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노동자 연대〉 신문의 ‘음모론과 마르크스주의’ 기사에서 차승일 기자는 음모론이 마르크스주의와 아무 관계 없음을 논증했다. 음모론은 사회 구조를 계급으로 파악하는 마르크스주의와 본질적으로 다르게 보아, 극소수 엘리트가 사회를 운영하며 중요한 사건들을 은밀하게 일으키고 조종한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그리고 “음모론이 가정하는 세계는 … 기계와 같다. 이 세계에서 ‘우연’이라는 요소는 발붙일 곳이 없다. 그래야만 소수 엘리트의 비밀 조직이 바라는 결과가 그대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배계급보다 그 내부의 극소수 ‘이너 서클’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해 이들에 관한 단편적 사실들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구체적’ 사실을 취사선택하면 음모론으로 기울기 십상이다.

그러한 사고에서 계급투쟁은 실종돼 있다.[1] 민중주의자 가운데 일부가 음모론에 친근감을 느낄 만한 까닭이다. 민중주의자 김어준이 이끄는 ‘프로젝트 부’는 김지영 감독이 만들고 있는 세월호 영화를 후원한다.

김지영 감독이 〈파파이스〉에 출연해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고 주장한 내용의 핵심은 ‘앵커(닻)를 이용한 침몰’이다. 영화는 이 가설을 주제로 삼고 있다. 김지영 감독과 김어준은 왜 닻을 내리고 운항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쉽게 음모론으로 연결된다.

전지윤도 그 음모론에 동의한다.[2] 그러나 세월호 재판 기록을 담은 책 《세월호를 기록하다》의 저자 오준호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렇게 김지영 감독을 비판했다. “앵커가 배를 붙잡는 힘인 파주력이 닻줄 길이에 비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닻줄 길이는 300미터보다 훨씬 길어야 했을 것[이다.] … 김지영 감독이 말하는 것처럼 해저 지형도에 맞춰 배가 걸린다는 건 이상하다.”

파파이스

차승일 기자는 음모론자가 지엽적인 ‘구체적 증거’에 집착한다고 지적한다. “음모론은 비밀 집단의 존재와 행위를 중요하게 보므로, 특별하거나 숨겨진 지식에 의존하고, 감춰진 사실을 들추는 데 치중한다.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항적도와 다른 항적도는 없는지, 레이더 영상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 ‘괴물체’의 정체는 무엇인지 등을 알아내는 데에만 너무 큰 관심을 기울인다.”

구체적 증거와 구체적 사실에 대한 집착이 만약 편견과 결합되면, “그 과정에서 음모론은 자신의 가설에 부합하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증거를 취사선택하곤 한다. 그래서 얼핏 보면 음모론은 아귀가 딱딱 맞는 듯하지만, 또 다른 증거와 정황을 함께 고려하면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음모론을 증거를 둘러싸고 반박할 수는 없다. 음모론이 제기한 가설을 반박하는 증거는 (특히 공식적 설명과 비슷한 것이라면) 조작된 것으로 치부할 터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음모론은 확증편향의 오류를 범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뉴스타파〉 최기훈 기자는 이런 확증편향을 비판하며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월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는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파파이스를 보고 든 생각은 자신들이 세운 가설에 부합하는 사실만 취합해서 논리를 만들었다는 것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더군다나 가정이나 추론을 은근슬쩍 사실인양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설명은 음모론과 다르다. 지배자들이 이러저러한 음모를 꾸미는 것은 맞지만, 그들의 배후에 있는 ‘막후 인물들’의 음모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문제의 사건을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모순들이라는 맥락 속에 자리 잡게 할 때 그 진정한 본질을 알 수 있다. 차승일 기자는 그 모순을 이렇게 요약한다.

“지배계급은 경쟁적…자본축적…의 영향을 받[는]다. … 국가는 자국 자본가들의 이익에 호의적으로 반응해 움직이고, 기업주들도 … 국가 관료들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 다른 한편, 지배계급은 … 서로 분열하고 죽도록 경쟁한다. … 그래서 … 자본주의는 그 누구도 통제하지 못하는 무정부적인 체제이다.”

〈노동자 연대〉 신문은 이런 근본적인 인식 틀 속에 세월호 참사를 자리매김 했다. 해운기업들의 이윤 경쟁, 신자유주의적 규제 폐지와 완화, 정부(지방정부 포함)와 기업의 부패한 유착, 특히 정부의 “엉망진창 구조”(botched Sewol rescue: 2015년 2월 12일 CNN 보도의 제목) 등이 어우러져 빚어진 참사임을 논증했다.[3]

특히 정부의 대처가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었는데, 음모론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케 해 얻을 이익(이런 게 있는가 모르겠다)보다는 볼 손해가 훨씬 컸다는 점에 관해서는 숙고를 하지 않는 듯하다.

차승일 기자에 따르면, 음모론의 근본적 원인은 자본주의적 소외이다. 소외 때문에 사람들은 모종의 알 수 없는 힘의 지배를 받는다고 느낀다.

차기자는 음모론과 관련해 이런 점도 지적했다. “음모론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강변하기 시작하면 운동을 분열시킬 수도 있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과 반박은 지배자들의 사주를 받은 것이거나 적어도 지배자들의 음모에 놀아나는 행태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4]

[1] Josh Lucker, ‘Class Struggle or Conspiracy?’, 12 October 2012, http://www.marxist.com/class-struggle-or-conspiracy.htm

[2] 전지윤은 1999년 서해교전 직후에도 음모론을 펴다가, 김하영이 제국주의론에 근거해 제기한 논박에 부딪혀 침묵했다. 이후로 그가 단체를 탈퇴하기까지 그는 종종 뒤풀이 자리에서 음모론을 시사해 다른 노동자연대 회원들을 웃기다가 우리가 정색을 하면 음모론을 집어넣었다. 그가 진보당 내 경선부정 사태를 서술하는 방식도 음모론적이었다. 그가 이렇게 음모론을 좋아하는 것이 그가 탈퇴 후 노동자연대를 모략하는 것과 어떤 관계 있는지 숙고해 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겠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3] 김승주 외 3인의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들이 쓴 소책자는 세월호 참사를 자본 축적의 동역학 등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들 속에 자리매김 하고 고찰한다. (소책자 《세월호 참사,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4] 전지윤이 진보당 당권파의 당내경선 부정 여부로 나머지 노동자연대 운영위원들과 충돌했을 때 그는 우리를 정의당 대변자들로 매도했다. 이명박 정부와 우파 언론의 음모에 어리석게(물론 의도치 않게) 놀아난 일이었던 것처럼 암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