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재판 기록과 공문서,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참사 당일 1백1분을 추적·분석한 책이 새로 발간됐다. 저자들은 진실의 조각을 맞추기 위해 10개월 동안 무려 15만 장에 가까운 기록과 3테라바이트(TB)가 넘는 자료를 분석했다고 한다. 사고 당일의 생생하고 정직한 기록만으로도 사고가 참사가 된 것이 불가항력이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글쓴이들은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작은 손전등 하나로 깊은 바다 속에 가라 앉은 배를 비추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단지 방대한 양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정부의 방해와 부실한 조사들 속에서 진실의 퍼즐을 맞추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운항실과 세월호의 마지막 교신 기록 등이 밝혀졌다. 아마도 정부의 집요한 은폐 시도가 아니었다면 더 빨리 밝혀질 수도 있었을 사실들이다.

“구할 수 있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해경의 행태는 어처구니가 없고 이후에도 은폐에만 급급한 모습엔 분통이 터진다. 물이 차오르고 두려움이 커지는 순간에 희생자들은 가족들에게 ‘해경이 자신들을 구할 것’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는 안타까운 손짓과 외침에도 손 한 번 제대로 내밀지 않은 구조 세력에 대한 기록을 보면서 슬픔은 이내 정부를 향한 분노로 바뀌고 만다.

승객들이 수십 번 119에 구조 요청을 했는데도 119의 답변은 해경을 기다리라는 것뿐이었고, 도착한 해경도 구조는커녕 윗선에 보고하는 데에 급급했다. 승객들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때에도 당시 구조를 담당했던 해경 123정 정장은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해경청장 김석균은 아예 ‘상급 부서에 보고하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주장할 정도”였다.

제대로 된 지휘 체계와 책임자는 없었다. 123정은 어선들이 세월호에 다가가는 것을 막으며 “접근할 수 없다”고 세월호 가까이로 다가가지 않았다. “너무 멀리 떨어져서 마치 ‘강 건너 불 보듯’하며 소극적으로 임한 것”이다. 심지어 해경은 생존 학생을 건져 올리며 여러 번 욕설까지 내뱉었다는 증언도 이 책을 통해 드러났다.

해경 본청 상황실은 상황 전파도 제대로 않고 상황보고마저 안일하기 짝이 없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누구도 퇴선 방송을 하지 않았다.

해경 헬기는 세월호 상황도 제대로 모른 채 ‘깜깜이 출동’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해경이 작성한 첫 번째 녹취록에는 9시 28분에서 9시 32분까지의 헬기 간 교신이 통째로 빠져 있다. 저자들은 교신 기록이 없는 것은 책임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다.

그날의 상황 기록을 보노라면 “구조 계획이 없는 구조 세력”이라는 말이 꼭 들어 맞는다. 그러나 두루 알다시피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처벌받은 정부 책임자는 해경 123정 정장뿐이다.

진도VTS관제사가 감사원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통해 승객 퇴선 명령을 하지 않은 이유도 밝혀졌다. 그는 “진도VTS에서 세월호 선장에게 승객을 퇴선시키라고 지시했는데 세월호가 침몰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 그 지시에 따라 퇴선한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됐다고 가정할 때 그때 책임은 누가 지겠나?” 라고 반문한 사실을 인정했다. 즉 나중에 책임질 일이 두려워 책임 회피를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배가 기울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청해진해운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화물량 조작이었다. 평소보다 화물을 너무 많이 실은 것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걱정한 것이다. 

증폭되는 의혹들

한편, 해경은 세월호 사고 TRS(주파수 공용 무선 통신 시스켐) 녹취록을 3번 작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회와 감사원, 검찰에 제출할 때마다 교신 내용이 달라졌다. 저자들은 “각 해경 주체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삭제나 수정을 하는 짜깁기 자체가 은폐고 조작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간 국가기관의 조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아직 세월호의 침몰 원인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해경수사본부가 지목하고 검찰이 받아들인 조타수의 대각도 조타 실수 가설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도 “세월호를 해저에서 인양하여 관련 부품들을 정밀히 조사한다면 사고 원인이나 기계 고장 여부 등이 밝혀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세월호의 조타기나 프로펠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는 2심의 판단을 수긍한다는 것이다.”

특조위 2차 청문회에서 김서중 위원은 "정부가 진실에 들어가기 위해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너무 일찍 결론 내린 것 아니냐?"며 "증거를 파악하기 위해 빨리 선체 인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체 훼손 없는 온전한 세월호 인양과 진실 규명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요구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인천해경의 사고 인지 시점에 대한 증언이 맞지 않는 문제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조사 결과들이 산적해 있다. 교신 조작 의혹, 123정이 선원들만 구한 이유, 국정원과 세월호의 관계 등도 꼭 밝혀야 할 의혹들이다. 

한편, 세월호가 제주 운항실과 한 마지막 교신이 2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선원들은 1백톤급 해경 경비정으로 승객을 다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인식한 상태에서 도주한 듯하다. 저자들은 “승객을 먼저 탈출시키면 자기들은 살아 나올 기회를 놓칠 수도 있으니까”라는 설득력 있는 가설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세월호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더라도 당시 목포해양경찰서장 김문홍이 세월호와 직접 교신해 승객들을 비상 대피 장소로 이동시키도록 선장과 선원들에게 지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당시 해역 수온은 12.6도였고 “최악의 경우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에 떠 있기만 해도 최대 6시간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도 덧붙인다.

결국 “구조할 시간도, 구조할 세력도, 부족하지 않았다.”

진실이 거짓을 이긴다

지난 특조위 1차 청문회에서 김문홍은 “제가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이것을 다 챙깁니까?” 하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제껏 드러난 자료들을 모아 분석하며 저자들은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구할 수 있었다!” 지금껏 드러난 진상들만 살펴봐도 국가의 무책임이 참사를 만들었다는 결론에 맞닿을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단지 참사 당일만이 아니라 그간 계속 제기돼 왔던 선박 규제 완화와 부패 문제를 다루며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배”가 탄생했는지를 추적했다. 정부가 참사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박동운 진실의 힘 이사장은 이 책을 펴내며 “’세월호 프로젝트’의 목표는 이미 만들어진 기록과 자료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이 책에서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문제점, 국가의 부패 문제들과 본질이 구체적으로 서술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 날의 상황을 생생히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정부의 무책임과 진상 규명의 과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진실을 드러내는 것의 힘을 잘 보여 준다.

정혜신 정신의학 박사는 “진상 규명이야 말로 진정한 치유”라고 지적했다. 꾸준하고 강력한 대중 운동이 진실 은폐의 책임자인 박근혜 정부를 더욱 강력히 압박할 때 아직 저들의 손에 쥐어진 더 많은 진실의 퍼즐들이 맞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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