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형 시간제는 정규직 일자리 쪼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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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서 시간제 확대는 중요한 의제 중 하나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는 '2016년 핵심개혁과제 노동개혁 분야 추진 현황'을 발표하면서, 임금체계 개편 등과 함께 "전환형 시간선택제 확산"을 언급했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해 여성 노동자들의 육아 부담과 육아에 따른 차별을 개선하는 데는 지원하지 않으면서 고용률을 끌어올리려 한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시간제 일자리 지원 예산은 2013년 91억 원에서 올해 4백2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예산을 지원받는 기업 수도 2013년 319곳에서 올해 5월 4천41개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간제 일자리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시간제 일자리 증가는 최근 비정규직 증가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다.
시간제 일자리는 저질 일자리의 대명사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가 "짧게 일하면서 4대보험 등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보장되고 차별이 없는 일자리"라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전체 시간제 일자리의 6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새로 생겨난 시간제 일자리들이 저질이라는 인식이 강해 정부의 목표
정부는 “정부·공공기관이 선도”해 전환형 시간제를 확대하고 이를 민간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지난 4월 발표한 '청년·여성 취업연계 강화 방안'에서 정부는 2018년까지 전환형 시간제를 "모든 기관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말 공공부문 대상으로 전환형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환형 시간제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고 발표했다. 특히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전환형 시간제가 인기 있는 양 광고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는 왜곡이다. 오히려 이 조사 결과는 남녀를 막론하고 다수가 시간제로 전환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 줬다. 조사에 참여한 30만 1천 명 중 52.8퍼센트에 해당하는 15만 9천여 명은 전환형 시간제를 활용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0퍼센트가량만이 전환형 시간제를 활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는데, 그중에서도 절반 이하만이 임금 삭감을 감수하고도 활용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또한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활용 의사가 높게 나온 것
그러나 만약 저렴하고 믿을 만한 보육 시설이 존재하고, 충분한 기간 동안 충분한 임금을 보전받으며 출산·육아 휴직을 쓰고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면 시간제로의 전환을 원하는 여성들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설사 해고 위험이 없다 해도, 짧은 노동시간에 비례해 임금이나 수당 등이 삭감되고 경력 전망이 불리해지는 등 전반적 노동조건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인사상 불이익이나 전일제로의 복귀 어려움도 불안 요인 중 하나다.
가령, "전환형 시간제 노동자 역시 육아로 인해 시간선택제로 전환했지만, 동료들에게 부담이 되고 상사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 주변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렇듯 시간제로의 전환은 그것이 ‘신규채용형’이든 ‘전환형’이든 여성노동자의 전반적 처지를 악화시키고, 나아가 전체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는 구실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채용형 시간제 일자리에 반대하면서도 전환형 시간제는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보고 지지하는 일각의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해결할 진정한 대안은 시간제 전환으로 고용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유급 출산·육아 휴직 기간 확대와 급여 인상, 휴직 후 원직 복직,
노동운동은 전환형 시간제를 포함한 시간제 일자리 확대 방침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