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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 전국 대학생 대회:
대학생 1천여 명이 정부의 ‘세월호 지우기’에 맞서 진실 규명을 외치다

4월 16일 오후 3시에 ‘특별법 개정! 진상조사 방해하는 박근혜 정부 규탄! 4·16 세월호 참사 2주기 전국 대학생 대회 “외쳐봐! 우리가 더!”’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렸다. 4·16 연대와 4.16 세월호 참사 2주기 대학생 준비위원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 1천여 명이 참가했다. 총학생회와 학생회들이 대거 참가했고, 여러 대학생 정치 단체들도 참가했다. 주최측이 예상한 인원보다 훨씬 많이 참가해서, 미리 준비한 손팻말과 우비가 모자라기도 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16학번 학생들이 가장 먼저 무대에 올랐다. 단원고 희생 학생들과 동갑인 이학생들은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지우기’에 맞서 기억하고 행동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 중에는 단원고 희생 학생의 친구도 있었다. 고(故) 이영만 학생의 친구인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제 친구는 하늘의 별이 됐습니다. 더는 가만히 있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어떤 이는 ‘이제 그만하자’고 하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입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후 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단원고 고(故) 박성빈 학생의 언니인 박가을 씨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당시 저는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구해주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를 믿었습니다. 바보 같았던 스스로가 부끄럽고 동생에게 미안합니다. 이제는 더는 동생에게 미안해하기만 하지 않으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더는 아파만 할 수 없습니다. 잘못된 것을 고치기 위해 행동으로 보여줍시다. 더 많은 청년들이 지겹고 힘든 일이라고 회피하지 않도록, 아이들 덕분에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가 되었다는 인식이 심어지도록, 계속해서 알려주세요.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박가을 씨의 발언에 많은 학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가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더는 아파만 할 수 없습니다. 행동으로 보여 줍시다." 희생자 가족인 단원고 2학년1반 고(故) 박성빈양의 언니 박가을씨가 대회에 참가해 “지난 2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동생에게 미안해 행복해선 안 되고 즐거운 일을 해선 안 된다고 스스로 말한 것이었다”며 대학생들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조승진

연단에 선 대학생들은 진실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정부의 진실 은폐 시도를 중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연세인 모임’에서 활동하는 심산하 씨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이 개정돼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특별법에 의거해 특별조사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유가족들은 반쪽 짜리도 안 된다고 울분을 토합니다. 수사권과 기소권도 보장되지 않았고, 좁은 업무 권한과 부족한 조사 기간의 문제도 있습니다. 정부는 조직적으로 활동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2차 청문회를 통해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지만, 아직도 밝혀야 할 것이 많습니다. 진실규명을 위해 3차 청문회와 특검, 특별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양효영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는 진실 은폐 주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민영화와 규제완화, 노동개악을 여전히 밀어붙이며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이 우선되는 사회를 만들고, 우리 모두를 세월호에 태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우리에겐 투쟁해야 할 과제가 있음을 힘주어 말했다.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는 완전히 심판 받았습니다. 유가족의 변호사였던 박주민 변호사는 ‘세월호 점령군’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당선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진보 좌파 정당과 후보들이 당선했습니다. 정부는 선거 이후에도 세월호 지우기 지속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은 2014년 특별법 제정 때 뒤통수를 친 일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국회 밖에서 독립적이고 강력한 투쟁이 계속 돼야 합니다. 세월호 지우기를 막아내고 이윤보다 안전이 우선인 사회를 함께 만듭시다.”

박세훈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세월호같은 끔찍한 참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순수한 추모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임을 인정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 함께 나서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우려는 자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슬퍼만 해서는 안 됩니다. 유가족들이 더는 억울하지 않을 때까지 옆에 서는 것이 진정한 추모이고 해결 방법입니다.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사회, 국가의 거짓말로부터 국민이 당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끝까지 행동합시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위해 함께 연대합시다. 진실규명을 위해 대학생이 앞장섭시다.”

대회를 마친 대학생들은 추모문화제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했다. “진실을 인양하라!”, “진실 은폐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궂은 날씨에도 활기차게 행진하는 대학생들을 향해 시민들의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세월호 세대’라고도 불리는 대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투쟁의 중요한 동력이자, 진실 규명 운동에 대한 광범한 연대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집회였다.

‘4·16 세월호 참사 2주기 대학생 준비위원회’로 모인 전국 70여개 학생회, 동아리, 소모임, 정당, 단체 등은 2주기 대회 이후에도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해 함께 행동할 예정이다.

누가 잊었다 하는가? ‘4.16 세월호 참사 2주기 전국 대학생 대회’를 마친 대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2년 기억. 약속. 행동 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광화문광장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진실과 정의를 위해 싸우자 ‘4.16 세월호 참사 2주기 전국 대학생 대회’를 마친 대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2년 기억. 약속. 행동 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광화문광장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전국 대학생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데도 1시간 30분 동안 꿋꿋하게 행진을 이어갔다. 이 모습을 본 시민들이 뜨거운 박수로 격려하기도 했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