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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동법 개악 반대 파업:
“법은 노조가 만드는 게 아니다”는 정부에 맞서 노동자들이 실력을 발휘하다

5월 넷째 주 노동법 개악에 맞선 투쟁이 프랑스를 마비시켰다. 그 열기는 인접국 벨기에까지 확산됐다. 이 기사는 프랑스 현지를 누비며 투쟁을 꾸준히 보도해 온 영국 사회주의자 데이브 수얼이 5월 27일에 쓴 글을 번역한 것이다.

지난 26일, 프랑스의 모든 핵발전소 19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자 권리를 지키는 파업에 돌입해 프랑스 전역의 전력 생산이 격감했다. 노동자 80여 명이 [서유럽 최대, 세계에서 여섯째로 큰 핵발전소인] 그라블린 핵발전소 앞에 불타는 타이어로 바리케이드를 쌓았다.

안 그래도 프랑스 정부는 이미 정유소 여덟 곳이 모두 파업을 벌이고 원유 저장소로 통하는 도로가 봉쇄된 데에 대처하느라 진땀을 흘리던 중이었다. 정부가 전략 비축유를 방출했는데도 석유 부족 사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주요 원유 수입항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가결해, 석유 부족 사태는 오히려 심화할 것이다.

[프랑스 최대 노총인] 노동총동맹 CGT 대변인 마리-클레어 카이투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핵발전소들에서 전부 파업을 가결했고, 그 중 열두 곳은 지난 밤 전력 생산량을 줄였습니다.

“나머지 일곱 곳도 오늘 아침 파업에 참여했습니다. 이제 정부는 전기를 수입해야 할 것입니다."

파업 노동자들과 파업 지지자들은 코르시카 섬에 있는 원유 저장소 두 곳을 모두 봉쇄했다. CGT 지부장 장-미셸 비온디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전국적 항의 행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저장소 안에는 노동자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사장들은 원유를 반출하려고 저장소에 진입하고 싶어합니다만, 우리가 그들을 저지할 것입니다."

노동법 개악안에 맞서 노동자들이 지난 주 파업 수위를 올리면서, 노동자들이 사회를 굴러가게 해 왔음이, 그리고 사회를 멈춰버릴 수도 있음이 밝히 드러났다.

26일에 벌어진 전국적 투쟁은, 지난 두 달 사이 여덟 번째로 벌어진 전국적 항의 행동이다. 신문 판매대에는 좌파 신문 〈뤼마니테〉 한 종만 깔렸다. 다른 모든 신문들이 CGT 위원장 필립 마르티네즈의 글을 싣지 않았기 때문에, 인쇄 노동자들이 모조리 인쇄를 거부한 것이다.

파업 노동자들은 센 강을 가로지르는 노르망디 교를 봉쇄하고는, 총리 마누엘 발스의 "오만함" 때문에 투쟁에 나섰다고 언론에 밝혔다.

노르망디 교 인근 르노 자동차 공장의 CGT 지부장 파비앙 글로아는 이렇게 말했다. "경찰들이 떼거지로 몰려 오길래, 우리는 충돌을 피하고자 다리로 갔어요. 그런데도 경찰이 다리로 다가온다면 그때 생길 충돌은 모두 경찰 책임입니다."

페이장 정유소 노조(FO('노동자의 힘'이라는 뜻) 소속)의 사무국장 제프 바피옹은 이렇게 말했다.

"매일 2백여 명이 피켓라인에 동참합니다. 매번 새로운 사람들이에요. 이들은, 우리만큼 정부를 압박할 수단을 자체적으로는 갖지 못하는 대신 우리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입니다."

낭트 국제공항도 파업 노동자들에 의해 봉쇄됐다.

낭트에 있는 에어버스 공장의 CGT 지부 사무국장 파스칼 부송은 이렇게 말했다.

"어제 공장에서 지부 총회를 열고, [총회에 참가한] 노동자 2백여 명이 만장일치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고 공항을 봉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공항 노동자들, 공항 근처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항만 노동자들 편에 서서 함께 투쟁할 것입니다."

당일 파업으로 그친 작업장의 노동자들도 집중 집회에 참가했다. 항만 노동자들과 공항 관제사들의 파업으로, 영국 포츠머스발 프랑스행 여객선들이 결항됐으며 항공 교통이 혼란을 겪었다.

