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새 학교에 출근해 정신 없이 살다 보면 어느덧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다. 6개월 계약(3월 1일∼8월 31)이 끝나가는데도 교감이 아무런 말이 없으면 2학기 근무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온다. 1년 단위 계약이 어느 순간 6개월 계약으로 바뀌면서 기간제 교사들은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 내내 발을 동동거리고 가슴을 졸이며 지낸다. 오늘날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기간제 교사들의 모습이다.

기간제 교사 제도는 1997년에 처음 도입됐지만, 사실 53년 동안 이름만 달리해 지속돼 왔다. 1963년에 ‘임시교사의 임용’이라는 법적 조항이 생긴 이래 ‘임시교원’, ‘기간제 교원’으로 그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다. 기간제 교사는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1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사자격증을 가진 자로 임용된다. 그동안 명칭이 달라지면서 기간제 교사의 임용 사유가 추가되며 규모가 대폭 늘었다. 지난해 교육부 통계를 보면, 기간제 교사는 전국적으로 4만 6천8백71명에 이른다. 전체 교원의 10명 중 1명은 기간제 교사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간제 교사가 는 것은 교사가 부족한데도 정부가 정규직 교원 채용은 하지 않고 기간제 교사를 늘려 왔기 때문이다.

1998년 IMF 고통 떠넘기기로 교원 정년은 65세에서 62세로 낮추고 명예퇴직 연령도 40세 이상으로 낮춰 퇴직 교사 수가 급증했는데 부족한 교사의 상당수를 기간제 교사로 채웠다.

제7차 교육과정 적용 이래로 선택 과목이 늘고 수준별 수업, 집중이수제 등이 생겨 필요한 교사 수가 늘었지만 이 때도 정부는 기간제 교사를 늘렸다.

이처럼 지난 20년 동안 정부가 유연한 인력 운영을 추구한 것이 기간제 교사가 계속 늘어난 요인이었다.

고용불안

기간제 교사들의 고용 불안은 매우 심각하다. 미발령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기간제 교사를 임용할 경우 보통 1년 단위로 계약하는데, 계약서에는 ‘정규교사 충원 시 계약 기간 중이더라도 계약해지 될 수 있음’이라고 명기돼 있다. 또, 정규직 교사의 휴직이나 파견 기간이 1년 이상이더라도 기간제 교사는 통상 6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정규직 교사의 조기 복직이나 휴직 사유가 소멸하면 언제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간제 교사들은 6개월, 1년 계약을 하더라도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기간제 교사가 계약 연장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학교 관리자 말을 잘 듣고 고분고분한 교사로 살아야 한다. 한 기간제 교사는 한창 사회 쟁점이 된 주제로 계기 수업을 했다는 이유로 그 다음 해에 재계약을 할 수 없었다. 파견 나간 정규직 교사가 복직하지도 않았고, 그 학교에서 5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연장 근무를 했던 교사였는데도 말이다.

기간제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겪는 어려움도 털어놓기가 조심스럽다. 괜히 능력 없는 기간제 교사로 낙인 찍혀 다음 계약에서 밀려날까 두렵기 때문이다.

불평등한 처우

기간제 교사는 계약 기간 동안 정규직 교사와 똑같은 업무를 하고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교육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 등을 똑같이 요구 받는다. 또한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임용되는 기간제 교사는 ‘기간제 교육공무원’이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 신분은커녕 학교 현장에서 상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아이들을 구하다가 희생 당한 김초원, 이지혜 두 기간제 교사는 여태껏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성과급 지급 역시 차별이 심각하다. 기간제 교사는 2013년부터 성과급을 지급받기 시작했는데,성과급의 기준이 되는 표준 호봉을 정규직 교원과 달리 적용한다. 정부는 기간제 교사의 호봉 승급을 제한했고 그것을 근거로 성과급 지급 표준 호봉까지도 차별하는 것이다.

호봉 승급 차별도 큰 불만 중 하나다. 1년을 채우면 호봉이 승급되는 정규직 교사와 달리 기간제 교사는 계약할 때 정한 호봉으로 고정돼 제대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 기간제 교사들은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복지포인트도 지급받지 못했다. 최근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기간제 교사에게도 복지포인트를 주기로 했으나 정규직과의 지급률에 차별을 둔다.

또 기간제 교사들은 교육경력 3년 이상 된 교사에게 부여하는 180시간에 이르는 교사 재교육 과정인 ‘1정 연수’도 받지 못한다. 기간제 교사 중에도 근무 경력이 3년 이상인 교사가 꽤 많은데도 말이다. 최근 기간제 교사의 증가와 이들이 차지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기간제 교사들에게도 교육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1정 연수 기회를 동등하게 보장해야 한다.

그 밖에도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차별은 꽤 많다. 기간제 교사들은 정근 수당 차별과 출산 휴가, 병가 등의 휴가도 당당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등 온갖 차별을 감수해야 한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지금까지 고용 불안과 차별에 속만 끓이던 기간제 교사들이 최근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이하 전기련)를 결성했다.

핵심 요구는 기간제 교사의 고용 안정을 위해 교육감이 직접 채용하라는 것이다. 교장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채용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한 채용과 쪼개기 계약과 중도 계약 해지가 일어나지 않도록 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정근수당, 1정 연수, 복지포인트 지급 등 정규직 교사와의 차별을 폐지하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김초원, 이지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도 요구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의 비정규직 철폐도 요구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당연히 정규직 교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요구가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교사들도 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필요한 만큼 충분하게 정규직 교사를 뽑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호흡하며 교육을 실천해 온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직 교사로 전환될 기본 자격이 충분히 있다.

‘전기련’은 회원 가입을 늘리고 조직을 강화하면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 전환은 향후 전기련의 확대 속에 민주적 토론을 거쳐 정하는 것으로 열어둔 상태이다.

현재 전기련은 기간제 교사의 고용 안정과 차별 해소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또, 전기련 소개글과 가입원서가 포함된 리플릿도 제작했다.

반갑게도 전교조는 이 서명지와 리플릿이 기간제 교사들의 손에 쥐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의 고용 안정과 차별 해소에 맞서 싸우려고 하는 전기련의 활동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연대를 밝히고 있다.

정규직 교사든 기간제 교사든 똑같은 ‘교사’로서, 이 땅의 참교육과 교사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함께 싸워나가야 한다. 정부의 치사하고 악랄한 공격과 차별에 맞서 우리의 핵심 무기는 오직 더 크게 단결해서 투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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