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12년에 제기된 군형법92조의6에 대한 위헌 심판 결정이 연기된 바 있다. 2002년과 2011년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리며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번 위헌 심판 결정을 앞두고도 반(反) 성소수자 단체들은 군형법92조의6 폐지를 결사 반대하고 있다. 위헌 심판 결정은 이번 달 내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위헌 심판 결정을 앞두고 군형법92조의6 위헌 소송 대리인 한가람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에게서 이 조항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군형법92조의6의 핵심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군형법92조의6은 이른바 군형법상 ‘추행’죄라고 합니다. 이 조항은 1962년도 군형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있었던 법이에요. 이 조항은 연원을 파고 들어가보면 미국 전시법의 소도미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소도미라 하면 ‘비자연적인’ 성관계를 처벌하는 법률인데, 사실 남성 간 성관계뿐만이 아니라, 구강성교라던가, 이성 간 항문성교라던가, 수간까지 포함해서 처벌하는 매우 모호하고 폭넓은 조항이었습니다. 이 조항을 한국에 옮겨오면서 소도미를 ‘계간’으로 번역했던 것입니다. ‘계간’을 처벌하는 조항은 일제 때도 있긴 했어요. 그러나 현재 군형법상 ‘추행’죄는 미국 전시법에 좀 더 가깝습니다. 일종의 서구의 동성애 처벌법을 수입한 셈이죠.

‘계간’이라 하면 남성 간 성행위를 비하하는 말입니다. 이 조항의 입법 목적이 굉장히 명확한 거죠. 군대 내에서 동성애를 처벌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군대에서 이성 간 성관계는 처벌하지 않는데 동성 간 성관계는 처벌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고 평등원칙에 위배됩니다.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법 조항 자체가 ‘추행’을 처벌한다고 하고 있어요. ‘추행’이라고 하면 다들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지 누가 동성애라고 생각합니까? 추행이라는 단어가 ‘추한 행위’를 줄인 말인데, 결국 ‘동성애 = 추한 행위’라고 보는 것입니다. 시각 자체가 완전히 차별적인 것이죠.

비록 ‘항문성교’로 용어가 바뀌었지만 ‘계간’이라는 표현과 ‘추행’이라는 표현 때문에 이 법이 성폭력을 처벌하는 법으로 많이 오해됐죠. 이런 차별적인 용어가 여러 법적, 사회적 영향을 많이 끼치거든요.

군형법92조의6에 근거해 동성애를 처벌한 사례는 어떤 게 있나요?

휴가 중에 두 병사가 집에서 성관계를 한 것이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연인관계로 볼 수 있는 두 병사가 그것도 휴가 중에 한 성행위를 왜 처벌할까요? 만약 이성애자 군인 커플이 휴가 중에 자기 집에서 성관계를 한 것이 처벌 대상이라면 진짜 이상한 거잖아요? 부부관계면 더 이상하잖아요?

사실 이 조항이 더 문제인 건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성애자에게 굉장히 불리하게 적용되는 법이라는 거예요. 군형법상 ‘추행’죄는 원칙적으로 쌍방을 처벌해야 해요. 왜냐면 군형법상 ‘추행’죄는 강제성요건이 없어서 강제적이지 않은 성관계도 처벌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추행’이라는 용어 때문에 이 조항이 성폭력 처벌 조항이라는 오해가 있고, 그러다 보니 가해자, 피해자 구도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저희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사건인데요. 합의 하에 동성애자 후임병과 선임병 사이에 성적 접촉이 있었는데 어쩌다 그 일이 부대에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성애자로 알려진 병장이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순간 모든 게 끝나버린 거죠. 이성애자로 알려진 병장은 피해자가 됐고, 동성애자로 알려진 후임병은 가해자가 된 거죠.

그런데 만약 선임병이 ‘내가 당했다, 피해자다’라고 했다면 군형법상 강제추행죄(92조의3)를 적용해 후임병을 처벌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군형법92조의6을 적용해서 동성애자만 처벌했습니다. 그것 자체가 굉장히 이상한 것이죠.

피해자가 처벌받은 사례도 있죠. 직속 상관 장교가 동성애자 병사에게 사무실에서 둘이 있을 때, ‘너 동성애자 아니냐’ 하면서 구강성교를 협박하듯 요구했어요. 이 병사는 응할 수밖에 없었고, 그 후 성폭력으로 신고했는데, 도리어 둘 다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받았어요. ‘넌 동성애자니까 너도 즐겼을 거 아니냐, 그러니까 너도 처벌받아’ 이런 거죠. 그래서 둘이 똑같이 40여 일 동안 구속됐어요.

