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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학교 측의 ‘416 기억의 메시지’ 무단 철거에 항의해 승리하다

올해 4월. 건국대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물결’이 일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건국대 학생들’(이하 세기건)이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준비한 ‘기억의 메시지 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학생들이 보내준 기억의 메시지들을 현수막으로 제작해 교내 곳곳에 게시했다. 온전한 선체 인양과 진상규명에 대한 염원을 담은 총 50개의 메시지가 모여 학교를 수놓았다. 학교에서 열린 유가족 간담회에 온 ‘예은 아빠’ 유경근(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님은 ‘기억의 메시지’들을 인상 깊게 봤다며 게시가 끝나면 버리지 말고 ‘416기억저장소’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2주기 추모 기간이 끝나고 현수막을 잘 모아 기억저장소에 전달했다.

학생, 동아리, 동문회 등 다양한 학우와 자치 단위가 ‘기억의 메시지 대회’에 참여했다. 그러나 게시된 현수막 중 5개는 제때 전달할 수 없었다. 학교 측이 5개의 현수막을 무단 철거해 폐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세기건’은 학교 측에 항의해 끈질기게 맞서 싸웠다. 결국 7월 8일, 항의가 시작된 지 두 달 만에 우리는 현수막 무단 철거에 대한 학교 측의 책임 인정과 사과, 배상,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냈다. 완전한 승리였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건국대 학생들’
ⓒ‘세월호를 기억하는 건국대 학생들’

약속을 받아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처음 학교 총무처에 항의방문을 하고 학생처와 면담했을 때는 현수막을 그대로 제작해 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학교는 약 한 달 뒤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다가 현수막을 만들어 줄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총무처가 허가하지 않은 곳에 현수막을 걸고, 게시 기간이 지났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현수막이 걸려 있던 건물은 학생 동아리들이 이용하는 건물로, 동아리연합회와 학생처가 협의 하면 현수막을 걸 수 있다. 총무처가 게시를 금지할 권한은 없다. 무엇보다 학생회관에 학생들이 현수막을 걸 때 총무처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은 학생 자치 탄압이며 정당성 없는 비민주적 발상이다.

‘세기건’은 동아리연합회와 함께 총무처에 항의방문을 가기로 했다. 그러자 학교 당국은 항의방문을 부담스러워하며 앞으로의 현수막 게시는 협의 하에 진행하기로 했으니 지난 일은 덮자며 항의방문을 자제시키려 했다. 그러나 ‘세기건’은 철거된 현수막 중 하나의 내용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일관되게 학교에 책임 인정, 배상,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결국 7월 8일 항의방문에서 학교 당국은 현수막 무단 철거에 대한 사과와 폐기된 현수막 재제작,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학교 당국은 앞으로도 학생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탄압해선 안 된다.

우리는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끈질기게 싸워야 한다.

최근 세월호에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철근 4백 톤이 실렸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새누리당 의원 이정현(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정부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한 녹취록도 폭로됐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언론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온갖 방해에도 끈질기게 싸워온 결과 철근 4백 톤의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건국대 학생 자치 탄압에 맞선 학생들의 끈질긴 싸움 또한 성과를 거뒀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에 끈질기게 맞서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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