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둔 6월 초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유럽연합을 호의적으로 보는 유럽인은 51퍼센트였다. 이는 4~5월 유럽연합 회원국 10곳에서 1만 4백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국내 여러 언론도 보도했듯이, 이 여론조사 결과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10년 새 유럽연합 호감도가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2004년 54퍼센트에 44퍼센트로, 프랑스에서는 2004년 69퍼센트에서 38퍼센트로, 스페인에서는 2007년 80퍼센트에서 47퍼센트로, 이탈리아에서는 2007년 78퍼센트에서 58퍼센트로 급락했다. 경제 위기와 혹독한 긴축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리스에서 유럽연합 호감도는 27퍼센밖에 안 됐다.

유럽연합 호감도 추락

유럽연합의 호감도가 급락한 배경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이 있다. 유럽연합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50퍼센트를 넘은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이탈리아에서는 68퍼센트, 프랑스에서는 66퍼센트, 스페인에서는 65퍼센트가 유럽연합의 경제정책에 반대했다. 특히, 그리스에서는 무려 92퍼센트가 유럽연합의 경제정책에 반대했다.

태생부터 유럽 자본의 이익을 위한 기구였던 유럽연합은 미국·동아시아와의 경쟁 속에서 회원국들(의 노동계급)에게 내핍을 요구하며 성장을 꾀해 왔다. 최근에는 그리스에 혹독한 긴축을 강요하고 프랑스 정부의 노동법 개악을 지지했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2005년 유럽연합 헌법 부결 등 계속해서 유럽 대중의 이의제기를 받아 왔다. 특히 지난해 유럽연합 등이 내놓은 긴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그리스인들이 압도적으로 반대(OXI) 투표를 한 것을 보며 유럽 곳곳에서는 그리스인들에게 연대를 보내는 시위가 열렸다. 그 시위들에서는 “그리스가 나아갈 길을 보여 주고 있다”는 구호가 심심찮게 들렸다.

유럽연합이 비민주적이라는 점도 호감도 하락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리고 유럽연합 호감도 하락은 브렉시트 결과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물론 유럽 곳곳에서 파시즘과 우익 포퓰리즘이 성장하는 것을 보건대, 유럽연합 호감도 하락에는 우파적·민족주의적 선동이 작용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유럽연합에 대한 좌파적 대안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좌파가 유럽연합의 반노동자적 본질을 폭로하며 그에 맞서는 투쟁(특히 노동계급 투쟁)을 고무하고 조직할 때, 유럽연합에 대한 반감이 파시즘과 우익 포퓰리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좌파의 성장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