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김자연 성우가 게임 제작사 넥슨과 맺은 계약이 해지된 일이 있었다. 우리는 이 해고가 전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메갈리아 4’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은 인증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는 게 해고의 이유였다.

그런데 그 뒤 이 사태의 성격과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에 대한 태도를 놓고 논쟁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정의당은 이 문제로 많은 당원들이 탈당하는 등 갈등이 크게 불거졌다. 20일 당 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가 내놓은 넥슨 해고에 대한 항의성 논평에 상당수 당원들이 메갈리아 옹호라며 반발했고 논평 철회와 문예위원 징계를 요구했다. 닷새 뒤 당 지도부(중앙당 상무집행위원회)가 당내 반발을 수용해 문예위 논평을 철회하면서 탈당이 일어나고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넥슨의 해고 사태와 정의당 지도부의 문예위 논평 철회 사건은 이제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등지에서 정의당 안팎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7월 30일 〈한겨레〉 토요판에는 정의당 지도부의 논평 철회를 비판하며 이 방침을 “자본과 진보의 강고한 남성연대”로 규정하며 비약하는 정희진 씨의 글까지 나와 논쟁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

현재 논쟁은 넥슨의 성우 계약 해지 사태와 메갈리아의 성격 논쟁이 뒤섞여 복잡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사실 메갈리아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부차적인 문제이다. 핵심 문제는 메갈리아를 옹호하든 아니든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당하는 게 정당한가 하는 것이다.

문예위 논평의 골자는 “정치적 의견이 직업 활동을 가로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넥슨의 해고를 비판한 완전히 정당한 견해였다. 그런데도 정의당 지도부는 이 논평을 합당한 근거 없이 철회했다.

"여자에게 왕자는 필요 없다" ⓒ사진 출처 김자연 씨 트위터

정의당 지도부는 논평 철회의 주된 이유로서 당사자가 해당 회사와 원만하게 합의했고 당사자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그러나 넥슨은 온라인과 SNS 상에서 일어난 반발을 내세워 김자연 씨와의 성우 계약을 해지했다.

물론 넥슨은 김자연 씨에게 금전적 보상을 했고, 김자연 씨 자신이 부당 해고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주 고용된 노동자들이 해고 뒤 사측에 맞서 싸우지 못하고 금전적 보상을 받는 데 머무르도록 내몰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정의당 지도부가 문예위 논평을 철회한 핵심 이유는 해고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려 애쓴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넥슨의 해고를 묵인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특히, 김자연 씨가 페미니즘 커뮤니티 후원이 문제돼 해고된 만큼 정의당 지도부의 논평 철회는 지도부가 견해와 사상을 이유로 한 차별에 심각하게 반대하고 진지하게 민주주의를 옹호하는가 하는 합리적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

이는 정의당 지도부가 당의 노선을 계속 온건해 보이게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인 듯하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7월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문예위 논평이 “부적절”했다며(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정당은 사회운동 조직들과 달리 문제제기 집단이 아니라 문제해결 집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당을 사회운동과 분리하고, 문제제기와 문제해결이 별개인 양하는 것은 엘리트주의의 일종일 뿐이다. 정의로운 정당이라면 부당함과 억울함에 항의하는 사회운동과 분리돼서는 안 된다. 그리고 대중의 편견에 영합하며 논쟁을 회피할 게 아니라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며 올바른 견해를 내놓으려 애써야 한다. 또한 더 나아가, 사회 정의를 위한 대중운동을 건설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본질적인 문제를 식별해야 한다

넥슨이 소비자 반발을 내세워 계약을 해지한 김자연 성우가 입은 티셔츠에는 ‘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자에게 왕자는 필요 없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 문구는 여성을 수동적 존재로 간주하는 성별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것이다. 왜 이 문구가 사회적 해악을 끼친다는 말인가?

넥슨의 해고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로 문제 삼는 것은 해당 문구 자체가 아닌 듯하다. 그 티셔츠가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것이고, 메갈리아가 ‘남성 혐오’ 커뮤니티이므로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것은 곧 남성 혐오를 옹호하는 것이라는 비약이다.[1]

메갈리아가 남성 혐오 집단이므로 넥슨의 계약 해지가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주장은 성차별적 우파들만이 아니라 심지어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 일부에게서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르포 작가 이선옥 씨는 〈미디어 오늘〉에 기고한 글에서 메갈리아가 사용한 “남성 일반과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표현”을 들어, 넥슨의 계약 해지가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씨는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이 각각 문화예술위원회, 청년녹색당, 여성위원회 차원의 논평을 내어 넥슨의 계약해지가 부당하다고 한 것을 비판했다.

