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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강행 추진:
지금 힘을 집중해 싸워야 한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박근혜가 6월 9일 공공기관장 회의를 직접 주재해 성과연봉제 도입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하자, 각 공공기관 사측은 몸이 달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

보훈병원 경영진은 5월 1일 노동절에 노조 위원장 집 앞에 진을 치고 다섯 시간 동안 초인종을 눌러 대며 성과연봉제 ‘합의’를 종용했다. 위원장이 피신하자 사측은 팀을 4개나 꾸려 위원장을 찾아내는 데 혈안이었다. 이런 강압에도 ‘합의’를 얻지 못하자 사측은 ‘서면 이사회’를 열어 불법적으로 성과연봉제를 통과시켰다.

인천항만공사 사측은 성과연봉제 조합원 투표가 63퍼센트로 부결되자 퇴근하는 위원장을 감금하고 합의를 종용해, 노조가 경찰을 불러 감금에서 풀려나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또 노조와의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해 직원 설문조사와 개별 동의서를 받아 추진하는 꼼수를 시도한 곳들도 여럿 있다. 그런데 이조차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인 곳들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기관 1백20곳 중 53곳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됐다고 발표했지만, 32곳은 이미 성과연봉제가 도입돼 있는 곳이고 나머지 21곳 중 절반가량에서는 불법 도입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공공운수노조).

1차 저지선 박근혜는 공공부문에서 임금체계를 신속히 개악해 민간 기업으로 확산하려고 한다. 공공부문의 투쟁 건설과 이 투쟁을 지지·연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사진 이미진

공공기관 노조들과 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에 이토록 반발하는 것은 성과주의 확대가 낳을 결과가 얼마나 해악적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임금과 승진을 위해 경쟁에 내몰리고 성과평가자인 상급자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한다. 이는 작업장에서 관리자들의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경쟁 강화는 공공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위협한다.

“벨이 울리면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변화무쌍한 현장에서 동료와 함께 유기적으로 결합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소방관에게 성과 강요는 “안정적인 소방 서비스 제공”을 위협한다. “성과연봉제 도입이 아니라 소방 인력·장비에 예산을 투입해 부족한 소방서비스 체계를 개선”하라는 요구는 정당하다.

노동자들은 제한적이지만 공공기관에 이미 도입된 성과주의의 폐해를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0년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보험료 목표 징수율을 높이고 이를 위해 성과 경쟁을 강요했다. 이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수많은 생계형 체납자들을 쥐어짜라는 요구였다.

철도는 운전, 차량 정비, 선로 보수 등 모든 업무가 협업으로 진행되고 각 업무들이 유기적이고 협력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래서 개인별 성과 평가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반발하는 것은 정당하다.

지금 정부는 이런 정당한 반발을 강압과 임금 동결, 경영평가 불이익 조처, 그리고 온갖 불법을 자행하며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불법 강행

공공기관들의 막장 행태로 인해 불법 논란이 커지자 5월 12일 노동부 장관 이기권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조가 논의를 계속 거부하면 일방적으로 도입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며 개의치 말고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 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노조나 노동자들의 동의를 거치게 돼 있는 근로기준법을 대놓고 위반하라는 것이다.

다음 날 박근혜와 여야3당 원내대표들이 만난 자리에서 더민주당이 성과연봉제 일방 강행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박근혜는 ‘무조건 추진’을 강경하게 피력했다. 정부가 불법 논란을 감수하고서도 성과연봉제 시행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지금 정부는 총선 참패로 노동법 개악이 당분간 어려워지자 해운·조선업 구조조정과 공공부문 공격을 밀어붙이며 노동 개악을 현장에서 직접 관철하려 한다. 6월에 석탄공사 폐쇄 방안을 필두로 한 에너지 부문 공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민영화와 구조조정 방안 발표도 예고했다. 기재부는 대기업이 전력·가스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고 발전사 등의 지분을 매각하는 민영화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는 봉합되지 않은 여권의 분열과 보수층 지지세 약화 등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의 동력 누수를 막기 위해서도 구조조정과 노동 개악 추진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이와 같은 정부의 계획을 좌절시키기 위한 노동자 투쟁을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노동운동은 부실 기업 지원의 책임이 금융 공기업 노동자들에 있는 양 비난하고 공기업 부채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정부의 위선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공공부문 공격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총선 참패로 노동자들의 사기가 높아진 것을 잘 이용해 투쟁 조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때 여소야대 국회를 노동자 투쟁에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이것이 야당과의 체계적 공조나 국회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최근 박근혜와 만난 자리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원내대표들은 ‘성과연봉제 도입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일방 추진은 문제’라고만 말했다. 이를 보건대 두 부르주아 야당은 노조들과 노동자들의 압력 때문에 정부를 비판하긴 하지만, 진지하게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19대 국회 임기 막판에 더민주당이 병원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에 동조했던 것을 봐도 이들의 불철저함을 알 수 있다. 이런 태도는 두 당의 친기업적 뿌리와 정규직 노동자들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보는 근본적 한계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따라서 20대 국회 대응과 정치권 압박이 노동자 투쟁을 대신하거나 노동자 투쟁이 그에 종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과연봉제 강행을 저지하려면

최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은 6월 18일 대규모 공동 집회와 9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노조들과 한국노총 금융노조가 핵심 부대인데 6월 집회는 꽤 큰 규모로 치러지리라 예상된다. 정부가 연말까지 성과연봉제를 계속 추진할 것이므로 하반기까지 투쟁을 지속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 공격의 속도와 강도는 노조들의 예상을 앞지르는 수준인 듯하다. 정부는 상반기에 금융 공기업들과 철도 등의 대형 공기업들에 성과연봉제를 관철해 이를 동력으로 나머지 기관들과 민간 기업에도 확대해 가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공공운수노조의 주요 노조들이 상반기에 힘을 집중해 파업 등에 나서야 한다.

특히 이기권의 발언 직후 철도공사 사측이 노조가 성과연봉제 합의를 계속 거부하면 6월 중 노조를 제치고 이사회를 열어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철도노조 집행부는 공공운수노조 집행부와 함께 조기 교섭을 하기로 결정했다. 성과연봉제 교섭 결렬을 예상하고 쟁의권 확보를 서두르겠다는 구상은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본격적인 투쟁 태세를 갖추고 파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박종선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은 사측의 일방 강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파업 등 투쟁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무엇보다 4월 말에 열린 철도노조 결의대회에 5천여 명이 모여 자신감이 살아나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지역에서 여러 지부들이 연합해 성과연봉제 반대 집회들을 개최하는 것도 고무적이다.

성과연봉제 강행 전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철도 같은 핵심 사업장에서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하고 저지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철도노조의 좌파적 활동가들이 지도부에게 투쟁 조직을 촉구하는 것과 동시에 기층에서 투쟁 건설에 박차를 가하며 파업 준비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