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맥낼리는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마르크스주의자로, 한국에는 《글로벌 슬럼프》(그린비, 2011)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맥낼리는 착취받고 차별받는 사람들 편을 일관되게 들고, 자본주의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며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맥낼리의 경제 위기 설명에는 약점이 많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에 관한 설명이 그렇다.

맥낼리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 사이에 ‘만성적 위기’론이 널리 퍼져 있다고 주장한다. 만성적 위기론에 따르면, “서구 자본주의는 1948년부터 1973년까지 25년간 대호황기를 거친 뒤, 위기 혹은 침체에 빠져들어 그 이래로 거의 40년 동안 결코 회복되지 않았다.”(맥낼리 2011, 55) 그는 1970년대 초에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1982년부터는 지속적인 (신자유주의적) 회복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1982년 이래 25년간 이윤의 추세는 분명히 상승 곡선을 그렸고, 자본주의 체제는 지속적인 경기 팽창 물결을 창출했다.”

다른 많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의 견해와 충돌하는 맥낼리의 이 같은 주장은 몇 가지 논쟁을 일으켰다. 첫째, 1982년부터 2007년까지 ‘신자유주의적 팽창’을 초래한 원인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맥낼리의 용어로 세계 자본주의의 ‘공간적 재조직화’ 과정에서 중국이 차지한 구실에 대한 평가가 결부돼 있다. 둘째, 2007년 신자유주의적 팽창이 끝나고 위기가 도래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 쟁점은 맥낼리가 주장하는 ‘금융화’ 이론, 더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가 경제 위기를 겪는 근본 원인에 대한 설명과 연관돼 있다.

신자유주의적 팽창?

먼저 ‘신자유주의적 팽창’ 문제를 살펴보자. 맥낼리는 미국 경제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평균이윤율은 1982년부터 1997년까지는 그 이전 1964~82년의 18년간의 하락 경향성과는 반대 방향으로 지속 상승했다. 그리고 1997년부터 다시 하향곡선을 긋는다. 그러다 2001년 이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상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 1982년부터 1997년 사이 미국의 이윤율이 2배로 증가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맥낼리 2011, 87)

이 주장은 맥낼리가 자신의 책 《글로벌 슬럼프》의 86쪽에 수록한 그래프(1964~2001년 미국의 세전 이윤율)에 근거한다. 그러나 그는 이윤율이 저점을 기록한 1982년의 수치와 이윤율이 고점을 기록한 1997년의 수치를 비교한다. 이른바 통계 수치 왜곡 문제가 제기된다. 이윤율은 경기순환 주기에 따라 등락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장기적 경향을 보려면 한 주기 전체에 걸친 이윤율 추이를 보거나 최소한 고점은 고점과 비교하고 저점은 저점과 비교해야 한다.”(추나라, 조셉. 2012)

더 중요한 문제는, 맥낼리 식으로 보더라도 1982~97년에 이윤율이 두 배로 상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심지어 맥낼리가 제시한 그래프를 작성한 사이먼 모훈조차 1982~97년 미국의 이윤율 상승이 두 배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데 모훈은 ‘관리자 집단’이 자본의 대리인으로 행세한다고 보며 이윤율을 계산한다. 그러나 모훈이 ‘관리자 집단’이라고 부른 사람들은 노동자 계급의 19퍼센트를 이루고 있고, 그들의 임금은 전체 봉급의 15~35퍼센트를 차지한다(Roberts 2012). 관리자 집단의 최상위 일부는 몰라도 그 집단 전체를 자본의 대리인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모훈의 관점은 이윤율을 계산할 때 분모(임금에 해당하는 가변자본)에 포함시켜야 할 항목을 분자(잉여가치)에 포함시켜 이윤율이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지는 문제를 낳는다.

미국 기업들의 이윤율 추이와 관련해 안와르 셰이크, 프레드 모슬리, 로버트 브레너, 굴리엘모 카르케디, 앤드루 클라이먼, 마이클 로버츠 등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 시기에 이윤율이 회복됐지만 맥낼리의 주장만큼 크게 상승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셰이크는 미국 비금융권 기업 이윤율이 1982년 9퍼센트에서 1997년 13퍼센트로 상승했다고 지적하고(Shaikh 2011), 모슬리는 1970년대 말 11~12퍼센트에서 1990년대 중반 16~18퍼센트로 상승했다고 지적한다.[1]

즉, 맥낼리가 1982~2007년 신자유주의적 팽창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이윤율 상승과 경기 팽창 물결이 그만큼 두드러졌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크리스 하먼과 로버트 브레너 등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1973년 이후 세계경제가 지역적으로 불균등한 부분적 회복을 했을지라도 장기 호황기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맥낼리는 이들이 1948~73년의 장기 호황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만약 자본주의가 대호황을 계속 반복하지 못하게 되면 곧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졌다고 선언하게 된다”고 반박한다. 또한, “이 황금기는 결코 정상적인 게 아니었다.”(맥낼리 2011, 56)

1948~73년의 황금기가 자본주의 역사에서 이례적인 호황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맥낼리와 하먼·브레너 사이에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국가 개입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20년대 말부터 1945년까지 진행된 자본주의의 변화(국가자본주의적 축적)가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역전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 시대를 장기 호황기와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다.

