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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기간 보장 받으려면:
기층 운동 건설에 신경써야 한다

19대 임시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될 듯하다. 5월 12일에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농해수위)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특별법 개정안은 새누리당의 완강한 반대 속에 법안 소위를 통과되지 못했다.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은 뻔뻔하게도 더민주당이 농해수위를 단독개최한 것을 규탄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5월 13일 여야 3당 원내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을 6월 이후로도 보장하는 것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박근혜는 “그걸 연장하면 세금도 많이 들어가고 여론도 찬반이 있다”며 “국회에서 협의해서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월 27일 언론사 보도국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을 되풀이한 것이다. 총선 패배 후유증에서 벗어나 노동계급을 공격하려는 박근혜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인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 쟁점이 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 한다.

시행령 개정이라는 ‘꼼수’

그러나 세월호 참사 2주기를 계기로 특조위 조기 강제 종료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력해지자 슬그머니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새누리당은 7월 세월호 인양 후 특조위가 선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언론에 흘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이 6월 30일에 종료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 데다가 선체 조사로만 활동을 한정한다는 문제점이 명백하다. 시행령 개정 의사 흘리기를 통해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 세력을 교란시키려는 얕은 수작이다.

따라서 유가족들과 4·16연대의 요구대로 특별법을 개정해 특조위의 활동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특별법 개정안에는 ‘위원회 활동기간 내에 세월호 인양 후 선체에 대한 정밀조사가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활동기간을 세월호 선체인양이 완료되어 위원회의 선체조사가 시작된 날부터 6개월이 되는 날까지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검찰의 조타 실수로 인한 대각도 변침 주장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가장 중요한 증거인 선체를 특조위와 유가족들이 정밀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사 대상인 해수부가 단독으로 선체를 조사하게 해선 안 된다.

세월호 참사는 청년들에게 정치적 각성의 계기였다. '세월호 세대'는 2주기 집회에 참가해 운동에 대한 변함 없는 지지를 보여 줬다. 이런 가능성과 잠재력을 운동 건설과 연결해야 한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 문화제에 참가한 대학생들. ⓒ이미진

여소야대

일각에서는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라 특별법 개정이 가능하리라는 낙관적 전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믿어서는 안 된다. 이미 더민주당은 세월호 참사를 부른 민영화를 확대할 병원 인수 합병안을 새누리당과 야합하려다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의료 민영화 반대 단체들이 더민주당 당사 안 농성을 벌이자 슬그머니 후퇴했다. 무엇보다 두 자본주의 야당은 2014년에 유가족들의 염원은 반영하지 않은 반쪽짜리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야합한 주범들이다. 따라서 4·16연대는 자본주의 야당과는 독립적으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진상 규명 활동 보장 요구를 알리고 국회 밖에서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형성해야 한다.

박주민 당선자가 20대 국회에서 큰 구실을 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꽤 있을 테지만, 더민주당 내의 압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최근 박주민 당선자는 더민주당 내 당선자들을 상대로 법안 개정 동의 서명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운동이 요구하는 ‘사법경찰의 권한’에 관한 조항을 개정안에서 삭제했다. 이 조항은 사실상 특조위가 수사권을 갖도록 하자는 것인데, 반쪽짜리 특별법으로 특조위가 이렇다 할만한 활동을 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권한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최근 특조위가 ‘전원 구조’ 오보와 유가족들을 폄훼 보도한 책임을 물으려 MBC 사장 안광한과 전 보도본부장이자 현 대전MBC 사장인 이진숙에 대한 동행명령권을 발동했지만 이들은 몰래 건물을 빠져나가 출석에 불응했다. 이들에 대해 1천만 원 벌금을 물리는 것 외에는 강제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특조위 권한의 한계가 또 한 번 드러난 것이다.

특별법 개정이 국회에서 처리돼야 하지만 운동의 시야를 당장의 의회 내 세력관계로 좁혀선 안 된다. 특별법이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되려 해도 국회 밖에 활동의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 국회 밖에서 대중 투쟁을 건설해 국회와 박근혜를 압박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진실 규명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014년 특별법 제정 운동의 경험을 돌아보자. 2014년 정부와 주류 정당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생색내기 애도로 끝내려 했다. 당시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을 요구하며 국회 내 농성, 청와대 앞 농성, 거리 항의 시위 등을 하며 여야를 압박했다. 매주 수만 명이 거리 시위에 동참했고 단기간에 6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특별법 서명에 동참했다. 이런 과정 때문에 여야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의 가이드 라인 하에서 새누리당이 완강하게 반대하고, 새정치연합은 기소권에 대해 처음부터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다 나중에는 수사권마저 포기하며 세 번이나 유가족의 뒤통수를 쳤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운동 내 일부 온건파 리더들이 이 과정에서 국회 안 협의에 골몰하다보니 새정치연합(현재 더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수용할 만한 수준으로 요구를 후퇴시켜야 한다는 압력에 취약해 졌다. 국회 안 세력 관계를 최우선하다 보면 또 다시 이런 약점에 빠질 우려가 있다. 운동의 무게 중심을 국회 밖 투쟁 건설에 분명히 두는 게 중요한 이유다.

설령 특별법 개정이 난항을 겪더라도 특별법 개정안에 담은 진실 은폐 저항의 의의와 정당성을 옹호하며 원칙있게 싸우려 해야 저항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 지난 2년의 운동을 돌아보면 이게 진상 규명 운동을 전진 시키는 데 이로웠다.

정조준

정의당을 포함해 진보·좌파 당선자들이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충분히 활용해 운동의 자신감을 불어 넣으려 애써야 한다. 정의당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서도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하며 당장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청문회 등을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주류 정당들의 보여 주기 식 “협치”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정의당은 20대 국회 핵심 과제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꼽고 있기도 하다.

한편, 4·16연대는 지금 유가족들이 절실하게 촉구하고 있는 3차 청문회가 정부를 겨냥해 열어야 한다고 특조위에 적극 요구해야 한다. 물론, 특조위가 박근혜 정부를 정조준하려 들면 만만치 않은 공격이 벌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청와대 당일 행적을 조사 대상으로 올린 것만으로도 여당 추천 특조위원들이 전원 사퇴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특조위가 성역 없는 조사를 하려고 해야 청문회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질 것이고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의 정치적 명분도 더 분명하게 확보할 수 있다. 향후 정부 여당의 방해 공작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기층이 운동 건설에 신경 써야 한다.

참사 2주기 집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이 쟁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고 유가족들의 호소에 행동으로 응답하려는 지지가 여전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를 한국전쟁 이후 가장 충격적 사건으로 꼽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 각성의 계기였다. 박근혜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려 하면 할수록 불만과 분노도 깊어질 것이다. 이윤 중심 체제와 이를 수호하는 국가의 실체를 생생히 보여 줬다는 점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여러 불만들이 모이는 정치적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대선 전후에 거듭 정치적 핵심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에 진지하게 나선 활동가들은 박근혜 정부와 주류 정당들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며 기층의 투지를 유지하려 해야 한다.

최근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이윤 체제와 국가 기관에 대한 분노를 다시금 자아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이 줄곧 요구해 온 안전사회 건설의 필요성이 다수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도 분명해 졌다. 운동의 정당성을 널리 알리며 긴 안목으로 집요하고 원칙 있게 투쟁을 건설하려 해야 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이윤 중심 체제의 문제와 연결하려 해 온 좌파들은 이 체제를 멈출 힘을 갖고 있는 노동계급이 진실 규명에 나설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려는 활동을 벌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