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산업 노동자들이 7월 19~22일 파업을 예고했다. 조선업종노조, 현대차그룹사, 금속노조 등이 최근 높은 지지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이번 파업에서 주목을 끄는 곳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차다. 이 노조들은 7월 19~22일에 시한부파업을 하기로 했다. 20일에는 4시간 파업을 벌이고 민주노총 총파업 울산 집회에 참가한다. 이 집회에는 건설플랜트노조 등도 파업을 하고 함께할 예정이다.

노동자들이 높은 지지로 파업을 가결한 이유는 정부와 사용자들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강력한 압박 속에 지난달 조선업체들이 내놓은 자구안은 정규직 인력 감축과 비정규직화(분사화), 임금 삭감, 비정규직 대량해고 등을 담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조선·해양플랜트를 제외한 전 사업 분야에서 분사화를 추진할 계획인데다, 7월 1일부터는 임금의 10~20퍼센트 가까이를 차지하는 고정연장수당도 폐지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의 불만은 높아져 왔다. 13~15일에 진행한 현대중공업노조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90.4퍼센트의 압도적 지지로 파업이 가결됐다. 노조는 20일 4시간 파업, 22일 7시간 파업을 결정했다.

7월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미포조선노조,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구조조정에 맞서 20일 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포하고 있다. ⓒ이미진

2018년까지 5천여 명의 인력감축이 예고된 삼성중공업에서도 현장 노동자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7일 조선소 노조들 중 가장 먼저 4시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20일에 다른 조선소 노조들과 함께 4시간 이상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7월 1일부터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지만, 이는 2013년 일부 하청업체들의 부채를 조금 덜어주는 효과만 낸 통영 고용위기지역 지정과 큰 차이가 없어 비판이 많다. 더구나 구직급여 연장은 결정을 유보해 꾀죄죄한 사후약방문도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빅3는 이번 지원업종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임금체계 개편 등 자구노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 방침도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꾀죄죄한 지원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저항을 단속하고 구조조정을 관철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한편, 현대차에서는 사측의 임금 공격이 핵심 이슈다. 현대차 사측은 최근 몇 년간의 수익성 하락, 올 상반기 수출판매 축소, 세계적 경제 위기 등을 이유로 임금 동결,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체계 개악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는 지난해 말 임단투에서도 핵심 쟁점이었는데, 당시 정부의 요구도 강력했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공공부문 사업장들에서 성과연봉제 공격을 밀어붙이면서, 민간 사업장에서도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악을 추진하려고 한다. 현대차는 선두에서 이를 관철하고 확산하는 데 앞장서려 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 노동자들은 근래 들어 최대인 7천여 명이 임투 결의대회에 참가했고, 찬반투표에서 85퍼센트가 파업에 찬성했다. 지부는 19일부터 21일까지 2~4시간 파업을 벌이고, 22일 금속노조의 파업 계획에 맞춰 주간조 6시간, 야간조 전면 파업을 벌이고 상경 투쟁을 할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7월 22일 재벌개혁, 현대차그룹사 교섭 쟁취, 2016년 임단투 승리 등을 내걸고 6시간 이상 파업하고 서울 양재동과 국회 등지에서 대규모 파업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쉽게도 이날 기아차지부는, 84퍼센트로 파업을 가결했는데도 쟁의권이 없다는 이유로 총회 형식을 빌어 집회에 참가할 듯하다.

금속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핵심 쟁점 하나는 임금 문제다. 얼마 전 울산에서 열린 구조조정 토론회에서 노동당의 한 활동가는 원하청 연대 투쟁, 노동시간 단축 등의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면서도 ‘하청 노동자들을 고려해 정규직이 임금을 양보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당일 토론회에서 현대중공업노조 활동가가 지적했듯이, 정규직이 임금을 양보한다고 그것이 곧장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처우 개선에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용자들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정규직의 임금 공격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비정규직의 고용을 지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사측의 공격에 명분만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반대 요구의 의미를 깎아내려 이들의 투쟁과 사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고, 그것은 정규직의 투쟁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구실을 할 수 있다.

현대차 그룹사 교섭에서도 임금 문제에 관한 맹점이 있다.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 등은 이번 그룹사 교섭에서 재벌개혁 요구를 전면에 내걸면서 임금 요구를 내걸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상구 위원장은 “임금보다 장기 전망과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지만, 현대차 노동자들의 쟁의 찬반투표 결과가 보여 주듯 현장 노동자들의 바람은 다르다. 조합원들의 임금 조건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는 투쟁에 집중하기보다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오히려 이를 회피해서는 정몽구 등 재벌들에게 타격을 가할 진정한 힘을 끌어내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최근 정부가 올해 경제 전망치를 또 한 번 낮췄다. 그만큼 경제 위기에 대한 지배자들의 고심이 크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이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만회하고자 한다. 그만큼 고용과 임금 조건 방어를 당당하게 내걸고 투쟁을 전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