1948~73년의 장기 호황 자체를 설명할 때 맥낼리는 약점을 보인다. 맥낼리는 장기 호황의 원인으로 노동생산성 증가와 그 덕분에 나타난 생활수준 향상을 지목한다.

그러나 기술 혁신과 새로운 기계의 도입을 통한 노동생산성 증가를 호황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맥낼리의 마르크스주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마르크스는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신기술을 먼저 도입한 자본가들이 초기에는 초과이윤을 얻을 수 있겠지만, 신기술이 보편화되면 오히려 이윤율이 하락한다고 지적했다.

임금 인상을 통한 생활수준 향상을 호황의 원인으로 보는 것도, 자본주의가 소비가 아니라 경쟁적 축적을 동력으로 하는 체제라는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소치다. 사실 맥낼리는 급진적 비(非)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즐겨 쓰는 ‘포드주의’나 ‘린 생산방식’ 같은 유행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그 개념들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버무리는 절충주의적 방식을 따르는데, 장기 호황에 대한 그의 설명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국제사회주의 경향의 이론가들은 전후 황금기를 ‘상시군비경제’로 설명한다. 맥낼리에 견줘 상시군비경제가 현실을 더 잘 설명한다. 마이클 키드런과 크리스 하먼, 곤살로 포소 등이 주장한 상시군비경제에 따르면, 자본축적이 진행될수록 자본의 유기적 구성 증대로 이윤율 하락 압박이 커지는데, 전후에는 엄청난 양의 가치가 자본축적이 아니라 무기 생산 쪽으로 유출돼 이윤율 하락 속도가 늦춰졌다. 그럼에도 자본주의가 위기로 치닫는 경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지연됐을 뿐이었다. 그 사이에 독일과 일본처럼 군비 지출이 적은 나라들이 국제 경쟁력 향상을 이용해 미국보다 빨리 성장하고, 전통적 중심부 바깥에 있는 경제들이 신흥공업국으로 성장하면서, 이윤율은 하락하고 경쟁은 치열해졌다. 1970년대에 위기가 닥친 것은 이 때문이었다.(하먼 2012, 200-9; 추나라 2010, 185-9)

신자유주의 시대의 특징

맥낼리는 1982년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윤율이 회복된 이유로 세 가지를 지적한다. 노동운동의 패배로 인한 착취율 증대,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 다국적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 증대로 나타난 세계 자본주의의 ‘공간적 재조직화’가 그것이다.

첫째 이유에 대해서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해 앤드루 클라이먼의 최근 연구 성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클라이먼은 새로 창출된 가치 중에서 피용자 보수(봉급, 건강보험, 연금 등)가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이 신자유주의 시기에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1950년대나 1960년대와 달리 1970년대에는 임금도 상승하지 않았지만 새로 창출된 가치도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클라이먼은 “피고용자 보수 증가의 둔화는 분배적 현상이 아니다. 이것은 자본주의 생산의 상대적 정체에서 유래한다”고 주장한다(클라이먼 2012, 194). 이 분석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착취율 증대로 이윤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맥낼리의 주장이 과장임을 암시한다.

둘째 이유와 관련해 맥낼리는 대대적 노동력 감축, ‘군살 빼기’를 동반한 가혹한 구조조정도 언급하지만, 무엇보다 핵심적으로 신기술의 도입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을 지적한다. “로봇공학과 전산화된 생산체계 등의 신기술들을 도입하고, 작업속도를 높이고 노동과정을 효율화했던 것이다.”(맥낼리 2011, 86) 그러나 필자가 앞에서 지적했듯이, 신기술의 전반적인 도입은 이윤율을 떨어뜨린다.

맥낼리는 자본주의 경제 일반을 설명하면서 아리송하게도 어느 곳에서는 투자가 자본 집약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므로 이윤율이 하락한다고 주장하고(맥낼리 2011, 128), 다른 곳에서는 신기술 도입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이 이윤율 하락의 상쇄 요인으로 작용해 1952~73년의 황금기와 1982~2007년의 신자유주의 팽창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맥낼리 2011, 58; 85-86).

