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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종료 위기에 처한 세월호 특조위:
아직 밝혀야 할 진실들이 많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실질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9개월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유가족들은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의 손과 발이 되길 바라며 특조위 활동 기간 보장을 위한 특별법 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특조위가 이룬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면서, 진실 규명 운동이 앞으로 전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반쪽짜리’ 특별법과 ‘쓰레기’ 시행령

유가족들은 기존의 특별검사 제도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독립적인 진실 규명 기구를 요구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요구를 지지하며 거리 시위에 동참했다. 그러나 정부의 악랄한 방해와 야당의 배신적 합의, 운동 내 온건파 리더들의 부적절한 타협으로 인해 2014년 11월, 제한적 조사권만 보장하는 ‘반쪽짜리’ 특별법(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제한적 조사권 등에 발목 잡힌 특조위마저 닫아 버리려는 박근혜 지난 3월에 열린 세월호 제2차 청문회. ⓒ이미진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반쪽짜리’ 특별법마저 무력화하려 했다. 제한적인 조사일지라도 진실의 실마리를 찾아내면 사람들의 진상 규명 의지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그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싶었던 것이다. 특조위 발족을 거듭 방해하던 정부는 급기야 정부가 파견한 고위직 공무원이 특조위의 전체 업무를 총괄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내놓았고 유가족과 수많은 사람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5년 5월, 이것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특조위는 처음부터 많은 한계를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빙산의 일각

특조위는 제한적 조사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선체 조사나 정밀과학 조사, 기록물 관리 등에는 아예 예산이 배정되지도 않았다.

정부의 방해도 끊이지 않아, 해수부가 새누리당 추천 특조위원들에게 ‘특조위가 청와대를 조사하려고 하면 보이콧과 사퇴 협박을 하라’고 지시한 문건이 폭로되기도 했다.

그 결과 특조위가 지금까지 밝혀낸 것은 전체 진상 규명 과제에 비춰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물론 아무 성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컨대 특조위는 2차 청문회에서 검찰의 세월호 침몰 원인 분석이 신뢰성 없는 시뮬레이션에 기반했을 밝혀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데이터인 AIS 항적도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경로를 그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목포해경 123정 승조원한테서 자신들이 구조한 사람들이 선원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고, 해경이 제출한 VHF(관제센터 통신 채널) 기록과 공용무선망(TRS) 녹취록에 조작과 왜곡 흔적이 있다는 점 등도 알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초입이다. 2015년 7월에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발표한 ‘세월호 인양, 진상규명, 안전사회 대안 마련과 추모 지원을 위한 82대 과제’를 보면 진상규명 11개 분야 33개 과제가 제시돼 있는데 이때 의혹으로 제기되었던 무리한 출항의 배경, 사고 시점과 정확한 원인 등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구조적 원인’(규제 완화, 정경유착)과 ‘청와대의 부실 대응 및 진상 은폐 시도’ 등 청와대나 해경 최상층부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기대에 충분히 부응 못한 특조위

4·16가족협의회는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하는 특조위를 향해 이렇게 당부했다.

“특별조사위의 활동을 ‘진상은폐위원회’로 변질시키려는 세력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에 굴복한다면 역사적인 특별조사위는 제 역할을 못한 채 특별법에 의해 보장된 시간만 버리게 될 것입니다. 이럴 때 특별조사위원회가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피해자와 국민의 응원과 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유가족 추천 비상임 특조위원인 이호중 교수도 이렇게 말했다.

“특조위 활동 기한이 보장돼야 하는 이유를 특조위가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청와대나 국정원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시도하는 등 대중들에게 특조위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특조위에는 이런 마음가짐을 충분히 공유하고 있는 특조위원들이 부족한 듯하다. 여당 추천 특조위원들이 아예 출석을 거부한 2015년 11월 이후, 나머지 특조위 위원들이 지난 7개월 동안 한 일은 두 번의 청문회를 제외하면 약 180여 개의 신청인의 조사 신청에 대한 조사 개시 여부 결정을 한 것이었다.

제24차 위원회에서는 청해진해운이나 한국선급 등에 대한 직권조사 계획을 내놓지 않는 것 때문에(특조위의 조사는 ‘직권사건 조사’와 피해자가 신청할 수 있는 ‘신청사건 조사’로 이뤄진다) “우리가 지금 활동 기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아직도 계획을 안 세우고 있다면 언제 할 생각이신 거예요, 도대체?” 하고 회의에서 불만을 터트리는 비상임 위원도 있었다. 이런 점을 볼 때 특조위의 성과 부진을 오롯이 정부 방해와 여당 추천 위원들의 탓만도 아닌 것 같다.

세월호 진실 찾기는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 ⓒ이미진

최근 6월 청문회를 제대로 계획하고 추진하지 않는 온건한 특조위원들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6월은 정부의 강제 조기 종료 협박에 맞서 특조위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아쉽게도 특조위는 6월에 3차 청문회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문회를 통해 진실의 실마리라도 들춰내고 운동에 힘을 불어넣기보다는 더민주당의 구실에 기대려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진상 규명의 전진을 위해

특별법에 규정된 특조위의 업무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 원인을 제공한 제도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며, 재해·재난의 예방 등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진정한 책임자를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동역학과 여기에 연관된 핵심 이해당사자들, 즉 자본과 국가를 조준하는 싸움일 수밖에 없다. 그런 싸움을 우회해서는 참사의 직접적 원인도 제대로 밝혀낼 수가 없다.

실제로 ‘82대 과제’가 제시하고 있는 안전사회 대책 4개 분야 24개 과제를 보면 기업주의 이윤을 위협하고 정부의 공적 투자를 강제해야만 가능한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선박 안전의 개선 대책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의 타당성을 점검하고, 공공부문 민영화의 대책을 강구하며, 안전의 주체로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방안에 대해 촉구하고 있다. 산업재해에 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산업부문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돼 있다.

세월호 참사는 무한 이윤 경쟁 체제인 자본주의와 그 체제를 지키고자 하는 국가 시스템이 만들어 낸 참사다. 그렇기에 진실을 규명한다는 것은 단순히 의혹을 해명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세월호 참사를 유발한 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파헤치고 그것을 통해서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시 되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