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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내 ‘메갈리아 논란’:
핵심 문제는 부당해고 항의 논평을 철회한 것

넥슨의 성우 해고에 항의해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가 7월 20일 발표한 논평을 당 지도부(상무위원회)가 7월 25일 철회한 뒤로 정의당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 정의당 지도부는 “문화예술위원회 논평 및 메갈리아 사태를 사유로” 탈당한 당원이 8월 25일 현재 5백48명이라고 밝혔다.(탈당은 문예위 논평에 반발한 측과 지도부의 논평 철회에 반발한 측 양쪽 모두에서 일어났다.)

정의당 지도부는 젠더TF를 구성해 당내 갈등을 수습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8월 26~29일에는 젠더TF 위원 대다수(7명 중 5명)가 지도부에 항의하며 사퇴했다.

젠더TF는 정의당 지도부가 젠더 문제와 관련된 당내 이견을 좁히고 통일된 의견을 수립하겠다며 만든 기구이다. 원래는 8월 말에 젠더TF가 주관하는 공개 토론회를 열 예정이었다.

사임한 위원들은 상무위가 8월 25일에 젠더TF와 상의 없이 관련 성명(‘최근 당내 현안과 관련한 상무위원회 논의결과’, 이하 상무위 성명)을 발표한 것에 크게 반발했다. 당내 이견을 좁히기 위한 토론을 젠더TF 주도로 하자고 해 놓고 상무위가 입장을 발표해 젠더TF를 사실상 무시했다는 것이다.

몇몇 위원들은 상무위 성명 내용에도 반발했다. 가장 선명하게 반대한 위원들은 류은숙 여성위원장과 박지아 성평등강사단장이었다. 그들은 상무위 성명이 “극단적 미러링을 운운하며 여성운동을 갈라치고, 여성운동을 부정”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상무위 성명은 메갈리아의 “극단적 방식의 미러링과 무분별한 혐오에 대해서는 지지할 수 없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밝힌 뒤, “메갈리아 현상이 출현하게 된 사회적 맥락과 배경에 주목”하며 “혐오와 차별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썼다.

진정한 쟁점

문예위 논평 발표와 철회 이후 정의당 안에서는 메갈리아에 대한 태도 문제가 핵심 쟁점인 것처럼 돼, 논쟁이 그것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정의당이 메갈리아 친화적 정당으로 비치면 안 된다는 당 일각의 반발을 사실상 수용해 정의당 지도부가 문예위 논평을 철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메갈리아에 대한 태도 문제는 토론할 만한 쟁점이다. 그러나 정의당 지도부의 문예위 논평 철회의 본질적 문제는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논평을 철회했다는 것이다.

넥슨에서 해고된 성우는 페미니즘을 표방한 티셔츠를 사 입고 ‘메갈리아 4’를 후원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했다. 즉, 넥슨이 자행한 해고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한 완전히 부당한 해고였다. 메갈리아에 아무리 비판적이더라도, 메갈리아(나 그 분파들)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부당한 처우를 옹호하거나 묵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정당이라면 견해와 사상에 따른 차별에 단호하게 반대해야 마땅하다.그러므로 넥슨의 부당해고에 항의한 문예위 논평을 철회한 정의당 지도부의 결정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정의당 지도부는, “정의당은 여성주의 정당”(8월 29일 심상정 상임대표 상무위 모두 발언)이라며 진정한 문제를 회피하기보다는, 문예위의 부당해고 항의 논평을 철회한 것이 온당치 않은 결정이었음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종합

메갈리아에 대한 주장들은 흔히 편향된 경향이 있다. 즉, 메갈리아 주장의 형식만을 보며 메갈리아를 ‘일베’ 같은 반동적 집단으로만 취급하거나, 메갈리아가 성차별에 반발한다는 점에만 주목하며 그 약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메갈리아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비판적 지지다. 메갈리아는 분명 성차별에 반대하는 페미니즘의 일부이다. 메갈리아는 남성잡지 《맥심》의 성범죄 미화 표지 전량 회수와 몰카 범죄 항의 같은 몇몇 쟁점에서 긍정적 구실을 했다. 사회에 퍼져 있는 여성 비하와 멸시, 여성 신체의 대상화, 여성 대상 범죄 등에 반발한다는 진정한 취지를 무시한 채 메갈리아를 ‘남성 혐오’ 집단으로 취급하는 것은 메갈리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아니다. 거의 모든 쟁점에서 반동적인 일베와 달리, 메갈리아는 성차별 쟁점이 아닌 다른 정치적 쟁점에서는 상당히 이질적일 뿐 아니라 진보 성향의 지지자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상의 느슨한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인 메갈리아를 파시스트 집단에 비유하는 것도 파시즘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 주는 것일 뿐이다.

물론 메갈리아는 남성을 모두 적으로 여기는 분리주의 성향이 매우 강해, 심지어는 성차별에 진지하게 반대하는 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메갈리아의 ‘미러링’ 방식은 성차별에 맞서는 데 효과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쉽다. 모든 남성을 적대시하며 욕설하고 조롱하는 방식은 후진적 남성을 설득하기보다는 소모적 논쟁을 부르기 일쑤다. 메갈리아 사이트에서 상당수가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글을 올려 메갈리아가 결국 분열했음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메갈리아의 극단적으로 분리주의적인 페미니즘은 성차별이 어디서 비롯했고, 왜 유지되는지를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관계와 분리시켜 이해하다 보니 성차별을 끝장낼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기 어렵다.

메갈리아에 대해 지나치게 불비례적인 비판과 무비판적 지지가 아니라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봐야 건설적인 토론과 논쟁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