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전기·가스 민영화 방침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대적 철도 민영화 방안도 내놓았다.

7월 6일 발표된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신규 선로 건설과 철도 운영에 민간 자본이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우선 대상을 선정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비롯해 경부고속선, 중앙선, 남부내륙선 등 전국의 14개 사업 구간을 민자 참여 검토 대상 사업으로 발표했다. 그러면 사기업들이 이 구간들의 선로 건설을 맡고, 건설 비용은 향후 선로 사용료 징수, 철도 운영 수익, 유지보수 수익으로 벌충할 수 있게 된다.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기존 노선에도 사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민영화 또 해영?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에 즉각 나서야 한다. ⓒ사진 출처 전국철도노동조합

정부는 재정 부족 때문에 ‘민간투자 활성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마땅히 맡아야 할 필수 공공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정부는 민영화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높은 것을 알면서도 다시금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경제 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느끼는 것이다. 즉, 장기화되는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 적자를 줄이고, 투자처를 못 찾는 자본에게 안정적 돈벌이 수단을 마련해 줄 필요가 큰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공공부문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집요하게 공공부문을 공격해 왔다. 노동조건 공격, 구조조정, 민영화가 그 ‘개혁’의 핵심 내용이다.

게다가 그들은 공공부문이 방만과 비효율의 상징이고 시장과 경쟁이 최선이라는 믿음을 강화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도 노린다.

민영화가 아니라는 뻔한 거짓말

정부는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은 “현존하지 않는 시설을 민간이 건설하여 국가에 소유권을 귀속하는 것”이므로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계획대로라면 수년 안에 여러 철도회사가 생겨나고 철도공사도 그중 하나로 서로 경쟁하는 것이 “일반적인 철도 운영 체제”가 구축된다. 그러므로 철도공사의 운영권이나 소유권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은 말장난일 뿐이다.

각국 정부들은 민영화는 하고 싶지만 정치적 부담은 피해야 하고 사기업들에게는 투자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다양한 민간 투자 방식을 개발해 왔다. 우면산 터널과 지하철 9호선처럼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직접 운영하는 방식(BTO)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한국행정학회도 민영화를 ‘공기업의 소유권을 민간에 이전하거나 공공서비스 공급 체제 내에 경쟁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넓게 규정한다.

요금 인하? 공공성 유지?

정부는 사기업이 철도 사업에 들어오면 요금이 인하되고 안전이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기업들이 운임 수익을 거둘 뿐 아니라, 철도공사로부터 시설사용료를 징수하고 역세권 개발 등 부대사업 활성화 등으로 부가수익을 얻을 수 있어 요금을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공사가 더 많은 시설사용료를 내게 되면 이는 철도공사 적자를 키워 요금 인상 압박을 키울 것이다. 또, 부대사업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이번 계획에는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분으로 급행열차 등의 요금을 올릴 수 있게 했다. 예컨대 수도권 광역철도의 경우, 급행열차 수요는 출퇴근 시간대에 가장 많을 것이므로 이 시간대에 집중 배치될 것이다. 결국 출퇴근 시간대에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돼 요금 인상 효과가 날 것이다.

이미 철도공사는 기존의 할인 제도를 없애는 식으로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최근 더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조사를 보면, 철도공사는 2014년 8월부터 주중 요금 할인과 KTX 역방향 좌석 할인을 폐지해 사실상 요금을 인상했다.

또, 진해선(창원~진해) 같은 수익성 낮은 지방선 일부가 폐지됐고, 벽지노선 일부의 운행 횟수가 줄어들었다.

민영화로 철도공사가 수익성 압박을 더 크게 받게 되면, 연쇄적인 요금 인상, 적자선 폐지·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철도공사 분할 민영화와 병행 추진

이번에 발표된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에다 기존에 추진해 온 민영화 계획까지 합쳐지면 철도는 완전히 민영화된다.

정부는 수서KTX 민영화 이후에도 민영화 계획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분 매각으로 민영화한 공항철도가 대표적이다.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보다 일주일 앞서 발표된 ‘제3차 철도안전종합대책’에는 철도공사가 맡아 온 시설 유지·보수 업무 분리(2016~17년)와 관제 분리 추진(2016~18년)도 포함돼 있다. 철도에 여러 사기업들이 참여하게 하려면, 철도공사가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책임지고 열차 운행 전반을 통제하는 관제권을 ‘독점’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또, 유지보수와 차량 정비 업무에 대한 대대적인 외주화 계획도 포함돼 있는데, 이 역시 민영화를 위해 인력 감축과 슬림화를 위한 것이다. 외주화가 철도 안전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철도공사를 자회사로 분할하는 정책도 더디지만 현재 진행 중이다. 2014년 말 철도공사에 각 부문을 ‘독립’된 사업부제로 나누는 구분회계가 도입됐다. 구분회계로 사업별 수입과 지출이 계산되면 장차 자회사로 분할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반대 운동

이처럼 현재 정부는 궁극적으로 철도 분할 민영화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철도 민영화가 최종 완료되기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과 비용 감축 조처들이 수반될 것이다. 임금피크제 시행에 이어 성과연봉제 공격이 진행 중인 데서 보듯 노동조건도 더 공격하려 할 것이다. 지금도 철도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6천여 명이 있는데, 광범한 외주화로 비정규직은 더 늘어날 것이다.

비용과 인력 감축은 필연적으로 철도 안전을 위협에 빠뜨릴 것이고, 양질의 철도 서비스를 누리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요금을 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민영화는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떠넘기는 짓이고,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민영화 추진에 따른 논란을 피하려고 법률 개정 절차조차 최대한 생략하려 한다.

정부의 부정직한 민영화 계획을 폭로하고 반대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민영화 반대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철도·의료 민영화 등을 끈질기게 추진했지만, 그동안 원하는 만큼 밀어붙이지는 못했다. 민영화 반대 여론이 워낙 큰데다 해당 부문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저항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민영화 계획 발표 직후, ‘철도민영화 반대 범국민대책위’ 결성이 추진되는 등 민영화 반대 대응이 시작됐다. 9월 하순에는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파업도 예고되고 있다. 2013년에 그랬듯,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과 광범한 사회적 연대를 건설해 정부의 민영화 질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역시 2013년에 그랬듯, 노동조합 지도부의 돌연한 투쟁 중단에 대비해 현장에서 투사들과 좌파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철도가 민영화 되면

  • 철도 서비스에 따른 요금 차등과 요금 인상

  • 지방 적자 노선 폐지 및 감축

  • 정비 부실과 투자 부족에 따른 안전 위협, 대형 사고 위험

  • 인력 감축, 비정규직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