그러나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사람은 해고돼도 괜찮다는 식의 주장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어느 누구도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해고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메갈리아를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되는 것이 정당한가?

메갈리아가 아니라 넥슨이야말로 심대한 사회적 해악을 끼쳐 온 장본인이다. 넥슨 대표 김정주가 검사장 진경준에게 거액의 주식을 공짜로 주는 등 온갖 비리를 저질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또, 넥슨은 여느 기업처럼 성차별을 이윤 추구에 이용하며 사회 전반에 성차별 관념을 확산시켜 왔다. 넥슨 자회사인 넥슨지티가 출시한 게임 ‘서든어택 2’의 여성 캐릭터 묘사는 악명 높다. 선정적 옷차림의 여성 캐릭터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자세로 사망하고, 여성 캐릭터가 죽는 장소로 강남역 11번 출구도 등장하는 등 여성 비하와 멸시가 게임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여혐’ 논란을 낳았다.

메갈리아 성격 논쟁

한편, 메갈리아가 페미니즘이냐 아니냐라는 논쟁이 있다. 지난해 등장한 메갈리아가 성차별에 반대해 주로 온라인 상에서 활동해 온 페미니즘 조류임을 부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메갈리아는 페미니즘의 일부이고, 주류 언론에 기고하는 페미니스트들과의 공통점도 여럿 있다. 페미니즘에는 다양한 조류가 있고 그들 사이에는 또 차이도 많다.

메갈리아에 대한 평가는 종종 극단적으로 엇갈리는데, 반대 일색이거나 찬양 일색인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메갈리아를 평가할 때 다른 페미니즘 조류나 사회운동 단체와 마찬가지로 공정하게 보려 애써야 한다.

넥슨의 계약 해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메갈리아를 무슨 극우 집단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파시스트는 단지 험악한 말만 하는 집단이 아니다. 그들은 언론·출판 등 가장 기본적인 민주적 자유조차 깡그리 말살해 버리길 원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실제로 죽이고 폭력을 일상으로 휘두르는 반동적 집단이다.

따라서 메갈리아(나 그 분파들)를 극우 단체와 비슷한 성격으로 규정하는 것은 완전히 혼란된 발상이다. ‘우리 안의 파시즘’이라는 말처럼 파시즘을 이데올로기 중심적으로, 또 도덕주의적으로 부정확하게 규정하는 개념 사용이 진보 진영에 적잖이 퍼져 있는데, 이런 용어법은 메갈리아 같은 온라인 상의 느슨한 페미니스트 커뮤니티를 이해하는 데 완전히 부적절하다.(실제의 파시스트 단체와 활동을 이해하는 데에도 전혀 적합하지 않다.) 메갈리아의 정치적 약점을 불균형적으로 과장해서는 안 된다.(동시에,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곳곳에서 파시즘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파시즘의 위험성을 그렇게 얕잡아봐서도 안 된다.)

비슷하게, 메갈리아를 파시스트 집단과 같다고 보진 않아도 일베 같은 우익과 동격으로 취급하는 견해도 옳지 않다. 일베는 성차별뿐 아니라 세월호 항의 운동, 노동자 투쟁 등 거의 모든 쟁점에서 어처구니없는 배설적인 우익적 태도를 취했다. 국정원 같은 국가기관이 뒤를 봐준다는 세간의 의혹도 있다. 반면 메갈리아는 성차별 쟁점이 아닌 다른 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이질적이고(풍자 위주의 주장이 많아서 성차별 쟁점에서도 단일한 견해를 취한다고 보기도 어려울 듯하다), 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 운동을 지지하는 진보적 여성들도 메갈리아 운영진에 포함돼 있고, 메갈리아 지지자 중 진보 성향도 적지 않다.

메갈리아가 성범죄를 미화한 남성잡지 《맥심》의 표지와 몰카 범죄 등에 항의한 것도 정당했다. 사회에 퍼져 있는 여성 비하와 멸시, 여성 신체의 대상화, 여성 대상 범죄 등에 반발한다는 진정한 취지를 무시한 채 메갈리아를 ‘남성 혐오’ 집단으로 취급하는 것은 일면적이다. 사회에 퍼져 있는 성차별에 분노하는 젊은 여성들이 메갈리아에 많은 관심과 호응을 나타내며 때로 자신을 ‘메갈리안’이라 칭한 것은 대체로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지 ‘남성 혐오’ 때문이 아니다.