셋째 이유와 관련해서 맥낼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1974년부터 1982년 사이에 세계적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강도 높은 자본 재조직화의 일환으로서 다국적기업들은 점차적으로 해외직접투자에 나섰다.”(맥낼리 2011, 88) 맥낼리의 ‘공간적 재조직화’ 개념은 두 가지 현상을 가리킨다. 하나는 선진국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이 저임금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다국적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로부터 제3세계 나라들로 재배치하게 된 핵심 동기는 거대하고 값싼 산업예비군 때문이라는 것이다(맥낼리 2011, 90).

다국적기업들이 세계화 시대에 이윤율 하락에 대응해 비교적 저렴한 생산요소를 추구한 것은 맞지만, 저임금이 주된 요인은 아니다. 왜냐하면 1973년 이후에도 다국적기업 해외직접투자의 압도적 부분이 서방 선진국들 사이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맥낼리 자신도 1998년에 쓴 논문에서는 이렇게 주장했었다. “세계적으로 이동하는 자본에 대한 과장에도 불구하고 따지고 보면 국제 자본은 생산과 무역을 산업 선진국들에 집중하고 있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아시아의 일부만이 세계적 자본 순환에 체계적으로 통합했다.”(McNally 1998)

맥낼리의 ‘공간적 재조직화’ 개념은 데이비드 하비의 ‘시공간적 조정’(temporal-spatial fix) 개념에서 차용한 것이다. 하비는 이윤율 저하 경향과 금융 공황에 이어 자본이 지니는 세 번째 한계로서 자본축적의 공간성 문제를 제기한다. 즉, 자본주의가 지리적 팽창과 지리적 불균등 발전을 통해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을 일시적으로 완화하지만, 또한 이 모순을 세계적 무대에서 새로운 형태로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회전기간의 증대가 ‘시간에 의한 공간의 소멸’이라고 지적했다. 하비는 그것이 시간적·공간적 조건을 대체하거나 변형시킴으로써 자본 순환을 순조롭게 하지만 또한 물리적·사회적 하부시설들에 또 다른 모순을 낳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신용체계는 매우 상이한 시간적 과정들 간에 장거리 송금과 대체들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대체는 또한 적절한 종류의 노동력과 원료 그리고 교환 부품을 발견할 가능성을 높여 주는 집중을 촉진한다. 즉, 신용체계는 분산을 가능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집중을 초래하기도 하면서 이 두 경향 사이의 긴장을 낳는다(하비 1995, 519). 이처럼 하비는 자본의 세계적 순환 과정에서 국가의 정책, 생산의 입지 조건, 공간적 이동의 조건, 국제 금융제도, 노동력의 국제적 이동 등을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맥낼리는 하비의 ‘시공간적 조정’ 개념을 차용하되 그 풍부한 내용을 모두 내던져버리고 오로지 저임금이라는 요소만 앙상하게 강조하고 있다. 유행을 좇지만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맥낼리의 피상성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대목이다.

맥낼리는 선진 자본주의 경제들의 구조적 변화와 제3세계 일부 나라들(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이 세계적 생산고리에 포함되는 과정을 저임금 요소만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특히 1980년대에 동아시아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가 특별히 변하지 않았고, 다른 주요 OECD 국가에 대한 투자보다 낮은 수준이었음을(추나라 2009, 27-8) 잘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통계 자료를 완전히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저지르기도 한다. 중국으로 유입되는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서술이 대표적 사례이다. 맥낼리는 “2002년, 중국은 세계 최대의 해외직접투자 유치국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2001~02년의 경기 침체 탓에 미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가 폭락한 결과였고, 2002년에만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2004년에는 대미 해외직접투자가 9백59억 달러에 이르러 대중국 해외직접투자(6백6억 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2010년에도 대미 해외직접투자(2천2백80억 달러)는 대중국 해외직접투자의 두 배 이상이었다(추나라 2012, 106; Choonara 2012).

동아시아 경제 성장에서 중국은 이례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맥낼리는 북반구의 제조업 쇠퇴는 거의 모두 중국의 부상 때문이며, 2002년 중국 제조업 노동자 규모가 G7 국가들 제조업 노동자 규모의 갑절에 이른다는 점으로 볼 때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의 산출량은 선진국 전체의 5분의 1도 안 되며, 수출은 10분의 1 정도다. 다시 말해, ‘중국 효과’를 과장하면 안 된다. 그런데 맥낼리는 중국의 부상이 1997년의 동아시아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고까지 주장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위기를 초래하는 원인이 무엇이냐는 쟁점으로 옮겨 가야만 한다.

과잉생산 ─ 위기의 징후

맥낼리는 1997년 동아시아 위기가 중국의 저임금과 앞뒤 가리지 않는 급속한 자본축적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맥낼리 2011, 98). 중국의 소비재 생산이 증대해 전 세계적 상품 가격 하락을 초래했고, 이 때문에 전 세계 제조업자들이 이윤율 하락 상황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1985~95년 중국의 대외무역이 늘긴 했지만, 오늘날 ‘중국 가격’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중국이 저가의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 수출을 크게 늘린 것은 1995년 이후, 특히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의 일이다. 1996~2001년에는 중국의 무역 성장세가 오히려 둔화됐다. 동아시아 경제 위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1994~97년 위안화의 실질가치가 30퍼센트가량 상승하고, 중국 당국이 여전히 무역과 자본계정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부터 해외무역이 연간 20퍼센트 이상 급성장했다.

