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의 학술대회가 매우 성황리에 개최됐다는 소식을 전한다. 〈노동자 연대〉는 이 대회에서 논의한 내용들이 한국의 진보·좌파·여성 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 뒤늦긴 했지만 이 소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행사에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은 한국의 주류 페미니즘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계급 문제, 반자본주의 투쟁과의 연대 등을 강조했다. 이 행사는 올해 9월 베를린에서 또 열릴 예정이다. 필자인 실라 맥그리거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으로 1970년대 이래로 노동자 투쟁과 여성 차별 문제에 관한 글을 써 왔다.


‘새로운 페미니즘’이 부상하면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 여성차별에 대한 유물론적 접근법도 다시 관심 받기 시작했다.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셰헤르자드 모잡 편집) 같은 책들이 출간되고, 리즈 보겔과 미셀 바렛 같은 사회주의·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예전 책이 재출간되는 것을 봐도 그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학계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에 대해 논의해 왔다. 가령 《히스토리컬 머티리얼리즘》 대회에서 그랬다. 2015년 3월 3일간 열린 학술대회 ‘마르크스주의-페미니즘의 궤적’은 관련 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행사였다. 대부분 여성이고 남성도 일부 포함된 약 5백 명의 참가자들이 베를린 로자 룩셈부르크 재단의 대강당에 모여 ‘마르크스주의의 페미니즘화’ 또는 페미니즘에 마르크스주의를 접목시킬 방안을 두고 토론했다. 3백 명 이상은 자리가 없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베를린비판이론 연구소(InkriT)의] 프리가 하우크의 주도로 독일, 미국, 캐나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학술대회를 조직했다.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학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마사 히메네스, 리즈 보겔, 헤스터 에이젠슈타인, 영국의 신시아 코번, 헬렌 콜리, [독일 좌파당 공동대표로 최근 방한한 바 있는 30대 활동가] 독일의 카티야 키핑, [캐나다] 토론토의 셰헤르자드 모잡이 주요 연사로 참석했고 이론가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이 기조 강의를 했다.

이 원로급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의 뚜렷한 목적은 여성차별 논의에서 계급 문제를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신자유주의 공격으로 제국주의·전쟁·인종차별·긴축·민영화 문제를 놓고 여성들의 견해가 갈리면서, 정체성 정치의 시기가 저물기 시작했다. 이를 포착한 원로급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의 힘을 새 세대에게 주장할 수 있겠다고 봤다.

그 판단은 적중했다. 참가자의 다수가 유럽과 북아메리카 전역에서 온 젊은 여성이었고, 인도, 터키, 이란, 라틴아메리카에서 온 여성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학술대회는 주로 이론적이었지만 방대한 주제를 다뤘다. 그러나 일부 워크숍은 의료와 교육 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투쟁, 보육 서비스 관련 노동자와 이용자들의 투쟁을 건설하는 문제 등을 다뤘다.

세계 여성의 날 기념을 주제로 한 워크숍에서는 최근 독일에서 일어난 인상적인 시위들이 어떻게 조직됐는지가 토론됐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2014년에는 5천 명, 2015년에는 8천 명이 여성차별 반대, 국제주의, 임금, 일자리, 교육 문제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프리드리히 벤다[독일 좌파당 당원]는 시위가 잘 조직된 이유를 설명했다. 인내심을 갖고 토론을 통해 공통의 과제를 찾는 데서 시작해, 최종으로는 쿠르드족 여성들과 노동조합 활동가를 포함한 80개의 다양한 단체를 ‘투쟁하는 여성들의 연합’이라는 광범한 연대체로 모아 낸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벤다는 페미니스트 운동이 좌파 정치 프로젝트, 진정한 사회적 항의 운동과 연결돼야 하고, 개혁적이든 혁명적이든 자본주의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나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 경향이 진정한 사회주의 전통과 다시 연계를 맺을 가능성을 봤다.

독일의 클라라 체트킨과 러시아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와 같은 사회주의자들은 여성 노동자를 사회주의적 변혁을 위한 투쟁의 일부로서 조직하고, 이를 통해 여성 문제를 전체 노동계급 해방을 위한 투쟁의 핵심 요소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행사에서는 이러한 사회주의 전통에 대한 언급이 너무 적었다.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클라라 체트킨

이 때문에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이를테면, 과거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러시아 혁명의 패배 이후 가족 제도가 지속된 것을 근거로, 마르크스주의가 여성차별에 맞서 싸우는 도구로 적절치 않다고 결론 내렸었다.

활동가의 한 세대가 중국, 쿠바, 스탈린 이후 러시아 같은 국가를 사회주의로 여기며 여성차별은 자본주의 사회와는 별개로 가부장제에 기초를 두는 것이므로 여성은 남성과 별도로 싸워야 한다고 봤다.

한편, 몇몇 참가자들은 이 행사에서 전쟁과 제국주의를 핵심 주제로 다루지 않은 것을 제대로 비판했다.

그리스 시리자의 집권을 주제로 한 워크숍은 공공서비스 노동자이자 이용자인 노동계급 여성이 긴축 공격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 맞서 싸울 방법을 논의할 좋은 기회였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전체 행사는 단결을 호소하고 2016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끝났다. 마사 히메네스는 2016년 행사 때까지 하나의 과제를 수행하자고 호소했다. 간략히 말해 그 과제는 상호교차성*처럼 차별을 묘사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차별 일체와 노동계급 남녀 모두의 삶을 형성하는 데서 계급이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이 작업이 잘 진척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여성을 위한 변화는 모두 필연적으로 남성을 위한, 남성에 의한 변화를 수반한다. 따라서 “페미니스트 투쟁”은 계급 투쟁의 문제와 연결될 필요가 있다. 마르크스는 노동계급 여성이 노동계급 남성과 마찬가지로 해방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성장하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의미가 있으려면, 변화를 위한 현실의 투쟁과 사회운동에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2015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