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6년째 열리는 국내 최대 마르크스주의 포럼 맑시즘2016이 7월 21일 고려대학교에서 성황리에 개막했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 성황리에 열린 맑시즘2016 개막식 ⓒ노동자연대

올해 맑시즘은 어느 때보다 많은 지지 속에 열렸다. 맑시즘에 여러 노동조합과, 시민   ·   사회   ·   학생 단체 들과 언론 등 예년보다 많은 2백17개 단체가 후원했다. 고려대 내 학생회들의 지지도 확대돼 문과대 학생회, 정경대 학생회, 자유전공학부 학생회가 맑시즘을 공동주관했고, 총학생회도 맑시즘이 성공적으로 열리는 데 도움을 줬다. 

고려대에는 맑시즘 개최를 축하하는 많은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노동자연대


맑시즘2016의 부제는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 부제처럼 개막식은 경제 위기와 제국주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저항으로 세계를 변화시키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개막식 영상은 전 세계 지배계급과 한국 정부가 처한 위기를 들춰내며 저항의 소식을 담았다. 영국의 브렉시트, 프랑스 노동자 파업, 터키 민중의 쿠데타 저지, 박근혜 정부의 위기, 구조조정에 맞서 7월 20일 울산에서 벌어진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공동 파업 등을 담은 영상은 참가자들에게 힘을 줬다. 

맑시즘2016 개막식의 연설자들 왼쪽 부터 주디스 오어, 최종진, 윤종오, 유경근, 김하영 ⓒ노동자연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이자 '전쟁을 중단하라' 반전운동연합(Stop the War Coalition) 의 운영위원인 주디스 오어가 첫 연설을 시작했다.
오어는 "몇 주 전 브렉시트 투표 이후 영국은 깊은 정치 위기를 겪고 있다"며 상황을 전했다. 
"탈퇴에 투표한 많은 사람들은 노동계급이자 가난한 사람들이고, 긴축에 시달려 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정치 엘리트층에게 완전히 버림받았다고 느낍니다. 유럽 탈퇴 투표는 엘리트층에 대한 항의의 성격이 있었습니다. 
"계급 투쟁 수위가 높지는 않아서 우파적 이민자 배척 선동이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쟁에서 주도적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비(非)유럽인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사악한 장벽을 쳤습니다. 그래서 많은 난민들이 물에 빠져 죽습니다. 이민자들의 권리는 이민자들이 쟁취한 것이지 유럽연합이 준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는 국민투표에서 어떻게 투표했든 인종차별과 긴축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모두 단결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7월 16일 런던에서 1만 명이 인종차별과 긴축에 반대해 행진했습니다. 
"브렉시트로 불거진 위기는 단지 영국 지배계급만의 위기가 아니라 전 세계 지배계급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에서 일어났던 것 같은 저항이 다시 일어나길 바랍니다. 우리는 진정한 국제주의를 위해 싸워야 합니다. 그런 세계를 쟁취하려면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맑시즘2016 개막식에서 여러 연사들이 한상균 위원장에 징역 5년을 내린 박근혜의 노동 탄압을 규탄했다. ⓒ노동자연대

이어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권의 야만적 공안탄압이 갈수록 노골화되는 시점에서 열리는 맑시즘2016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의미가 크다"며 연대의 말을 전했다. 또 박근혜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노동자 투쟁을 강조했다.
"우리는 민중을 개돼지 취급하는 정권에 맞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정권은 한상균 위원장에게 징역 5년, 배태선 조직실장에게 징역 3년, 이현대 조직국장에게 1년 6개월, 박준선 조직국장에게 1년, 모두 합쳐 10년이 넘는 징역을 내렸습니다. 
"박근혜의 노동개악 추진에 반대하고, 세월호 투쟁에 연대하고,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과도하게 탄압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어제 전국 14개 도시에서 10만 명의 동지들이 파업에 참가했습니다. 특히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동지들이 공동 파업을 했습니다. 
"민주노총이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또 불법 파업이라고 얘기합니다. 기득권층인 노조가 투쟁한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파견법과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는 저들은 민주노총을 욕할 자격이 없습니다. 
"전국의 하청노동자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잘리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은 결단코 막아야 합니다. 
"또, 사드의 한반도 배치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난주에 성주 군민들이 격렬한 투쟁을 벌였습니다. 오늘도 2천 명이 상경해 투쟁했습니다. 
"민주노총은 9월에 범국민대회를 치러 내고, 11월 12일 20만 민중총궐기를 치러 낼 것입니다." 

