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월 9일 실시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선거에서 파타당의 공식 후보로 지명된 마흐무드 압바스(현 PLO 의장이자 전 자치정부 총리)가 당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팔레스타인 기층 민중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던 마르완 바르구티가 막판에 옥중 출마를 포기하고 압바스 지지를 선언하는 바람에 사실상 압바스에게 도전할 만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물론 이 과정에서 신임 파타당 총재의 출당 경고, 바르구티가 당선하더라도 그를 석방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이스라엘 당국의 냉소적인 반응 등이 한몫 했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로드맵(조지 부시가 제안한 이른바 중동평화이정표)의 충실한 지지자 압바스를 노골적으로 편들었다.
부패 척결 운동가이자 정치학 교수인 압둘 사타르 카심은 후보직을 사퇴하며 “이스라엘이 압바스 의장을 편파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공정하게 치러질 수 없다”고 선언했다.
압바스의 당선을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의도적으로 팔레스타인과 미국·이스라엘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양 행세했다.
부시는 기존의 2005년보다도 후퇴한 ‘2009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설을 천명하며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원하는 것처럼 생색을 냈다. 12월 8일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재정 위기 타개를 지원한다며 2천만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은 이집트가 이스라엘 간첩을 석방한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1백∼2백 명을 석방하겠다면서, 팔레스타인 새 지도부가 무장단체의 공격을 통제하면 석방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맞춰 압바스도 목소리를 냈다. 유세 첫 날 “우리는 예루살렘에 대해 어떤 타협도 할 수 없다”고 입발린 말을 한 것을 빼면, 그는 이스라엘에 대해 어떤 비난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12월 1일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공격을 전면 중지하라”고 각 팔레스타인 단체들에게 공개적으로 촉구했고, 14일에는 한 인터뷰에서 “무장 투쟁은 그동안 많은 피해를 가져 왔기 때문에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그는 “나는 군사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믿으며 유일한 길은 평화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압바스의 바람과는 달리, 팔레스타인이 무장 저항을 포기한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거나 정착촌 건설을 중단할 리 만무하다.
이스라엘 평화단체 피스나우(Peace Now)는 1993년 오슬로협정이 체결됐지만 1995년 이후 유대인 정착촌이 96개나 새로 건설됐다고 밝혔다.
압바스와 쿠레이(현 자치정부 총리)가 그토록 목을 매고 추진한 로드맵이 진행중이던 2004년 상반기에만 이스라엘은 군사주둔지 70개를 새로 승인했다. 로드맵은 이런 시설들을 철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로드맵 내용 자체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유리할 게 없다. 로드맵은 이스라엘 정착민 8천 명을 가자 지구에서 철수시키는 안을 포함하고 있다.(실제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요르단강 서안지방의 4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불법적인 유대인 정착촌은 건드리지 않는다. 오히려 실제로는 서안지방을 사실상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하기 위한 보안 장벽이 건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친 이스라엘계인 압바스가 무난히 자치정부 수반에 당선한다 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평화의 기운이 솟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에도 이스라엘 군대가 난민촌을 공격해 6살 소녀가 사망하고, 하마스와 파타 호크스(파타운동 산하 무장조직)가 이스라엘 검문소를 폭파하는 등 분쟁이 계속됐다.
12월 23일 요르단강 서안지방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하마스는 26개 지방의회 가운데 9개를 장악하며 약진했다. 하마스가 처음 선거에 참여한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하마스로 표상되는 팔레스타인의 강경한 저항 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
압바스가 당선하면, 이러한 팔레스타인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압력과, 이스라엘이 가하는 회유와 압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곡예를 되풀이할 것이다. 그리고 로드맵이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을 약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질수록, 압바스의 입지는 위축되고 저항은 격렬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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