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8일 한미 당국의 ‘사드(THAAD : 종말고고도지역방어체계 ;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발사 기지) 배치 결정’ 발표는 완전히 기습적이었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 공개나 예고도 없었다.

7월 5일 국회 대정부질의 때 국방장관 한민구는 사드 배치 시기와 지역에 관해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그런데 7월 8일 오전 느닷없이 “한미동맹 차원의 결정”이라며 한미 당국의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했다. 배치 지역(경북 성주)도 실무단 차원에서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

한미 당국은 그동안 사드 배치를 미리 합의해 놓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셈이다. 또한 미국이 발표 시기를 앞당기자고 박근혜 정부에게 재촉했던 듯하다.

동아시아 불안정 심화시킬 최악의 '인화물질' 사드 ⓒ사진 출처 미 미사일 방어국

사드 배치 합의처럼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주는 조약은 헌법에 따라 국회 비준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가 국회 비준 사안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박근혜는 “정쟁이 나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잃어버린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을러댔다. ‘닥치고 복종’하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성주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송기호 변호사가 국방부에 사드 배치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물었을 때, 국방부는 “우리 나라에 배치를 상정해 평가한 주민 건강 영향 평가 보고서는 없다”고 답변했다.

사드 레이더(AN/TPY-2 엑스 밴드 레이더)는 강력한 전자파를 내뿜어 성주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국방부는 미군 자료를 인용해, “사드 레이더가 인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지상 안전거리는 1백 미터”에 불과하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미 육군 교본에도 레이더 전방 3.6킬로미터까지 “통제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은 절대 안 된다고 적시돼 있다.

군인이 아니라, 레이더 인근에 상시 거주하는 민간인들이 레이더 전자파에 어떤 피해를 받을지에 관한 믿을 만한 자료나 정보도 없다. 국방부는 배치 지역 주민들의 피해는 안중에 없고, 미국의 군사적 필요를 우선시해 배치 지역을 결정하고 이를 관철시킬 작정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며 사드 배치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이 결정은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간 경쟁의 수준과 규모를 더한층 높일 것이고 불안정을 심화시킬 것이다.


사드는 왜 위험한가

그동안 미국이 수년 동안 집요하게 사드 한국 배치를 추진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드 한국 배치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경쟁 제국주의 국가들을 견제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사드는 고도 40~1백50 킬로미터에서 단·중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으로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이하 MD)의 일부다.

사드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2백 킬로미터 남짓이지만, 사드 레이더는 탐지 거리가 2천 킬로미터에 이른다.(최대 5천 킬로미터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따라서 “사드 레이더의 한국 배치는 동북아 MD 구축을 위한 핵심 고리”가 될 것이다(평화통일연구소 고영대 연구위원). 그래서 “사드 한국 배치는 미국 중심의 동북아 MD 체계의 완성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준다.”

사드 레이더가 한국에 배치되면, 미국과 일본이 중국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게 훨씬 쉬워진다. 그래서 중국의 미사일을 무력화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국은 자신의 주요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동·남중국해 일대를 미국이 주름 잡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유사시 미국 군사력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군사력, 특히 미사일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미사일이 미군기지나 미국 항공모함을 타격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는 바로 역내 미군기지(평택, 괌, 오키나와 등)나 미국 항공모함을 향하는 중국 미사일을 재빨리 탐지할 수 있다. 그리고 동아시아 곳곳에 구축되는 MD가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그만큼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경쟁 제국주의 국가의 군사력에 맞서 자국의 우위를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드 배치는 한국이 미국 MD에 편입된다는 것도 의미한다. 2012년 한국 국방부는 스스로 사드 레이더 설치를 미국 MD의 편입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게다가 올해 안에 한미 양국은 양국의 MD 체계를 연동시킬 예정이다.

한·미·일 동맹

한국이 미국 MD에 편입되면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과 한·미·일 동맹을 더한층 강화할 수 있다. 2013년 6월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내놓은 “아시아·태평양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했다. “통합된 미사일방어망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제도화된 집단안보의 선구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한·미·일 3국의 군사 협력은 MD를 중심으로 더 긴밀해지고 있다. 지난 6월 한·미·일 3국의 이지스함이 하와이 근해에서 해상 MD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탐지와 추적, 정보 공유 능력을 검증하고 SM-3 미사일(해상 기반 요격 미사일)의 요격 훈련도 진행한 것이다.

2014년 12월 한·미·일 3국이 북한 핵·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면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도 체결했다.

