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3월 21일 시·도 교육청에 재차 공문을 보내 전교조 미복귀 전임자를 전부 직권면직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교육청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겠다’고 협박도 했다.

이 압력에 굴복한 교육감들이 직권면직 절차에 들어가면서 전교조 전임자의 ‘대량 해고’가 곧 현실이 될 전망이다. 이는 1989년 노태우 정부가 전교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해 1천5백27명을 파면·해임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교육부는 2001년에 준 노조 사무실 지원금 6억 원을 회수하겠다며, 전교조 은행 계좌를 전부 압류하는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교육부는 교육청들이 전교조 지부에 지원한 사무실 임대료도 같은 방법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지 법률 검토 중이며, 결과에 따라 “시·도 교육청에 압류를 통한 회수를 명령”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의 ‘돈 줄’을 틀어쥐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막무가내 식 탄압의 목적은 전교조의 투쟁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성과급·교원평가 강화, 교육재정 긴축, 역사 교과서 국정화, 기업맞춤형 교육과정 개편 등 신자유주의 교육 공격을 밀어붙이는 데서 전교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교조는 흔들림 없이 저항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14일 ‘본부 복귀 거부 전임자 삭발투쟁’ 기자회견을 열어 투쟁의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4월 4일에는 교육부의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 금지와 징계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세월호 참사 2주기 공동수업 및 실천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일 것이라고 선포했다.

3월 24일에는 1백77개 단체가 참여한 ‘민주교육과 전교조 지키기 전국행동’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교조의 정당한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참교육 전교조를 지키기 위해 굳건히 연대”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진보교육감들의 거듭된 후퇴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전교조의 투쟁을 방어해야 마땅한 진보교육감들은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직권면직에 대한 법률 검토와 보류 입장’을 밝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이어 진보교육감들은 일제히 직권면직 절차에 착수했다. 우파 언론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진보교육감들의 동요와 후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경기, 인천, 충북, 부산 등 하나둘씩 단체협약을 해지하는 교육청이 늘어나고 있다. 광주, 세종, 강원, 전북 등 4곳을 제외한 나머지 교육청들은 전교조 사무실 퇴거 요청 공문도 보냈다.

진보교육감들은 교육부가 내린 전교조의 《416 교과서》 사용 금지 조치 요구도 수용하는 모양새다. 광주와 서울교육청은 학교에 계기수업 관련 공문을 내려 보내면서 “416 교과서를 활용한 계기교육에 대한 엄정 조치” 문구를 포함하거나 교육부의 공문을 그대로 첨부했다. 교육부가 관련 조치에 동조하지 않는 교육청에 재차 공문을 보내고 부교육감들을 소집해 압박하자, 충남, 인천 등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학교로 내려 보냈다.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의 배경에는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진보적 교육 개혁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런데 어찌 진보교육감이 정부의 ‘세월호 운동 탄압’에 동조해 전교조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할 수 있단 말인가?

진보교육감들은 후보 시절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잘못된 정부에 복종하는 교육감이 아니라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바로 이것이 노동자·민중이 진보교육감을 지지한 이유일 것이다.

교원노조법 개정을 위한 효과적 대응

한편, 전교조는 정부의 법외노조 탄압에 맞서면서 동시에 법 개정을 통해 노동기본권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대의원대회는 전면적인 교원노조법 개정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변성호 집행부는 교원노조법 2조(단결권)만이 아니라 단체교섭권 확보, 쟁의 행위와 정치 활동 금지 조항 폐지도 개정안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재합법화는 물론 그간 노동조합의 발목을 잡아왔던 독소 조항을 없애 노동조합의 권리를 크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교조는 총선 시기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적극 제기해 사회 쟁점화 시키고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입법발의 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야당에 의탁해 교원노조법 개정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민주당은 지금까지 교원노조법 개정을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더민주당의 전신이 반쪽 짜리 교원노조법을 제정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을 압박해 독소 조항을 거의 없애는 교원노조법 개정을 실현하려면 강력한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 하에서 진행된 1999년 전교조 합법화도 1989년부터 전교조 조합원들이 징계와 해고를 무릅쓰고 투쟁하고 1997년 1월 민주노총의 파업이 벌어지면서 쟁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부의 탄압이 거세지면서 일각에서는 탄압에 맞서기 보다 이를 우회하려는 실용주의적 대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교육노동운동재편모임’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전교조를 시도별·급별·설립자별 노조로 재편해 설립신고를 한 후 산별노조를 건설해 해고자를 가입시키면 법외노조의 덫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참교육 실천과 투쟁을 대립시켜 법외노조 시기 전교조가 해야 할 일은 대정부 투쟁이 아니라 학교혁신, 풀뿌리 교육운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탄압을 모면하는 ‘지혜로운 길’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박근혜 정권에 ‘투항’하는 것이다. 전교조 탄압의 본질과 경제 위기 상황을 볼 때, 합법주의와 투쟁 회피 전략으로는 노동조합도, 참교육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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