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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경제 위기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금이 가다

교황은 여전히 가톨릭 신자인가? IMF 소속 경제학자 조너선 오스트리, 프라카쉬 룽가니, 다비드 퍼세리가 “신자유주의는 과대평가 됐나?”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글은 사실상 이런 질문을 던졌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IMF는 세계은행과 함께 신자유주의적 경제 의제를 세계화하는 주역이었다.

이런 신자유주의적 경제 의제의 선구자는 칠레 군부독재 정권, 영국의 마거릿 대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미국의 강력한 지원 하에, IMF와 세계은행은 제3세계 부채 위기와 뒤이은 구소련 붕괴를 이용해 자유시장 정책을 각국에 강요했다. 그에 따라 무역 개방, 해외 투자 자유화, 정부 지출 삭감, 국영 기업과 사회 복지에 대한 민영화가 진행됐다.

그러나 오스트리, 룽가니, 퍼세리는 이제는 “신자유주의 의제로 어떤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를 이전보다 섬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불평했다.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도발적이다.

“이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튼 프리드먼이 주창했던 자유시장 경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단어다. 그 단어의 전용적 용례는 5월 24일자 〈소셜리스트 워커〉에서 볼 수 있다. ‘IMF는 부채를 무기 삼아 선출된 정부에 악랄한 신자유주의적 개악을 강요한다.’”

그러나 이 IMF 경제학자들이 신자유주의를 모조리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본의 국제적 이동에 대한 규제 완화(소위 ‘자본계정 자유화’)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감소를 뜻하는 재정건전화(‘긴축’이라고도 불린다)라는 두 정책의 효과”에 치중한다.

이런 옥신각신의 배경에는 지난 20년 동안의 경제 위기들을 둘러싼 자본가 계급 핵심부 내의 갈등이 깔려 있다.

1990년대 말 이래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당시 남한 같은 나라들은 투기 자본이 대거 유출돼 경제가 파탄났다. 오스트리, 룽가니, 퍼세리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자본의 유출입에 의존해 금융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 시대였음을 인정했다.

불평등

이들은 “금융시장 개방으로 경기 추락 확률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분배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불평등이 눈에 띄게 심해졌다”고도 인정했다.

이들이 긴축 정책에 대해 재고하게 된 것은 유로존 위기로 격렬한 논쟁이 일어난 것의 반영이다. IMF는 여러 채무국(예컨대 1990년대 후반 남한)을 상대로 정부 지출에 대한 대규모 삭감을 강요했다. 2010년 이후, IMF는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이 셋이 악명 높은 ‘트로이카’다)와 함께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에 비슷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이들 나라에 경제적‍·‍사회적으로 끔찍한 결과를 야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IMF는 신자유주의 교리대로 공공부문 감축이 과연 경제를 성장시킬 것인지 의심을 품게 됐다. 오스트리, 룽가니, 퍼세리는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재정건전화 후 총생산량은 평균적으로 늘기보다는 줄었다. 평균적으로, GDP의 1퍼센트만큼 재정건전화를 시행하면 장기적으로 실업률은 0.6퍼센트포인트 올라가고, 향후 5년 안에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5퍼센트 올라간다.”

이런 주장은 그리스를 두고 트로이카 내에서 분열이 심해지는 것과 명백히 관련 있다. 지난해 여름 유럽연합과 그리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질 때 IMF는 그리스가 외채를 갚을 수 없으니 채무를 경감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IMF의 이 같은 주장에 강력 반발했다. 그리스에서 채무를 경감하면 나머지 EU 회원국들에서 신자유주의적 “개혁 의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압력이 약해질까 두려운 것이다.

5월 24일 [유로존 재무장관과 그리스 정부 사이의] 합의는 지난해 7월 약속한 구제금융 일부를 지급해 그리스의 도산을 막기로 하면서도, 그리스 채무를 경감할지 여부는 내년 독일 선거 이후로 미뤘다.

IMF가 전면적 신자유주의 옹호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은 세계경제 위기로 지배 이데올로기를 둘러싼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지배자들 내 이데올로기적 합의를 완전히 분쇄하려면, 오늘날 프랑스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투쟁이 더 많아져야 한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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