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법무부는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번 안은 이주노동자와 난민 등의 국적 신청을 어렵게 하고, “국가 안보”를 위해 귀화를 통제하겠다고 선언한 명백한 개악안이다.

먼저 법무부는 결혼이민자 등을 제외한 외국인들에게 영주자격 전치주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외국인들이 한국에 귀화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조건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에 거주한지 5년이 지난 이후에 귀화 신청이 가능하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하거나 4백50시간에 이르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그래서 귀화 신청을 하고 나서 적어도 1년 반 ~ 2년이 지나야 국적을 얻을 수 있다. 또 올해 3월부터는 재산 기준도 두 배로 높아져서 자산이 6천만 원 이상 있거나, 소득이 1인당 국민총소득을 넘어야 귀화할 수 있다.

그런데 영주권 전치주의가 시행되면 귀화를 신청하기 전에 영주권부터 얻어야 한다. 한국에 체류한 지 5년이 지나야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지고, 영주권을 얻는데도 1~2년이 걸리는데 그 이후에 또다시 국적 취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귀화 심사를 이중으로 해서 국적 취득을 더욱 어렵게 하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미 2012년에도 영주자격 전치주의 도입을 추진했지만 큰 반발에 부딛혀 그 시도가 좌절된 바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결혼이주민이나 국가 유공자 등이 신청하는 간이귀화, 특별귀화를 제외하고 일반 외국인들이 신청하는 일반귀화에 영주자격 전치주의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조처는 이주노동자들이 귀화 신청을 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목적이 크다. 법무부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부상해 산재 신청을 해서 체류하고 있을 때 체류기간이 5년을 넘었다면 귀화 신청은 가능하지만 영주자격 신청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노동자가 귀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주자격 전치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귀화와는 달리 영주권은 신청할 수 있는 비자가 제한돼 있어 노동자들이 더욱 얻기 힘들다. 법무부는 이를 이용해 귀화 자격을 더욱 강화하려는 것이다.

한국에서 자본가들은 숙련도를 쌓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이 필요해 이주노동자들의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해 왔다. 그래서 원래 고용허가제로는 3년간 한국 체류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고용주가 원하면 4년 10개월까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 고용주가 원하면 재입국도 가능해 일부 이주노동자들은 합법적으로 거의 10년 가까이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가들은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은 이용하면서도 이들이 안정적으로 한국에서 정주할 권리는 어떻게든 막으려 해 왔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연속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을 4년 10개월로 제한해 놓은 것도 5년을 넘기면 영주권과 국적을 취득할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것도 모자라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정주할 수 있는 조그만 틈이라도 막겠다는 것이 이번 국적법 개악에 담긴 내용이다.

50만 달러 이상 투자를 하거나 5명 이상을 고용한 자본가라면 체류 기간과 상관 없이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학 교수나 연구원, 소득이 높은 사람들의 귀화 요건도 완화해 왔다. 반면 가장 힘든 곳에서 오래 일한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에 정주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국가 안보?

또 법무부는 “국가안보와 사회질서 등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외국인의 귀화를 방지”하겠다며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귀화 요건으로 하겠다고 한다. 또 “국민선서”를 해야만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이런 개악은 무고한 외국인들과 특히 무슬림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강화할 것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파리 공격 이후에 무고한 무슬림과 시리아 난민들을 속죄양 삼고는, 그 분위기를 테러방지법 제정을 밀어붙이는 데 이용한 바 있다.

법무부는 한술 더 떠 지금도 귀화 요건인 “품행단정” 항목을 구체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품행단정” 항목은 구체화가 아니라 삭제돼야 할 조항이다.

이 조항 때문에 미등록 이주민이었거나, 정부에 맞서 투쟁을 했거나, 경범죄를 저지른 이주민들의 귀화가 불허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2014년에 17년이나 한국에 거주했고, 세 아이를 둔 민수 씨도 이 조항 때문에 귀화가 불허됐다. 수년 전에 음주운전 때문에 벌금형을 받은 이력 때문에 귀화가 거부된 사례도 있다.

이런 조항들을 구체화한다면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외국인들을 귀화 대상에서 배제하는 일은 더욱 쉽게 벌어질 것이다.

이번 국적법 개악은 이주민 차별을 강화하며 평범한 이주민들의 국적 취득을 더 어렵게 하는 방안이다. 또 국가 안보 등을 빌미로 이주민들을 더욱 속죄양 삼고, 이주민들에게 보수적 국가주의를 강요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체류할 권리를 위해 국적법 개악 시도를 좌절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