동성애자라고 부대에서 알려지면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해도 동성애자만 처벌받는 거고, 동성애자가 성폭력 피해를 입으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이 처벌을 받는 거예요. 이 조항이 있는 한, 군대 내 동성애자 병사의 커밍아웃이나 존재 드러내기, 안전한 군생활 등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죠.

우파들은 이 조항이 없어지면 군대 내 동성 간 성폭력이나 강제추행을 처벌하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합니다. 이전 헌법재판소 재판에서도 군측은 합헌을 주장하면서, 이 조항으로 강압에 의한 동성 간 성관계도 처벌했다고 근거를 댔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13년도 이전에는 성범죄가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범죄]였어요. 그래서 1심 판결이 나기 전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해서 법원에 제출하고, 고소를 취하하면 처벌할 수 없었어요.

과거 군대 내에서 벌어진 동성 간 성폭력 사건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1심 이전에 합의를 하면 더는 성범죄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군측이 공소장을 바꿔서 군형법상 ‘추행’죄를 적용했습니다. 이 조항은 강제성 요건이 명시적으로 없어서 강제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어요. 성범죄 친고죄를 우회하기 위한 조항으로 변칙적으로 쓰였던 거예요. 군측은 그런 변칙 사항을 근거로 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군형법상 ‘추행’죄로 동성 간 성범죄를 처벌할 때도, 굉장히 편협한 방식으로만 처벌합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2008년도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입니다. 중대장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복도에서 다수의 중대원들의 양 젖꼭지를 잡아 비틀고, 손등으로 성기를 친 사건이었어요. 피해자가 다수였고, 피해자들이 중대장을 고소해서 사건이 대법원까지 갔죠. 그런데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라고 했어요. 왜냐면 군형법상 ‘추행’죄는 동성애 처벌법인데, 중대장의 행위가 동성애적 성적 만족행위가 아니라는 거에요. 그런 성폭력은 무죄고, 병사들이 휴가 나와서 성관계 한 건 유죄고, 이건 좀 이상하죠.

2013년도 성범죄가 비(非)친고죄가 된 후, 고소가 있건 없건 처벌할 수 있게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동성 간 성폭력을 강제추행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강제추행죄를 적용해야 하는데도, 군형법상 ‘추행’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대략적인 경향은 강제추행죄가 형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보기에 경미한 동성 간 성범죄는 군형법상 ‘추행’죄를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성 간 성범죄와 동성간 성범죄를 따로 구별할 필요가 없고, 동성 간 성범죄도 군형법상 유사강간죄, 강제추행죄 등 조항으로 처벌하면 됩니다. 성범죄가 비친고죄가 됐기 때문에 군형법 92조의6이 합의 하에 벌어지는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이라는 게 더 명확해졌어요.

군대 내 ‘특수성’ 때문에 동성 간 성행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우파들은 주장합니다.

동성 간 성행위는 편견과 사회적 낙인 때문에 뭔가 문제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동성간 성행위와 성폭력을 구별을 잘 못해요. 헌법재판관들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와 성폭력을 제대로 구별하지 않고 결정문 써내는데 굉장히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고 부끄러운 결정문이 나옵니다.

그런데 군대 내 이성 간 성관계와 달리 왜 동성 간 성관계는 형사법으로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아야 할까요? 벌금형도 없거든요. 이성 간 성관계도 문제가 있는 경우 이른바 성 군기 위반으로 징계를 주긴 하지만, 동성 간 성관계는 형사법으로 처벌합니다. 형사법 처벌은 [군기 위반과] 징계절차가 완전히 다릅니다. 수사기관이 동원되고요, (2년 이하의) 징역형뿐이라 구속되는 경우가 많아요. 재판을 가더라도 힘든 과정이죠. 변호인 필요하죠, 비용도 많이 들죠. 그런 차별적 상황에 놓이게 하는 게 과연 온당한지 물음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동성 간 성관계가 군 기강을 해치냐고 물을 게 아니라 성관계 자체가 군 기강을 해치냐고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우익들이 이 법을 지키려고 달려드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조항은 동성애 자체를 ‘추행’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원칙이 명시돼 있고, 여러 조례와 행정규칙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군형법상 ‘추행’죄에 동성애가 추한 행위라고 법률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이 적용된 예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군대 내에서든 사회적으로든 상징성이 굉장히 크죠.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과 낙인들을 만들고, 동성애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동성애=불법’ 도식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래서 반(反)성소수자 단체처럼 동성애를 없어져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동성애를 불법적인 것, 비합법적인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죠.

