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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은 보수화하고 있는가?

파병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는 서울대 학생들

지난 45호 신문에서 한규한 씨는 2005년도 대학 총학생회 선거 결과의 특징으로 서울에서 ‘비운동권’을 표방하는 후보들의 대거 당선을 첫번째로 꼽았다. 그러면서 현재 ‘비운동권’에게 유리한 이데올로기 지형이 대학에 형성돼 있고, 이런 상황에서 ‘비운동권’을 표방하는 ‘운동권’보다 ‘진짜 비운동권’ 후보가 더 유리했다고 암시했다.
심지어 “올해 대학 선거 과정에서 자유주의 노무현 정부에 대한 급진적 비판은 매우 드물었”고 “자본주의 경쟁 논리도 도전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들은 마치 지난 몇 년 동안 대학생들이 꾸준히 보수화됐고, 운동권의 쇠퇴와 비운동권의 부상이 장기적 추세라는 식의 널리 퍼져 있는 주장을 수긍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해 총학생회 선거는 노무현에게 표를 던졌던 꽤 많은 대학생들이 노무현의 우경화에 실망과 환멸을 느끼는 상황에서 치러졌다. 더는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게 된 이 집단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총학생회 선거 후보들의 과제였던 셈이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이 집단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쪽은 노무현보다 왼쪽에 있는 세력이었지, 노무현과 같거나 오른쪽에 있는 세력이 아니었다.(심지어 “비운동권”으로 분류되는 총학생회 가운데에도 명백히 노무현 왼쪽에 있는, 중도좌파 성향의 총학생회들이 여럿 있다.)
총학생회 입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에서도 이 점이 드러난다. 전국 66개 대학의 총학생회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유뉴스)한 결과, 정당 선호도 1위는 민주노동당(54퍼센트)이었고, 지지 정당이 없다(18.9퍼센트)가 열린우리당 지지(14.4퍼센트)보다 높았다. 한 신임 총학생회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열린우리당을 지지했지만 현 국회의 모습을 보고 실망이 커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고작 4.4퍼센트를 얻었을 뿐이다.
이런 사실들은 한국 대학이 급진화하고 있는 분위기임을 보여 준다. 이것은 오늘날 국제적인 반자본주의 운동의 상징이 돼 있는 체 게바라의 이미지를 내세운 서울대 Q선본(연대회의)이 큰 표 차이로 당선된 것에서도 확인된다. 한규한 씨처럼 서울대 Q선본의 당선을 현 총학생회가 지난해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어부지리로만 제쳐 버릴 수는 없다. 적절하게도 이들은 ‘첨단기술유출방지법안’(이공계 연구원들의 직업 이동을 제한하는 법안)에 반대하며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한 미래에 공감을 표했고, 학생들의 일상적 불만 사항(지저분한 도서관 화장실 등)을 대학 수익성 논리와 연결시켜 비판했다.
‘비운동권’ 후보들의 약진이 올해 총학생회 선거의 중요한 특징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학생운동의 성격 변화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고, 또한 장기적인 추세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그 동안 ‘비운동권’ 학생회 탄생으로 화제를 모았던 대학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 대학의 ‘비운동권’ 학생회는 곧 ‘운동권’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거나 엎치락뒤치락했다. 성균관대에서는 ‘비운동권’ 학생회가 몇 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좌파가 다시 성장해 올해 서울 캠퍼스에서는 득표면에서 ‘운동권’ 후보가 ‘비운동권’ 후보를 누르고 학생 다수의 지지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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