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대 총선 결과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광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 세월호 참사 진실 은폐 세력이 패배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성역 없는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을 누더기로 만들었고, 반쪽짜리 특별법으로 탄생한 특조위조차 꼴을 못 보고 그 숨통을 조이려고 쓰레기 시행령을 밀어붙였다. 급기야 오는 6월 30일에 강제로 조기 종료시키려 한다. 정부가 7월에 세월호를 인양하겠다는 것도 사실상 특조위가 조사를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는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세월호 화물 부실 고박 업체 대표와 “시체장사” 운운한 자를 공천했다.

이번 총선 결과는 이런 불의를 향한 분노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해 온 박주민 변호사의 당선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운동에 대한 지지를 확인시켜 줬다. 말없이 선거 운동에 함께 한 유가족들은 박 변호사의 당선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유가족과 진실 규명 염원을 올곧게 대변하려면, 박주민 당선자는 장차 더민주당 내부의 압력에도 맞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회 바깥 운동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진상 규명 운동에 함께해 온 진보·좌파 후보들이 여럿 당선되고 선전한 것은 고무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총선 패배에서 후유증을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따라서 총선 직후 열리는 세월호 참사 2주기 전국집중추모문화제가 박근혜 정부를 향한 분노를 모아 내는 구실을 해야 한다. 이는 다음 대중 행동을 고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을 행동으로

특히 특조위 조기 종료는 명백한 세월호 지우기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6월 특조위 강제 조기종료 시도에 반대하는 힘을 더 키워야 한다. 특조위는 정부의 강제 종료 시도에 굴하지 말고 3차 청문회를 열어 국정원을 포함해 참사에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특조위의 조사 기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위해 특검을 실시하라는 유가족들과 4·16연대의 요구는 완전히 옳다.

국민의당이 임시 국회를 지금 열어 특별법 개정과 경제 관련 ‘민생 법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민생 법안’에는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도 포함되므로, 의뭉한 제안이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 국회 개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반대와 지난 2년 동안 유가족들의 요구를 굴절시키거나 외면해 온 더민주당 등을 고려할 때,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에 기댈 수 없다. 특별법 개정과 특검 등을 이루려면 자본주의 야당으로부터 독립된, 강력한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층의 분위기는 여전히 뜨겁다. 4월 9일 약속콘서트에 5천 명가량이 모였고, 대학에서 열리는 유가족 간담회마다 수십~1백 명의 학생들이 참가해 뜨거운 관심을 보여 주고 있다. 대학생 단체들과 학생회들로 이뤄진 세월호 참사 2주기 대학생 준비위원회는 범국민 추모문화제 전에 전국대학생대회를 열고 도심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들의 증언을 기록한 《다시 봄이 올 거예요》는 출간 즉시 알라딘 에세이 부문 주간 5위에 올라갔다. 3월 중순 출간된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교보문고 정치사회 분야 월간 종합 5위를 기록했다. ‘지겹다, 잊었다’는 우파들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4·16연대는 4월 16일 2주기 추모문화제를 계기로 6월 말까지 특조위 활동 강제 종료에 맞서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래야 7월 이후 세월호가 인양되더라도 유가족이 참가하는 정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에 지속적 지지를 보내 온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투쟁이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과 맞물린다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좌파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과 추모, 분노의 분위기가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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