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넘게 전면파업 중인 포항과 광양의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이 원청 포스코를 압박하기 위해 연대 투쟁에 나섰다.

8월 9일 오후 포항 해도근린공원에 플랜트건설 노동자 5천여 명이 모여 ‘2016 파업 투쟁 승리, 플랜트건설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했다. 포항지부와 전남동부경남서부(광양)지부의 조합원 4천여 명뿐만 아니라 충남지부, 경인지부 등에서도 조합원 수백 명이 연대를 위해 모였다.

포항 해도근린공원에 플랜트건설 노동자 5천여 명이 모여 투쟁 결의대회를 벌였다. ⓒ김지태

포항과 광양의 플랜트건설 노동자 대부분은 포스코의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설비 유지, 보수, 관리 업무를 한다. 이들은 매년 포스코의 하도급을 받아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하청업체들과 임금·단체협약을 맺어 왔다.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 수준, 월 단위 계약, 안전 문제 등이 개선되기를 절실히 원하지만, 수년 동안 원청 포스코와 하청업체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어 불만이 쌓여 왔다.

“10년 동안 일당이 겨우 3만 원 올라서 기능공이 13만 9천 원 받아요. 월급은 덜 주고, 일은 더 많이 시켜 왔어요. 일감도 떨어져서 전에 받던 수준의 절반밖에 못 벌어요.”

포항의 젊은 조합원은 말한다. “10년 동안 매년 2천 원, 3천 원 정도의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일당이 올라, 제 경우 월 평균 8~10일 정도 일해서 한 달에 1백~1백50만 원 정도 받는데, 이 돈으론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어요.”

전면파업을 벌이며 포항에 모인 플랜트건설 노동자들 . ⓒ김지태

10년 동안 임금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인상돼, 포항과 광양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의 일당은 다른 지역보다 평균 1만 원 정도 낮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임금(일당)을 1만 원가량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는 2년 만에 세계 철강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 2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도 7천1백2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7.3퍼센트나 올랐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는 고작 1퍼센트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광양의 다른 조합원도 이렇게 말했다.

“10년 넘게 일했는데, 아직도 네 자녀와 월세방에 살고 있어요. 일해서 번 돈으로 겨우 먹고살아 가는 것에 연연할 뿐 저축은 꿈도 못 꿉니다. 한번은 일하다 다쳐서 몇 개월 일을 못했는데, 그때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죠. 빚만 지지 않고 살아도 좋겠어요.”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은 일용직으로 보너스도, 퇴직금도 없다. 일해서 번 돈을 저축하지 못하면 아프거나 사고가 났을 때 또는 노후에 생계를 이어갈 방도가 없다.

그런데도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면서, 월 단위 계약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억눌러 왔다.

“매월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해요. 이것 때문에 관리자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죠.”

“매월 계약할 때 노동자들을 솎아내기 때문에 관리자들 눈치를 보게 되죠. 심지어 관리자들은 이 점을 이용해 우리끼리 서로 감시하게도 하고, 잔업 특근비를 안 주려고 하기도 했어요.”

“저는 50미터 상공에서 일하는데, 추락을 방지하는 생명줄을 걸 데가 없는 경우도 많아요. 사측은 잠깐 작업하는 데 돈을 들일 수 없다며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아요.”

월 계약 때문에 사측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목숨과 직결되는 이런 안전 문제도 제기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도 모자라 올해 포항의 하청업체들은 단협에 쉬운 해고를 명시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단협을 맺고도 어기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런데 사측은 앞으로 현장에서 단협사항을 지키라고 요구하면 ‘선동 행위’로 즉시 해고할 수 있게 하는 말도 안 되는 단협 개악안을 들이밀고 있어요.”

노동자들은 이런 현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라며 올해 투쟁에 돌입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파업하며 제대로 싸우는 것도, 광양 동지들과 함께 연대하는 것도 거의 10여 년 만입니다. 이번에는 꼭 우리 요구를 쟁취해야 합니다.” 2006년 포스코 점거 파업에 참가했던 포항 노동자의 말이다.

오랜 불만이 투쟁으로 표출되자, 투쟁 과정에 동참하는 노동자들도 늘고 있다. 포항지부에서는 7월에 파업을 시작한 이래로 파업 대열이 8백 명 가까이 늘어 왔다.

모처럼 성사된 광양과 포항의 연대도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덕분에 노동자들은 9일 결의대회를 마치고 포스코 포항제철소 앞까지 행진하고, 제철소 앞 다리 위에서 2시간 동안 연좌시위를 했다. 밤이 되자 광양과 포항의 노동자들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맞은편 해도공원에서 밤새 실무교섭 결과를 기다리며 함께 농성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앞 다리 위에서 연좌시위를 하는 노동자들. ⓒ김지태
제철소 앞 다리 위에서 연좌시위를 벌인 노동자들 . ⓒ김지태

투쟁과 연대의 분위기 속에서 다른 부문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에 관심과 지지도 높아질 수 있다.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을 전해 들은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사장들은 어디서나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투쟁을 약화시키려고 혈안이 돼 있네요. 우리든, 갑을오토텍 동지들이든 먼저 이겨서 남은 노동자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네요.”

노동자들의 투쟁 때문에 밤새 실무교섭이 재개됐지만, 여전히 포항의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양보를 꺼리고 있다. 광양의 사측 협상단도 포항으로 오지 않고 버티고 있다.

아침까지 이어진 교섭이 다시 결렬됐다는 소식을 듣고 광양·포항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은 다시 대열을 갖춰 포스코 본사 앞으로 행진해 나갔다.

포스코를 향해 행진하는 플랜트건설 노동자들. ⓒ김지태

플랜트건설노조 충남·강원지부도 임단협 체결을 위해 전면파업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울산지부는 조합원 무더기 연행, 지부장 구속 등 노조 탄압과 거듭되는 산재 사망 사고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포항·광양 노동자들의 투쟁은 본격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지역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의 투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사드 배치 결정, 우병우 게이트 등으로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을오토텍, 포항·광양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부의 위기를 더 심화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할 수 있다.

포항·광양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