사드 배치는 한·미·일 동맹의 수준을 크게 변모시킬 것이다. 올해 초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 협의를 공식화하자, 일본 아베 정부는 이를 적극 환영하면서 두 가지를 얘기했다. 우선, 일본도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드 한국 배치와 관련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습적으로 이뤄진 7월 8일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사진 출처 국방부

6월 초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일본이 한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한 것도 바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비롯한 한일 군사 협력 강화였다.

이처럼 사드 배치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다자동맹체제 구축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제국주의간 경쟁

러시아는 중국 못지않게 사드 한국 배치에 강하게 반발한다. 사드가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겨냥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MD를 동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에도 구축하고 있다. 세계 지도를 펼쳐서 유럽·중동·동아시아 등 미국의 지역 MD가 포진한 형세를 그려 보면, 러시아와 중국을 포위하는 양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 MD의 구축은 나토(NATO)를 동유럽으로 확대해 러시아를 압박하는 동진 정책과 함께 진행됐다. 그런 만큼 러시아는 미국이 MD를 어찌 구축하고 활용해 왔는지를 아주 잘 안다. 그래서 러시아 정부는 사드 한국 배치를 “전 지구적 MD 시스템 전개 지역 확장을 위한” 시도의 하나라면서 맹렬하게 반대한다.

사드 한국 배치로 미국이 중국·러시아 등 경쟁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

‘우리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의 위협을 부각시켜 역내 국가들을 동맹으로 규합할 것이다. 그 매개 고리로 MD를 이용할 것이며, 그에 따른 비용도 상당 부분 동맹국들이 부담하게 된다. 너희(러시아와 중국)는 이에 상응하는 군사력 증강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이걸 따라잡으려면 재정 부담도 상당할 것이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쉽게 물러설 리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 MD 시스템 요소의 역내 배치는 동북아에서 군비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상원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예브게니 세레브렌니코프는 한국 내 사드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부대를 극동(쿠릴 열도)에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한국을 미사일로 정조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사드 한국 배치 발표 후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연일 강조했다. 사드와 한·미·일 MD를 겨냥한 군사적 대비책이 강화될 것이다. 올해 초 한미 간 사드 배치 협의가 시작되자, 이에 자극받은 중국은 핵무기 증강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5월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중국의 핵무기 수량이 미국·러시아와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가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핵 능력을 증가시킬 충분한 정당성이 있다.” 그러면서 핵잠수함의 태평양 상시 배치, 핵탄두 보유량 증대를 촉구했다.

따라서 한반도를 둘러싼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갈등은 사드 한국 배치로 더욱 심화되고 군비 증강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이다. 역내 국가들도 이에 자극받아 덩달아 군비를 늘릴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동아시아에서의 제국주의 간 경쟁의 한복판에 휘말려 있다. 그리고 박근혜는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사드 한국 배치를 추진함으로써 한반도를 진정한 ‘헬조선’으로 몰고 가려 한다. 그에 따른 동아시아 불안정 고조는 오롯이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감내할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민간인 거주지를 향해 전자파를 쏠 사드 레이더. ⓒ그래픽 조승진


북한 ‘위협’은 명분일 뿐,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다

한미 정부들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사드 한국 배치의 강력한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청와대)라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 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0’의 발사 성공은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 발표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됐다. 사드 배치 결정 발표를 앞두고 미국이 김정은을 제재 대상에 올린 데는 사드 배치의 명분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난 사반세기의 경험을 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한반도의 평화에 악영향을 줬다.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 저항을 건설하는 데도 방해가 됐다.

그러나 한국에 배치될 사드는 북한이 남한을 미사일로 공격하는 것으로부터의 방어가 목적이 아니다. 사드는 높은 고도에서 떨어지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인데, 남한과 인접한 북한이 굳이 그렇게 높은 고도로 남한을 향해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다. 미국 의회조사국도 “남한과 북한은 너무 가까워서 [북한] 미사일이 낮은 궤도로 날아 몇 분 안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사드의 유용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느닷없는 도발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미국과 그 동맹들의 강력한 군사력 증강이라는 맥락 속에서 본다면 북한을 동북아와 한반도 불안정의 주범이라고 보는 것이 잘못된 상황 인식임을 알 수 있다.

위키리크스

미국은 북한 ‘위협’을 부풀려서 이를 명분 삼아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이용해 먹을 뿐이다. 오바마 정부도 한반도 긴장을 동맹 강화와 군사력 증강의 기회로 이용했다. 천안함 사건을 이용해 후텐마 미군기지를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시키려는 일본 하토야마 정부의 계획을 무산시킨 게 대표적이다.

