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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외주화와 인력 부족이 19세 노동자를 죽였다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9세 노동자(민주노총 여성연맹 은성피에스디노조 조합원)가 들어오는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죽는 참혹한 비극이 벌어졌다.

이번 사고는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며, 비용 절감을 금과옥조로 만든 체제의 비정한 논리가 낳은 구조적 살인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만 스크린도어 수리 도중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벌써 세 번째 일어났다(2013년 1월 성수역, 2015년 8월 강남역).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의 스크린도어는 2005년부터 설치됐는데, 당시 최저가 낙찰제와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 탓에 부실 시공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부실 시공은 잦은 고장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또 서울메트로는 서울도시철도공사보다 이용승객이 많아, 사소한 고장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런 고장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안전 관리를 위한 인력이 충분히 배치돼야 했다. 그래서 서울지하철노조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직접 운영할 것을 요구했었다. 정규직 노동자가 2인 1조로 스크린도어를 관리하는 서울도시철도에서는 스크린도어 사고가 2012년 이후 한 번도 없었다.

서울메트로에서 최저가로 낙찰을 받은 용역업체는 비용을 줄이려고 노동자를 소수만 고용해 작업에 투입해 왔다. 용역업체를 관리·감독해야 할 서울메트로 사측도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윤을 위한 비용절감, 외주화 등이 낳은 예고된 참사 구의역 사고 현장에 빼곡한 추모 메시지들. ⓒ사진 조승진

지난해 8월 강남역 사고 발생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은 “안전을 위해 2인 1조로 운영하고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말 인력을 28명 충원하겠다던 약속은 해를 넘겨 올 1월에 18명 충원에 그쳤고, 이 중 8명은 센서 청소를 위한 인원으로 배치돼 사실상 10명만 충원됐을 뿐이다.

뻔뻔스럽게도 서울메트로 사측은 “전자운영실과 역무실에 작업 내용을 보고해야 하는데 보고 절차가 생략됐다”며 고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

그러나 여성연맹의 기자회견문에는 고인이 처했던 상황이 잘 나와 있다.

“1인이 업무에 투입될 경우, 관제실에 연락하면 관제실에서는 2인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 투입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1시간 이내에 스크린이 오작동 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보수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19세의 청년은 시간에 쫓겨 현장에 도착해 바로 현장보수에 나섰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제실 연락은 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혼자서 목숨을 걸고 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은성피에스디 유지 보수 업무를 맡고 있는 우리 조합원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누구나 수차례씩 했다고 한다.”

고인도 인력 부족으로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업무를 감당해야 해서 식사 도중 현장으로 출동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작업 가방에 컵라면과 숟가락까지 가지고 다닌 이유였을 것이다.

그래서 고인의 어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하며 오열했다. “지금도 우리 아들의 온몸이 부서져 피투성이로 차가운 안치실에 누워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회사 측에선 지킬 수도 없는 규정을 만들어놓고 우리 아이가 규정을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을 하며 우리 아이의 과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정말 너무 억울합니다.”

외주화 금지

그간 외주화는 사측이 비용을 절감하며 그 고통은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방편으로 사용돼 왔다. 경제 위기 직후인 2008~09년에 서울지하철 양 공사가 외주화를 확대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업무만 아니라 양 공사 전동차의 주요 정비 업무들을 용역업체와 자회사가 맡고 있다. 또 다른 세월호 참사가 준비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지하철 양 공사 통합을 추진하면서, 즉각적인 직영화가 아니라 자회사로 편입한 뒤 4년 후에 직영화를 하겠다고 제시했었다. 그러나 자회사 전환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 당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직지부는 자회사 역시 또 다른 외주화에 불과하다며 시청 지하철 역사 내에서 직영으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였다.

현재 자회사로 운영 중인 도시철도ENG 노동자들도 자회사의 폐해를 생생히 증언한 바 있었다.

“사실상 업무 지시와 관리 등에서 자회사는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업무 중 현장 직원들이 문제점이나 의견 등을 제시해도 공사와 소통이 잘 안 됩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업무와의 협업도 중요한데, 유기성과 연대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이는 정비 불안과 누수로 이어집니다.”

서울시는 당시 통합안에서 중복 인력 조정을 명분으로 1천29명의 정원 감축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지하철은 외주화된 업무를 계산에 넣지 않더라도 대규모 인력 충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하철의 정규직 노동자들도 현장 인력이 부족해 센 노동강도에 고통받고 있다. 각종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일하고 있으며, 특히 도시철도 기관사들은 1인 승무로 인해 각종 정신질환과 스트레스에 시달려 올해도 우울증으로 한 노동자가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는 공공서비스의 질 및 지하철 안전과 직결된다. 공공운수노조가 기자회견에서 잘 지적했듯이, “지금은 일하는 노동자들이 죽어가지만 결국 이윤을 위한 안전업무의 외주화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박근혜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이나 전력과 가스 민영화 시도,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도 수익성을 위해 안전을 위태롭게 만드는 정책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이번 사고로 숨진 청년과 비슷한 상황에 내몰릴 것이다.

서울시와 지하철 양 공사는 모든 안전 업무에 대한 외주화를 금지하고, 안전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안전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대폭 충원해야 한다. 그럴 때 노동자와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강제하려면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투쟁들은 이윤을 위해 사람을 희생시키는 비정한 체제의 논리에 도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