"구조조정 중단하라" 맑시즘2016 개막식 참가자들. ⓒ노동자연대

울산의 노동자 국회의원인 윤종오 의원은 바로 오늘 "쉬운 해고 금지법"을 발의했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한국은 1987년 전과 후로 시대가 나뉩니다. 그 전에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살았지만, 그 후에는 땀 흘려 일한 만큼 요구하게 됐습니다. 1987년 대투쟁이 일어나고 임금이 올랐지만,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 성과연봉제가 추진되는 등 다시 예전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997년 투쟁 이후 우리가 직접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998년 기초의원에 당선하고, 그 뒤로 광역 시의원에 두 번 당선했습니다. 이번에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한 가장 큰 요인은 단결이었습니다. 울산의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서 노동자 후보를 찍었습니다. 내년에 정권을 교체하고 진보정당을 제대로 건설해 내야 합니다. 그 길에 선두에 서서 가겠습니다."

맑시즘2016 참가자들이 고려대 418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노동자연대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개정안 발의에 참가한 의원이 이미 과반수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상임위에서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당은 말을 바꿔서, 특조위 활동을 조금도 연장할 수 없다고 합니다. 야당은 19대 국회 때는 힘이 적어서 하기 힘들다고 하더니, 이제는 여론 조성이 안 돼서 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세월호 인양은 기상 악화를 핑계로 여러 차례 중단되고 있습니다. 기상 악화는 핑계입니다. 우리는 인양 공법에 문제가 있다고 계속 말해 왔지만 정부는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적한 문제들이 그대로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선체에 남아 있는 증거를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배가 인양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침몰의 진실을 밝히려면 선체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제 그것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뻔히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매우 깊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맑시즘2016에 참가해서 보니,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부제가 정말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를 비롯해 우리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변했습니다. 참사를 겪고 자식을 잃고 난 다음에 내가 변했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변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 소망을 가지고 세월호 피해자들, 유가족들이 전국 곳곳을 돌고 있습니다. 
"모레부터는 목포에서 진도까지 대학생들과 함께 걸을 것입니다. 8월에는 강정평화대행진에도 갈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연결돼 있습니다. 이 악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만든 사람들은 동일하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버렸기 때문에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함께할 것입니다."

맑시즘2016 개막식 ⓒ노동자연대

김하영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이자 조직노동자운동팀장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며 한상균 위원장을 면회해 들은 메시지를 전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해 총궐기 이후 2차, 3차 총파업을 이어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면서,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중형이 나온 거라고 말했습니다. 투쟁을 이어가도록 애써야 하고,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얼마 전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했습니다. 예상 밖으로 저항이 터져 나오자, 정부는 '외부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비난을 합니다.
"외부세력 개입 운운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드 배치가 성주 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남한 땅 전체와 동아시아가 사드 배치로 더 위험하고 더 불안정한 곳이 되게 생겼습니다.
"사드 배치로 표현된 제국주의 간 경쟁 격화는, 2008년 이후로 장기 지속되고 있는 세계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벌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을 둘러싼 지배계급과 노동자들 사이의 투쟁입니다. 
"노동자들은 분노가 크지만 동시에 정부와 기업주들의 공세가 단호하고 만만치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들이 강력한 것만은 아닙니다. 친박계는 공천개입 폭로로, 양아치 수준의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들의 분열은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줄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불리하지 않은 위치에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잘 잡는다면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진할 수 있습니다. 
"사드에 반대하는 반제국주의 노동운동, 경제 위기 책임 전가에 맞서는 반자본주의 노동운동을 위해, 함께 조직하고 투쟁합시다!"

맑시즘2016에서는 북카페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리고 있다. ⓒ노동자연대

맑시즘2016 참가자들은 개막식 등 첫날 열린 워크숍들이 매우 인상적이고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와 보니까 강연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개막 집회에서는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는 외로울 필요가 없겠습니다."(성창석 대학생)
"올해 처음 참가했는데 다른 강연들처럼 딱딱하지 않고 상호작용이 잘 돼서 좋았습니다. 강연에서 여러 주제를 다양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민혜인 대학생) 
"오후에 러시아 혁명 관련 주제를 들었는데, 저는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났었는지도 몰랐습니다. 혁명이 왜 일어나고, 실패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개막 집회에서는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이 왜 중요한지 느꼈습니다. 사드 문제도 성주만의 일인 줄 알고 있다가 공통의 문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강준호 한전KDN 노동자)
맑시즘2016은 7월 24일(일)까지 고려대에서 열린다.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접수할 수 있다.

맑시즘2016는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접수할 수 있다.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