위키리크스는 미국 국무부가 2009년에 작성해 서울·도쿄·베이징 등지의 미국 대사관에 발송한 비밀 문건을 폭로한 적이 있다. 그 문건에서 미국 국무부는 “최근 북한의 도발은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제로 작용한다”고 지적하며 “이를 통해 동맹의 기반을 강화하고 지역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국 외교관들에게 북한 ‘위협’을 동맹 강화와 MD 추진의 명분으로 삼으라는 노골적인 지침이다.

사드 한국 배치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책이기는커녕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불쏘시개가 될 게 뻔하다. 미국의 군사력 전진 배치와 한·미·일 동맹은 북한에도 엄청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7월 8일 사드 배치가 발표된 후 북한은 그다음 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무력 시위를 벌였다. 사드 배치에 대한 북한식 응답이었다. 그리고 5차 핵실험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사드 배치가 강행된다면, 한반도는 더욱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의 친미 본색

박근혜 정부가 결국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한국 지배계급은 오랫동안 한미 동맹을 통해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이득을 얻고 한국의 국제적 지위 상승을 추구해 왔다. 그 역사가 쉽사리 바뀔 수는 없다. 게다가 안전 보장은 한국 지배계급이 한미 동맹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인데, 한국 지배계급에게 중국과의 관계 강화는 한미 동맹이 제공한 안전 보장의 대체물이 못 된다. 오히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이 낳은 안보 위협을 강조하며 한국의 안보 불안을 자극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한미동맹 강화에 관해 한국 지배자들의 견해가 일치돼 있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된 현실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7월 5일 〈중앙일보〉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를 보면, 조사에 응한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은 사드 도입에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절반가량만이 “도입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더민주당 지도부는 “실익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며 사드 배치에 사실상 동의하는 입장을 내놨다. 비대위 대표 김종인은 “미국이 없었으면 오늘날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친미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문재인이 사드 배치 재검토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사드 배치를 논의하자고 하고, 국민의당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지만, 모두 신뢰할 수 없는 세력이다. 이들 모두 한미동맹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강화라는 두 길 사이에서 동요하다가, 결국 미국 제국주의의 이해관계에 타협하게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더민주당 주류나 국민의당 정치인 다수는 과거에 전략적 유연성,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이 불거질 때마다 결국 미국 제국주의와 타협하는 쪽을 선택해 왔다.

정의당은 심상정 상임대표가 사드 배치 반대를 공식 발표하고 나섰다. 정의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 연단을 활용해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적극 폭로함으로써 원외의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이 커지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원외 사드 배치 반대 운동에도 적극 참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모든 진보·좌파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대중 운동을 건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노동운동이 중요하다. 그럴 때 사드 배치를 저지할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어디에도 안 된다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사진 이미진

악화하는 동아시아 불안정

한국이 사드 배치 문제로 시끄러운 와중에, 남중국해에서도 중국과 미국이 살벌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 주장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중재재판은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필리핀이 중국을 제소하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중국은 이 판결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법에 따른 판결을 중국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정작 미국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그동안 무시해 왔다.

그래서 지금 남중국해에 미국 항공모함이 배치돼 있는 한편, 중국도 남중국해에서 최대 규모의 훈련을 벌이고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이지스함 숫자를 늘렸다. 판결에 반발한 중국이 머지않아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고자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선포한 지 불과 6년여 만에 동아시아는 제국주의 간 갈등으로 상황이 크게 나빠졌다. 동·남중국해 일대에서 제국주의 국가들이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겨냥한 군사 행동을 벌이게 됐으며 양안 관계마저도 심상치 않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개헌 세력이 사상 처음으로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모두에서 개헌발의선을 확보하게 됐다. 이제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 개헌을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동아시아 불안정이 이런 결과에 영향을 줬겠지만, 아베의 개헌 시도는 또다시 동아시아 불안정을 심화시킬 것이다.

최근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일련의 공세적 조처를 펼쳐 왔다. 오바마는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베트남에 미국 무기를 수출하도록 무기 수출 금수 조처를 풀어 줬다. 사드 한국 배치도 이런 맥락 속에 놓고 봐야 한다.

최근 동아시아의 불안정한 상황은 장기화하는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한 치의 양보 없는 지정학적 경쟁을 벌이는 것은 그만큼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이 깊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 불안정은 한동안 계속 심화할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적 미래 속에 그 결론이 어찌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우리가 제국주의에 맞선 근본적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무덤을 팔 수 있는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적 노동자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