동성애 처벌법이라는 것 자체가 서구 기독교적 전통에서 만들어졌다가 당시 제국주의 국가였던 나라들에선 이제 다 사라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식민지 국가였던 인도, 싱가폴, 한국, 아프리카의 국가들에 여전히 남아 있죠. 우파들은 이런 서구의 폐지 흐름에 반대하며 오히려 과거의 처벌 조항들을 되살리고 싶어하고 싶은 거겠죠.

군대 내 동성애 처벌 법률이 있었던 다른 나라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미국에 군대 내 동성애 처벌 조항이 있었죠. 2003년 미연방대법원에서 ‘로렌스 대 텍사스’ 사건이라는 유명한 재판이 있었습니다. 텍사스 주법에 소도미 처벌 조항이 있었는데, 연방대법원에서 위헌판결이 났습니다. 이 위헌판결로 미국의 몇 개 주에 남아 있던 소도미 법이 전부 무력화됐죠.

미국의 통일군사법전(UCMJ)에 소도미 조항이 여전히 살아 있었어요. 그런데 ‘로렌스 대 텍사스’ 사건 이후로 2013년 통일군사법전에서도 결국 소도미 조항이 폐지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한국과 같은 동성애 처벌법은 없어요.

그러나 미군과 한국군은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염두에 둬야 해요. 미국은 모병제 국가입니다. 반면에 한국은 징병제 국가인데다 누구도 선택해서 군대에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군형법상 ‘추행’죄는 더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동성 결혼한 외국인들은 한국에 들어올 때, 배우자 비자로 못 들어 옵니다. 유일하게 들어올 수 있는 동성 커플은 미군이에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개정돼서 배우자의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미군인 동성 커플은 들어올 수 있는 것이지요.

페루도 군대 내 남성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법이 있었는데 위헌 결정이 났습니다. 과거 동성애자의 군 복무를 못하게 했던 나라들도 그런 법이 다 사라졌어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스라엘 등에서도 동성애자가 복무할 수 있게 됐습니다.

19대 국회에서 군형법92조의6 폐지안이 발의된 것은 어떤 상황인가요?

2013년도에 저희가 19대 국회에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하라는 입법청원을 했어요. 그게 한국에서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서명 중에서 최대였어요. 입법청원에 매우 구체적인 인적 정보가 필요했거든요. 도장까지 필요했어요. 그런데도 5천여 명이 서명을 해 국회 입법청원을 했어요. 그 뒤 진선미 의원이 다른 의원들과 함께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자는 안을 최초로 발의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특별히 논의가 되지 않았어요.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군형법92조의6 폐지안은 자동 폐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08년 처음으로 군형법 92조의6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한 지 벌써 8년이 흘렀습니다. 한가람 변호사께서는 초창기부터 군형법 92조의6 폐지 운동에 적극 뛰어드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군형법 92조의6 폐지 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군형법상 추행죄는 싸우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추행’이라는 말 자체를 모두가 성폭력을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근데 뒤집어서 생각해야 하거든요. 동성애가 추한 행위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백히 동성애 차별적인 법이었죠.

성폭력을 처벌하는 법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게 쉽지가 않았어요. 초창기에는 그런 사실을 알리는 것 중점을 뒀어요. 최근에는 더 많이 알려지긴 했습니다.

그런데 군대 ‘특수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군대라는 특수성, 한국사회 안보 때문에 제약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러나 오히려 반대로, 군대라는 특수성이 있더라도 우리가 보장해야 하는 인권이 있고, 학교나 청소년, 수감자라는 특수성이 있다 하더라도 보장해야 할 인권이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우파들은 동성애를 금지하지 않으면 사회혼란이 벌어지고 국가가 약화되고 북한이 좋아한다는 식으로 주장합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우선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없애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 군대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라는 인식들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 싸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싸움들을 통해서 동성애에 대한 인식도 개선하고, 군대에서도 소수자의 인권이 최소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애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이 조항이 사라져야 차별금지법 제정, 다양한 가족구성권 및 동성연인 파트너쉽 보장도 논리적으로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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