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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사드 반대 촛불:
새누리당 세력의 재 뿌리기에도 반대 운동이 계속되다

최근 김천의 사드 배치 반대 운동에 큰 변화가 있었다. 새누리당 세력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배신하면서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중단시키려 했다. 그러나 김천 사드 반대 활동가들이 새로 조직을 꾸려서 운동의 새로운 구심을 형성했다. 촛불 집회도 매우 규모 있게 진행하고 있다.

새누리당 세력이 주도하던 투쟁위원회에서 수석 공동위원장(새누리당 김천 시의회 부의장)이 사퇴했고, 급기야 9월 10일에는 투쟁위원회가 촛불 집회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투쟁위원회가 제 기능을 멈춘 것이다. 보수 언론들은 앞다퉈 김천의 사드 반대 운동이 사그라질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9월 10일 촛불집회에서 투쟁위원회가 ‘집회 중단’을 공식 발표했을 때 이미 곳곳에서 항의가 터져 나왔다.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투쟁위원회의 '집회 중단' 선언에도 9월 12일 김천 시민들이 김천역 사드 배치 반대 촛불에 모였다 ⓒ현지취재팀

투쟁위원회는 새누리당 세력이 다수였지만, 촛불 집회 참가자들의 의사와 정서는 그들과 달랐다. 그래서 8월 24일 투쟁위원회가 연단에 세운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철우가 항의와 물병 세례를 받으며 쫓겨나기도 했다. 그리고 집회 참가자들의 열기 때문에 투쟁위원회는 매일 촛불 집회를 개최해야 했다.

수석 공동위원장은 ‘예정대로 성주 성산포대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곧 고수해 왔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김천도 성주도,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를 배치할 수 없다’는 입장에 지지를 보냈다.

김천 민단협(민주시민·단체협의회) 활동가에 따르면, 지난주 투쟁위원회가 김천에 인접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이 아닌 다른 곳에 사드를 배치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려고 시도했으나 좌절됐다. 목요일에는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앞에서 ‘이곳만은 사드를 배치해선 안 된다’는 기조로 집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이 소식을 들은 시민 2백여 명이 달려가 항의해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로 변경됐다고 한다.

수석 공동위원장은 “[운동 내] 좌익 사상을 가진 불순 세력” 운운해 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며 재를 뿌리는 파렴치함을 보였다.

새누리당 세력의 배신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지만, 북한 5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가 사드 배치에 박차를 가하며 “불순세력 감시”를 언급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9월 12일 성주에서도 새누리당과 연계된 지역 유지들이 주도해 투쟁위원회 해체를 “날치기”로 결정했다.(그러나 성주 군민들은 이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투쟁위를 재구성해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지속하기로 했다.)

지역민들의 사드 배치 항의 분위기에 편승했다가 재 뿌리며 배신한 이들은 앞으로 사드 반대 운동에 절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김천역 앞에 걸린 현수막들 김천시의정회의 현수막과 다른 현수막들이 매우 대조적이다. ⓒ현지취재팀

대책위가 항의를 주도하다

새누리당 세력이 고추가루를 뿌리며 투쟁위원회 기능을 중단시켰지만, 항의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투쟁위원회가 집회 중단을 선언하기 하루 전인 9월 9일에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발족했다. 한 활동가는 성주 투쟁을 보면서 새누리당의 배신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미리부터 준비했고, 지난주 새누리당 세력의 기류를 보면서 9월 9일 발족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현명하고 적절한 대처였다. 그리고 대책위는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기조로 합의했다고 한다.

대책위는 지금 김천 사드 반대 투쟁의 초점 구실을 하고 있다. 9월 10일 투쟁위원회가 집회 중단을 선언했지만 바로 다음 날이 일요일임에도 2천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고, 기자가 찾은 12일 월요일 저녁에도 1천여 명이 참가한 촛불 집회가 열렸다.

대책위는 앞으로 매일 촛불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고, 심지어 추석 연휴 기간에도 촛불 집회를 지속하기로 했다. 고향을 찾은 사람들을 향한 귀향 홍보전도 계획하고 있다.

롯데스카이힐이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선정될 공산이 큰 상황에서, 김천에서 계속되는 항의는 부지 선정 발표 이후에 벌어질 항의 행동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자체 조직화

대책위가 주최한 집회는 투쟁위원회 주최 집회와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우선, 참가자들의 자체 조직화를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주최 측은 투쟁 기금을 스스로 마련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일요일 저녁 2천여 명이 모인 집회에서 5백50만 원이 모금됐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집회 조직을 위한 자원 봉사자 모집 부스를 마련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호소했다. 새누리당과 관변 단체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운동을 조직하기 위한 필수적 활동일 것이다.

집회에는 김천혁신도시에 사는 젊은 부부들이 참가자의 다수를 이뤘는데, 이들이 집회에 참가하기 용이하도록 아예 대책위 차원에서 전세버스를 마련해 집회 참가자들을 실어 나르고, 무엇보다 놀이방을 설치해 젊은 부부들이 맘 편히 집회에 참가할 수 있게 한 대책위의 배려와 조직은 매우 훌륭했다.

김천혁신도시의 젊은 엄마들이 자체 율동패를 만들어 집회 중간중간에 흥을 돋우는 것도 변화한 모습이다.

노동조합

노동조합의 지원도 눈에 띄었다. 대책위 사무국장이 12일 집회 연단에서 활동 보고를 했는데, 김천혁신도시에 있는 공사노조 11곳과 지원을 협의하고 있고 한국전력기술공사노조가 기금·스티커·현수막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이때 집회 참가자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사무국장은 혁신도시에서 온 참가자들 중에 조합원들이 많을 텐데, 자신의 노동조합에 대책위 지원을 부탁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집회에 노동조합 소속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조합원들이 꽤 참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집회 음향은 금속노조 한국오웬스코닝지회가 지원했는데, 이를 보고했을 때도 참가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김천 철도노조도 집회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집회 장소인 김천역 주변에는 다양한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김천 지역 화물연대, 전교조, 보건노조, 금속노조, 철도노조 등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대책위 한 활동가는 노조와의 협의는 투쟁위 시절에는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했다. 조직력이 있는 노동조합의 참가는 운동의 저변과 기반을 더욱 두텁게 할 것이다.

김천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투쟁을 전국적 항의와 저항으로 연결시켜야 할 것이다.

김천 대책위 한 활동가는 연대를 호소하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천과 성주는 저희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이미 전국 60곳에서 촛불 집회가 열렸습니다.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김천, 성주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투쟁을 알려 주시고, 사드의 문제점을 널리 알려 전국적 투쟁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김천역 앞에 걸린 사드 반대 현수막들 . ⓒ현지취재팀
김천역 앞에 걸린 사드 반대 현수막들. ⓒ현지취재팀
김천역 앞에 걸린 사드 반대 현수막들. ⓒ현지취재팀
김천역 앞에 걸린 사드 반대 현수막들. ⓒ현지취재팀
김천역 앞에 걸린 사드 반대 현수막들. ⓒ현지취재팀
9월 12일 김천역 앞 사드 반대 촛불. ⓒ현지취재팀
사드 반대 촛불 현장에는 자원 봉사자 모집을 위한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현지취재팀
아이가 있는 시민도 안심하고 촛불에 올 수 있도록 놀이방을 운영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현지취재팀
9월 12일 김천역 앞 사드 반대 촛불 . ⓒ현지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