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노동법 개악을 ‘날치기’ 시도하고 있다. 사회당의 올랑드가 이끄는 프랑스 정부는 헌법 49조 3항을 근거로 국회 표결 없이 각료회의 결정만으로도 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10일 노동개악 강행 처리 방침을 선언했다.

이번 개악은 법률이나 산별 교섭으로 정한 노동조건을 사업장 차원에서 노동자에게 더 불리하게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시간을 늘리고, 해고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3월 초부터 프랑스에서는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학생과 노동자들이 수십만~1백만 명 규모의 시위와 파업을 연거푸 벌여 왔다. 청년을 중심으로 파리에서 시작된 밤샘 광장 점거 운동이 프랑스 곳곳으로 확산됐다. 5월 10일에도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고, 그 전 주에는 노동총동맹(CGT) 소속 노동자들의 항의 행동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 인터넷과 전화가 9시간 동안 마비되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법 개악 반대 운동이 격렬하게 벌어지자 올랑드 정부는 비교적 온건한 노총인 CFDT를 회유하려고 개악안의 일부 조항을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자와 청년들의 항의 운동은 가라앉지 않았다. 한편, 경영자 단체와 보수 진영은 정부가 일부 양보한 것에 반발했다.

4월 말까지도 올랑드 정부는 국회 표결로 개악안을 통과시키려 했다. 그러나 높은 반대 여론에 더해, 보수 야당뿐 아니라 사회당 의원 일부도 반대표를 던질 것이 예상되자 급기야 ‘표결 없이 통과’라는 꼼수를 택한 것이다.

사회당 정부가 표결 없이 강행처리 하겠다고 선언하자, 현재의 개악 수준에 만족하지 못한 보수정당 두 곳은 정부 불신임안을 10일 의회에 제출했고, 12일에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극좌파 정당인 좌파전선과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도 정부 불신임 찬성에 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야당 의원들만으로는 불신임 통과에 필요한 과반이 안 된다. 그래서 사회당 내에서 이번 노동법 개악안에 반대해 온 의원들이 불신임 표를 던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노동개악법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정부 불신임안에 표를 던지라고 사회당 의원들에게 요구하는 인터넷 서명운동에 하루만에 벌써 1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

사회당 총리이자 이번 개악안 추진에 앞장서 온 마누엘 발스는 "만약 우파가 제기한 정부 불신임 안건에 표를 던지는 좌파 의원이 있다면 얼마나 모순인가?" 하면서 사회당 의원들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노동법 개악 반대 활동을 해 온 사회주의자 바니나 귀디셀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불신임 투표가 치러지는 목요일에 국회로 행진할 계획이 잡혔습니다. 그러나 불신임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노동법 개악에 반대해 온 의원들이 과연 정부를 끌어내릴 것인지 믿을 수 없습니다. 만일 그들이 정부를 끌어내리지 않는다면, 우리가 행동을 건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동안 노동법 개악 반대 투쟁을 건설해 온 CGT와 노동자의힘(FO) 같은 노동조합들과 대학생연합(UNEF), 고등학생연합(UNL) 등의 청년 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발표해 이번 ‘날치기’를 비난했다. 그들은 5월 12일로 예정된 대규모 행동을 더욱 키우고, 5월 17일과 19일에도 대규모 항의 행동을 조직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프랑스의 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이번 ‘날치기’가 벌어지기 전부터 (당초 정부가 국회 표결 시기로 제시했던) 다음 주를 운동의 결정적 시기로 예상하며 하루 파업 이상의 행동을 건설하려고 노력해 왔다. 철도와 화물 노동자들은 이미 다음 주 전면파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 노력을 배가해, 올랑드의 ‘날치기’를 완전한 악수(惡手)로 만들어야 할 때이다.


12일에 치러질 정부 불신임 표결에 관한 내용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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