금체계 개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기도 했다. 단협이 있는 민간 사업장들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대부분의 산별·노조들은 연초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성과연봉제와 퇴출제 저지를 올해 임단협의 주요 요구로 확정하고 투쟁을 결의했다.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정부와 사용자들이 사활적으로 공격에 매달리는 만큼, 강력한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현재의 “무늬만 연봉제” 실태를 비관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정부와 사용자들의 공격은 1997년 IMF 위기 이후 광범하게 벌어졌지만 노동자들의 반발과 저항 속에서 상당히 제동이 걸려 왔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성과주의 도입 저지를 위해 기층에서 굳건하게 투쟁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공격이 각 부문·사업장별로 약간의 시간차와 방법의 차이를 두고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사용자들이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공격을 퍼붓는 것이니만큼 민주노총 차원의 전국적 투쟁 전선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