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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총장실 점거:
단호한 점거로 반노동자적·반교육적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 막아내자

?한국외대 학생들은 박철 전 총장에 대한 명예교수 임용 중단을 위해 총장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총장실 점거에 돌입한 경위와 자세한 상황은 온라인 기사 :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 총장실 점거 박철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용을 반대한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외대 박철 전 총장(2006~2013 재임)은 지난 6월 1일 명예교수 임용 추대를 받았다. 아직 김인철 현 총장의 승인이 남았지만 학교 당국은 박 전 총장의 기여를 높이 사 명예교수에 임용한다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박 전 총장의 불명예로 뒤덮인 “기여”를 봤을 때, 그에게 명예교수 자리를 내주는 것은 매우 역겨운 일이다. 박 전 총장은 임기 시작부터 11.4퍼센트라는 살인적 등록금 인상, 온갖 경쟁적 학사제도 추진, 불법적 노조 탄압으로 학생과 노동자의 공동의 적이었다.

박 전 총장은 상대평가 확대, 이중전공 제도 강제 의무화, FLEX(한국외대 자체 외국어능력시험) 졸업시험 의무화 등 학생들 간의 경쟁을 격화시키고, 인기 있을 법한 과를 커리큘럼도 없이 졸속으로 신설하는 등 학교 ‘장사’에 용이한 제도들을 도입해 왔다. 더불어 그는 실업의 탓을 학생들에게 돌리며 더 강도 높은 경쟁을 강요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고스란히 추진했다.

박 전 총장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후퇴시키는 한편, 외대 교직원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도 탄압했다. 그는 선제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하며 불법적 노조탄압을 자행했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외주화를 통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해고를 감행했다. 탄압이 너무나 악랄해 전 노조 위원장이 죽음에 이르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지만 박 전 총장은 반성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는 이가 갈릴 정도로 악명 높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계약해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노조 탄압 전문가 심종두를 법대 겸임교수에까지 앉혔다.

그는 학생과 노동자를 모두 괴롭히면서도 학생들이 노조 파업이나 임금 인상에 반대하도록 이간질도 했다. 무엇보다 불법적 노조 탄압에 따른 소송과 성희롱 교수 보호를 위한 소송 비용을 학생 등록금(교비)으로 써서 1천만 원 벌금형이라는 횡령 유죄 판결을 받았다.(물론 이조차도 죄질에 비해 미약한 판결이다.) 교육자의 책임과 양심이 의심되는 반노동적·반교육적·반지성적·반인권적 인사는 명예교수가 될 자격이 없다.

확대되고 있는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

한국외대 학생들이 박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을 반대해 전학대회에서 총장실 점거를 결정하고 점거 농성에 들어간 지 7일째다(8월 16일 현재). 처음 점거 농성에 들어간 인원은 30여 명이었지만, 방학인데도 하루 연인원 70~80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광복절 황금 연휴에도 매일 20~30명의 학생들이 총장실을 지켰다.

특히 박 전 총장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새내기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악랄한 일들을 자행한 박 전 총장을 명예교수로 임용하려는 김인철 총장에 분노해 점거 현장으로 왔다.

지난 며칠간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점거 농성은 투쟁하는 학생들의 결속과 사기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모두가 모여 하루를 마무리 짓는 전체 토론 시간은 참가자 대부분이 능동적으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재학생들의 지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재학생 연서명은 벌써 1천 명을 돌파했다. 박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 반대 인증샷 찍기도 확산되고 있다. 이런 고무적인 소식들을 들으며 농성장에 있는 학생들은 힘을 받고 있다.

졸업생들의 지지 방문도 이어졌다. 전 총학생회장들을 비롯해 이 투쟁을 지지하는 졸업생 선배들이 휴일에 농성장을 찾았다. 일부 선배들은 박철에게 맞서 투쟁한 경험들을 들려줬다. 단호하게 점거를 유지하고 사회적 연대를 모아낸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해 점거 농성 참가자들이 많은 용기를 얻었다.

박 전 총장의 악행을 고발해 왔던 대학노조는 학내에 “박철의 명예교수 임명을 결사 반대한다”, “법인 이사회는 교비 횡령주범 박철을 즉시 징계하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또한 굳건하게 공장을 사수하고 있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을 비롯해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 전교조 교사들도 학생들의 농성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한 건설 노동자는 반드시 승리하라며 농성장에 피자와 콜라를 보내 줬고, 학생들은 건설플랜트 노조 파업을 비롯한 건설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메시지가 담긴 영상으로 화답했다.

단호하게

학교 당국은 학생들이 점거에 돌입하자 그간 미뤄오던 면담을 진행하자고 나왔다. 김인철 총장은 출장도 미뤘다.

하지만 박 전 총장이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은데다, 그의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 계승자인 김인철 총장도 이 정도의 투쟁으로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김인철 총장은 “박 전 총장이 1천만 원 벌금형에 대한 항소를 진행 중이니 우선 명예교수에 앉히고, 판결이 나오면 그 이후에 재논의하면 되지 않냐”며 임용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총장의 악행이 명백한 상황에서 일단 명예교수에 임명하자는 것 자체가 학생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학교의 실질적 권력자인 전·현직 총장에 맞서 승리하려면 점거 투쟁을 유지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투쟁의 정당성(왜 외대 학생들이 박철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용을 반대하는지 등)을 알리며, 기층 학생들의 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지금 점거 농성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열의로 점거를 유지하고 있다. 기층 학생들을 조직하기 위한 캠페인도 속도가 붙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점거 초기 2~3일간 중앙운영위원회 안에서 동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점거 지속을 망설이고 동요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루라도 빨리 재학생 대상 홍보를 조직하는 것이 승리를 앞당기는 데 훨씬 필요한 일이었다. 연휴가 포함된 방학 기간에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70~80명이 농성에 참가하고 있으니 출발로서는 동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비교적 소수일지라도 흔들림 없이 농성을 이어가면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점거 농성을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8월 18일에 예정된 총장과의 면담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중앙운영위원회가 우리의 정의로운 요구를 일관되고 단호하게 요구하길 바란다. 학교가 양보하지 않는다면 점거를 유지하면서 기자회견, 집중 집회, 문화제 등 행동을 더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