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석 목사 등이 주도해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자는 취지의 시민단체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가 6월 29일 설립됐다.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 대마 합법화를 둘러싼 논의가 시작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래 실린 기사는 “의료용”만이 아니라 대마초 자체를 합법화해야 하는 이유를 밝힌 것이다. <격주간 다함께> 46호(2004년 12월 22일)에 실렸다.

그 밑에 관련 기사로 링크 돼 있는 ‘마약 합법화를 옹호하는 주장’은 마약 문제를 자본주의 체제와 연결시킨 글로써, <월간 다함께> 7호(2001년 12월)에 실렸다.


대마초 흡연으로 여러 차례 구속된 영화배우 김부선 씨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헌법의 행복 추구권을 위배한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하자 대마초 합법화 논쟁이 불붙었다.

영화감독 박찬욱 씨 등 문화 예술인 112명은 김부선 씨의 위헌 소송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합리적 마약 정책 수립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 한국마약범죄학회 전경수 회장은 “대마초는 히로뽕, 코카인 등 다른 마약에 비해 중독성이 현저히 낮으므로 다른 마약과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청은 “보건·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만한 지극히 위험한 주장”이라며 대마초 합법화 주장을 일축했다. 

대검찰청 마약과는 “대마는 암 유발 물질을 담배보다 훨씬 많이 함유하고 있고 다량 섭취할 경우 심장마비, 뇌세포 및 면역 체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담배처럼 연기를 들이마시는 대마초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어떤 증거도 지금까지 제시된 바 없다. 사람들이 주로 피우는 부분인 대마 봉오리에 함유돼 있는 타르는 담배의 33퍼센트에 불과하다.

오히려 대마초는 담배 흡연자와 폐암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 사용된다. 기도를 확장해 폐에 축적된 이물질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 모든 암환자에게 대마초는 부작용이 최소화된 진통제와 식욕촉진제로 이용될 수 있다. 그 외에도 대마초는 천식·다발성 경화증·간질·녹내장 등의 치료에 이용된다.

진짜 위험한 기호품은 담배와 술이다. 1998년 유엔 마약위원회 통계를 보면 담배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43만 명, 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11만 명이었다. 반면 대마초로 인한 사망자는 지금껏 단 한 명도 없다. 

대마초가 담배나 술보다 중독성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완전한 착각이다. 니코틴은 대마초보다 의존성이 6배나 높고 알코올은 4배 높다. 금단성은 니코틴이 대마초보다 4배 높고 알코올은 6배 높다. 내성도 니코틴이 5배, 알코올이 4배나 높다. 

게다가 대마초는 담배나 술처럼 독하게 마음 먹어도 끊기가 힘든 신체적 의존성이 아니라 심리적 의존성만 관찰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마약을 범죄시하는 사람들은 대마초가 별로 해롭지 않은 순한 마약일지 몰라도 일단 대마초에 손대기 시작하면 헤로인 같은 강력한 마약으로 이끌린다는 ‘관문 이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에 30그램 정도의 대마를 소지하거나 흡연하는 것 정도는 용인하게끔 아편법을 개정한 네덜란드에서 헤로인 중독자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네덜란드의 강력 마약 중독자 수는 유럽에서 가장 낮다. 반면 대마초를 가혹하게 규제하는 미국은 인구 10만 명 당 헤로인 중독자 수가 네덜란드의 갑절이다. 대마초 평생 사용률도 네덜란드는 5퍼센트대로 떨어진 반면 미국은 33퍼센트에 달한다.

이쯤돼서 할 말이 없어지면 지배자들은 대마초 같은 마약이 범죄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1년 형사정책연구원의 발표를 보면, 마약류 수용자의 범죄조직 연루 관계 조사에서 76.6퍼센트가 범죄 조직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마약을 구입하기 위해 강도나 절도 행위를 한 사람은 2.1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일을 해서 번 돈으로 구입한 사람들이 63.5퍼센트이고 친구나 친지 들에게 돈을 빌려 구입한 사람이 9.4퍼센트다. 이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마초나 마약이 도둑질을 해야 할 정도로 비싸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면 합법적 마약인 알코올이 술집이나, 거리, 가정에서 일어나는 범죄와 관련 있다는 것은 매우 확실하다. 

영국의료협회가 1989년에 낸 보고서를 보면, 살인 사건의 60∼70퍼센트, 상해 사건의 75퍼센트, 가정 폭력의 50퍼센트가 음주와 관련돼 있었다.

오히려 마약을 불법화하는 것이 범죄 조직을 키워 준다. 마치 미국에서 금주법이 횡행했을 때 불법화한 알코올 장사로 마피아들이 엄청난 돈을 긁어 모아 번창한 것처럼 말이다.

자본주의는 엄청난 실업과 가난이 존재하는 ‘고통의 바다’다. 

헤로인은 마음을 가라앉혀 주며 코카인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담배는 암을 유발하지만, 몇 분 내에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 10대들은 불우한 가정 환경이나 부모들이 실업자일 경우에 본드를 흡입하는 확률이 더 높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을 물건으로 취급하며, 정상적인 육체 대사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와 고통과 불행을 만들어 낸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에서 일시적인 행복이나 위안을 주는 물질은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이 된다.

물론 마약이 세계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우리는 마약 복용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에는 반대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현재 담배 광고에 쓰이는 돈이 담배의 폐해에 관한 교육에 쓰이는 돈보다 30배나 더 많다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마약이 불법화돼 있으면 마약 사용자들은 마약의 폭력, 조직화된 범죄의 폭력, 경찰의 폭력, 그리고 때로는 의료인들의 폭력의 제물이 될 수 있다. 

범죄화는 마약에 대한 연구, 정직한 논쟁,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 유해 물질 축소 정책의 개발을 위협한다. 범죄화는 대마초 같은 마약을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해한다. 

대마초를 비롯한 모든 마약이 합법화돼야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고통을 이용해 막대한 돈을 긁어 모으는 마약 자본가들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