철도·우편 노동자들도 하루 파업을 벌였으며, 다음 주에는 버스 노동자들과 다른 부문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설 것이다. 노동법 개악에 맞선 이 운동 덕분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걸고 투쟁에 나서고 있다.

세무 노동자들도 직장 폐쇄에 맞서 파업 중이다. 푸조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도 노동조건 공격에 맞서 파업을 벌였으며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창고를 점거했다.

전력·석유 부족 사태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업무량을 줄이고 있다. 파업 때문에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관중도 줄었다.

정부가 노동법 개악 시도를 철회하지 않으면 다음달 열릴 유로2016 축구대회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여 주는 경고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소수[가] 대중을 인질로 삼아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하며 노동조합, 특히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CGT를 악마화하려고 한다. 발스는 노발대발하며 의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나라의 법은 CGT가 만드는 게 아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수가 파업을 지지하는 것이 확연하고, 석유 부족 사태가 정부 탓이라 생각하며, 노동법 개악안이 철회되기를 바란다. 이 법안은, 노동자들이 그간 힘겹게 따낸 노동조건을 사장들이 공격하고, 노동자들에게 더 적은 돈으로 더 오래 일 시키고, 해고 시 기업이 져야 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도록 하는 법안이다.

최근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는 이번 저항이 1968년 5월 파업의 재림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해야만 했다.

노동법 개악안을 발의한 고용노동부 장관 미리암 엘 콤리는 26일 밤 TV 인터뷰를 취소해야 했다. 시위대가 방송국 창문을 두들기며 촬영을 방해한 것이다.

그러나 올랑드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앞서 일부 노동자들에게 양보했다가 새로운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명분만 제공하는 동시에 사장들이 [개악안이 일부 후퇴한 것 때문에] 새 노동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대선이 1년밖에 안 남은 지금, 올랑드와 발스에 대한 지지율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이들은 사장들이 원하는 대로 노동계급을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 주면서도 노동자들의 지지를 유지하길 바란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건대 이들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있다.

그래서 발스는 노조에게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스는, 내각에 참여하지 않은 사회당 의원들이 저항의 섟을 죽이려고 국민투표를 시행하자고 제안한 것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개악 내용 중 노동계가 가장 분노하고 있는 조항(전국 혹은 산별 협약을 작업장 단체협상으로 뒤엎을 수 있다는 조항)만이라도 철회하자는 사회당 일각의 제안에 대해서도 발스는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 발스는 “그 조항이야말로 이번 법안의 철학적 핵심이다” 하고 말했다.

정부는 노조 지도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내고자 한다. 그러나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노조 지도부들이 뒷걸음치지 않게 할 수 있으려면 투쟁이 계속 확산해야 한다.

벨기에까지 투쟁이 번지다!

무기한 파업에 나선 철도 노동자들

지난 25일 저녁, 벨기에 철도 노동자들은 파업을 선언하고 단 몇 시간 만에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은 사장들이 유급 휴일을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맞서면서 촉발됐다.

전국 어디서나 파업 참가율이 높고 노동자들이 주요 기차역을 모두 봉쇄했다.

열차 승무원이자 공공노조 CGSP 간부인 요르단스 크로아세르트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기계실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들은 같은 장소에서는 오랜 시간 함께 일하고, 연대 의식이 아주 강합니다.

그러자 금세 다른 부문 철도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섰어요. 마치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처럼 말이죠. 철도 노동자들 사이에 연대 네트워크가 있는데 지금 그것이 성공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입니다.”

철도 사장들은 유급 휴일을 줄이려 한다. 기존 유급 휴일은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이자 노동자들이 누적된 피로를 푸는 시간을 고려해서 정해졌는데 말이다. 게다가 사장들은 이미 인력과 예산을 줄인 바 있다.

지금 벨기에 정부도 프랑스처럼 노동권을 공격하고 있고, 그 때문에 [이번 철도 파업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24일에는 수도 브뤼셀에서 6만 명이 참여한 시위가 있었다.

요르단스는 또 다음과 같이 전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공격하는 현 정부는 깡패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현 정부의 정당성을 의심합니다. 애초 약속과 달리 극우 정당을 끌어 들여 연립정부를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25일 철도 사장들의 유급휴일 단축 발표는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한 올의 지푸라기’였습니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투쟁 방향을 민주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총회를 조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정부가 물러설 때까지 파업을 계속 이어가는 것입니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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