물론 메갈리아의 유명한 ‘미러링’(성차별적 표현을 고스란히 되돌려 준다는 뜻으로, 여성 차별적 욕설에 남성 비하적 욕설 등으로 대응하는 것)은 성차별에 도전하는 데 효과적이라기보다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특히 미러링이라며 남성 비하 또는 소수자 비하적 표현을 서슴지 않은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남성을 성기 사이즈에 비유하며 조롱하거나 동성애자 남성이나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 등은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면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표현이다.

이 점에서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메갈리아를 찬양하기만 할 뿐 무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성차별 반대 운동을 만만찮게 건설하는 데 전혀 이롭지 않다. 정희진 씨는 옳게도 정의당 지도부의 넥슨 항의 논평 철회를 비판했지만, 메갈리아가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항한 유일한 집단이라고 과장한다. 자본주의 국가의 영향력을 무시한 채 일베가 핵심 성차별 세력인 양 과장하는 것도 그런 사례다. 또,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정의당 지도부의 논평 철회라는 잘못을 두고 곧장 국가와 진보의 “남성연대”로 비약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메갈리아가 결국 자체 온라인 사이트에 오르는 성소수자 비하 내용의 게시물 삭제 문제를 놓고 분열한 데서 보듯, 성차별 반대가 곧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메갈리아의 양성 분리주의적 페미니즘은 ‘게이 혐오’에 취약했고(물론 메갈리안 모두가 게이 혐오에 동조한 건 아니다), 또 모든 남성을 적대시하며 거침 없이 욕설을 하는 방식은 후진적 남성을 설득하기보다는 소모적 논쟁을 부르기 일쑤였다. 정의당 바깥에도 메갈리아에 반감을 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보수적 견해에서 비롯한 반감도 있지만 메갈리아의 극단적 분리주의가 낳은 효과도 있음을 무시할 수는 없다.

성차별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며 저항을 하지만 성차별의 원인을 모든 남성(‘남성 권력’)으로 돌리다 보니, 근본적으로 메갈리아를 특징짓는 극단적 분리주의 페미니즘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구조와 작동 방식, 국가와 기업들이 성차별 형성과 유지에서 하는 핵심적 구실에 대한 이해가 없다. 사회의 개혁과 근본적 변혁을 위한 투쟁에서 노동계급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이해가 없으므로, 성차별을 끝장낼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도 없다. 미러링이라는 역효과를 낳는 수단에 의존하는 것도 이런 약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성차별을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관계와 분리시켜 모든 남성을 표적으로 삼는 약점이 메갈리아 이용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 천대의 물질적 토대에 대한 분석 결여와 모든 남성을 적처럼 여기는 경향은 기존 여성운동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메갈리아가 새로운 여성운동의 전망을 보여 주고 있다는 상당수 페미니스트들의 찬양·고무와 기대가 과장인 이유다.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 지지자로서는 메갈리아 식의 주장과 실천에 이러한 이견이 있다. 사회주의적 페미니스트도 메갈리아의 페미니즘에 무비판적 태도를 취할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메갈리아가 페미니즘 일반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메갈리아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느니만큼 메갈리아의 활동 방식과 그에 담긴 정치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성차별 반대 운동과 사회운동 전체의 발전에도 유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메갈리아를 부당하게 비난하는 것에 반대해야 하고 성차별 관념에 타협하려는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특히, 메갈리아의 약점이 어떻든, 넥슨이 자행한 해고 사태가 메갈리아의 정치적 약점에서 비롯했다고 볼 수는 없다. 넥슨은 자신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짓을 했을 뿐이다.


[1] 김자연 씨가 티셔츠 구매로 후원한 곳은 메갈리아 4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곳이다(지난해8월에 만들어져 그해 12월에 분열이 일어난 웹사이트 메갈리아와는 운영진이 다르다고 한다). 메갈리아 4의 티셔츠 판매는 소송을 위한 것이다. 페이스북이 ‘김치녀’ 등 성차별적 단어를 사용하는 페이지는 놔두고 ‘메갈리아’를 사용하는 페이지만 계속 삭제하는 데 반발한 소송이다. 이 모금은 큰 성공을 거뒀다. 티셔츠는 당초 목표 1천만 원을 훌쩍 뛰어 넘어 1억 5천만 원어치가 판매됐다고 한다. 메갈리아 4는 메갈리아의 과거 활동 방식(일명 ‘미러링’)과 거리를 두며 정제된 표현으로 페미니즘을 논한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메갈리아 4와 메갈리아가 과연 얼마나 다르냐 하는 회의론도 있다. 하지만 이번 계약 해지와 관련해서 그 차이는 중요치 않다. 김자연 씨는 메갈리아의 기존 활동 방식에 문제 의식이 있지만 메갈리아의 페이스북 페이지만 삭제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해 모금에 동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