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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들의 세월호 공개수업:
“선생님들의 용기가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막는 길”

교육부의 세월호 계기수업 금지 조처와 징계 협박에도, 전교조 교사들의 용기 있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문제 삼은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 주문도 쇄도하면서 벌써 1만 부가량 인쇄했다고 한다.

지난 4월 12일, 경기도 ㅅ 초등학교의 서지애 교사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공감하고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공개수업을 진행했다.

세월호 공개 수업에 참여 중인 서지애 교사의 반 학생들 ⓒ제공 〈교육희망〉

서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6학년 3반 교실은 이미 4월 초부터 진행한 ‘세월호 기억하기’ 행동으로 노란 리본과 아이들이 직접 쓰고 만든 작품들이 가득하다. 지난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나무 모양의 ‘사랑과 보살핌의 손’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글도 적혀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분들께!

“힘내십시오. 정부는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진실이 밝혀지고 그것을 반성하게 될 것입니다.”

서 교사는 5교시 국어수업에 22명의 아이들이 함께하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 리코더 합주로 세월호 공개수업을 시작했다. 서 교사는 《416 교과서》를 기초로 아이들과 세월호의 아픔을 공감하고 진실규명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귀를 쫑긋 세우고 서 교사의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슬픔을 공감하고 유가족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진실을 밝히는 것에 당연히 앞장서야 할 정부가 왜 진실을 감추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특히 선장이 참사의 범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큰 범인은 따로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모든 일을 볼 때 정부는 ‘생명이 돈보다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거 같아요” 하고 말하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

여섯 모둠으로 나뉜 아이들은 며칠 전에 배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노래에 맞춰 율동을 배우고, 직접 작사한 2절을 발표했다. 아이들의 눈에도 세월호 참사는 분명했다.

“우리는 진실을 밝힐 것이다 /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다 / 생명은 돈보다 중요하다 /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아이들이 작사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2절 가사)

서지애 교사에게 세월호 계기수업을 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 우리 아이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입니다. 정부가 아무리 엄포를 놓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수업입니다. 진정한 교육은 삶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결코 대한민국은 안전하지 못합니다. 진실이 명백히 밝혀질 때까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공감하고 기억하는 것은 필요하며, 이것은 초등학생들도 꼭 알아야 하는 교육이자 활동입니다.”

계기수업은 학생들에게 참사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계기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만든 그림 ⓒ제공 서지애 교사

징계 협박

서 교사는 정부의 계기수업 징계 협박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세월호 계기수업을 하고 있는 서지애 교사의 모습 ⓒ제공 〈교육희망〉

“정부는 최근 교육청을 압박해 세월호 계기수업을 한 학교와 교사들을 색출하고 있어요. 그러나 교육 과정을 재구성하고, 학생과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 활동을 하는 것은 교사의 재량권입니다. 최근 독도 교육 계기수업을 하라는 교육부 공문이 내려 왔는데, 정말 가관입니다. 교장의 결재와 교육과정위원회나 학교운영위원회 결재를 받으란 말도 없고, 무조건 시행해 실적을 올리라고 합니다. 정부의 이중성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예요. 그러나 진실을 숨기려 할수록, 진실을 찾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늘어날 겁니다. 교사들의 세월호 계기수업이 들불처럼 번져, 정부의 정치적 약점을 흔들 것입니다.”

서 교사의 공개수업이 언론에 보도된 다음 날, 경기교육청에서 조사관이 나왔다.

“교육청에서 조사 나왔는데, 《416 교과서》와의 연관성, 계기수업을 어떤 절차로 했는지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사의 재량권입니다. 더구나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세월호 계기수업을 자율적으로 하라고 했는데, 뭐 하러 여기까지 조사하러 나오셨나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더 많은 고민을 하셔야 하는 분들이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이렇게 조사 나오고 계기수업을 탄압하는 것은 정말 앞뒤가 안 맞는 일입니다’ 하고 응대했습니다.”

서 교사는 세월호 계기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말도 잊지 않았다.

“수업은 교사들의 권한이자, 아이들의 권리입니다. 정부의 압박에도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한다면 세월호 계기수업이 꼭 필요합니다. 전교조는 정부의 탄압에 맞서 조직적으로 세월호 계기수업 확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탄압에 가장 효과적으로 맞서는 것은 세월호 계기수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의 용기가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막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