그 때문에 1997년의 동아시아 위기를 중국의 저가 제품 범람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실제로 맥낼리 자신도 1997년 동아시아 위기를 다룰 때 D램 가격 폭락으로 인한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의 부도 위기와 태국으로 유입된 일본의 투자 등을 예로 들었다.

맥낼리는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을 자본의 과잉 축적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1997년 태국, 말레이시아,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여러 동아시아 국가 경제가 대규모 경기 위축 상태에 빠졌을 때, 이 위기의 핵심 원인은 사실 자본의 과잉축적이었다.”(맥낼리 2011, 99) 그러나 맥낼리처럼 과잉축적과 과잉생산을 위기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표피적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윤율이 높다면 자본가는 투자를 늘릴 것이고, 이를 통해 생산물은 소비될 것이다. 반대로 이윤율이 낮다면 자본가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사회적으로 자본이 남아도는 과잉생산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과잉생산은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위기가 표현되는 현상이다.

맥낼리는 2008년 경제 위기를 설명할 때도 과잉축적과 과잉투자를 지적한다. 동시에, 이번 위기가 심각해지게 된 두 요인으로, 그는 이전 활황기 동안 금융부문이 무분별하게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것, 그리고 이것이 은행이나 신용 체계 전체를 취약하게 만든 것을 지목한다(맥낼리 2011, 130).

맥낼리는 1971년 미국 정부가 취한 금 태환성 중단과 이로 인한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 그리고 변동환율제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때부터 ‘금융화’의 구조적 토대가 구축됐다고 본다. 또한 변동환율제로 인한 외환 투기의 증대 외에 주택모기지증권의 금융화 등도 지적한다. 맥낼리 외에도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신기술에 의한 복잡한 은행 거래의 단순화, 자본주의의 세계적 확장과 함께 국제적 자본 흐름의 유동성을 높여 주는 정교한 금융시장에 대한 필요성 증대, 금융 산업을 키우겠다는 지배자들의 의식적인 정치적 결단 등을 금융화 추세 가속 요인으로 지적한다(추나라 2012, 120).

그러나 맥낼리가 도통 설명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금융화를 부추긴 근본 원인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투자수익률, 즉 실물경제의 이윤율이 매우 낮아 자본들이 금융시장으로 몰려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맥낼리에게는 이런 설명을 기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1982~2007년 세계경제가 이윤율이 상승하는 신자유주의적 팽창기에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8년 위기에 대한 맥낼리의 설명은 서로 연관이 없는 이중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생산수단의 과잉 축적도 이미 위기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제 이러한 가공자본까지 엄청 과잉 축적되면 위기 상황은 더욱 증폭된다.”(맥낼리 2011, 133) 하지만 미국의 총 이윤에서 금융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07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렇다면, 금융 이윤이 높은 상황이 지속되다가 갑작스럽게 가공자본의 과잉축적이 나타났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텐데, 안타깝게도 맥낼리는 가공자본이 어떻게 붕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하면서도 정작 왜 2008년에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신자유주의 시기를 경기가 팽창하는 시기로 잘못 보고, 경제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이윤율 하락이 아닌 과잉생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맥낼리, 데이비드. 2011. 《글로벌 슬럼프》. 그린비.

추나라, 조셉. 2009.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현 위기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마르크스21》 4호(2009년 겨울). 책갈피.

추나라, 조셉. 2010. 《마르크스,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다》. 책갈피.

추나라, 조셉. 2012. “현 위기에 대한 제대로 된 마르크스주의적 해설을 위하여.” 《마르크스21》 13호(2012년 봄/여름). 책갈피.

클라이먼, 앤드루. 2012. 《자본주의 생산의 실패: 세계대침체의 원인》. 한울아카데미.

하먼, 크리스. 2012. 《좀비자본주의》. 책갈피.

하비, 데이비드. 1995. 《자본의 한계》. 도서출판 한울.

Choonara, Joseph. 2012. “A reply to David McNally.” International Socialism 135.

McNally, David. 1998. “Globalization on Trial: Crisis and Class Struggle in East Asia.” Monthly Review Vol. 50. No.4.

Roberts, Michael. 2012. “A ‘class’ rate of profit”. https://thenextrecession.wordpress.com.

Shaikh, Anwar. 2011. “The Frist Depression of the 21st Century.” Socialist Register  2011.


[1] https://www.mtholyoke.edu/~fmoseley/working%20papers/PWCRISIS.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