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9·23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기업은행 사측이 파업 불참을 압박하며 직원들을 퇴근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9월 22일 기업은행 사측은 파업 참가자 명단을 지점 내 조합원 수의 절반 이하로 내도록 강요하고, 그렇게 참가자를 줄여서 명단을 낼 때까지 퇴근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지부의 파업 참가 예정 규모는 전 조합원의 90퍼센트 규모였다고 한다. 이를 절반으로 줄이라고 한 것이니, 퇴근을 막으며 파업 불참을 강요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인 것이다.

금융노조와 기업은행지부는 오후 8시 기준으로 이같은 불법 파업방해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된 곳이 기업은행 불광동지점, 종로지점, 중곡동지점, 중곡중앙지점, 서소문지점, 동대문지점, 목동PB센터, 반포지점, 강남구청역지점, 일산덕이지점 등이라고 밝혔다. 아마 그밖에도 상당수 영업점들이 비슷한 상황이었던 듯하다.

이런 악랄한 탄압은 기업은행장 권선주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노조의 격렬한 항의로 오후 11시경부터 퇴근은 이뤄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 관계자는 “전 영업점에서 동시다발로 똑같은 퇴근 저지 감금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기업은행 경영진들의 총파업 파괴 공모가 있지 않았던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다른 시중은행들에서도 부당노동행위가 광범하게 벌어졌다. 신한은행의 한 임원은 조합원들에게 ‘단 한 명도 파업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은행들 대부분에서 지점장급 관리자들이 조합원들을 일대일 면담하며 파업 불참을 압박했다고 한다.

합법 파업에 대한 이런 ‘대놓고 불법’인 황당한 탄압은 정권 차원의 공공·금융 파업 엄정 대처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9월 20일 노동부장관 이기권, 21일 금융위원장 임종룡이 파업을 비난했고, 22일에는 박근혜가 직접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산별 교섭 거부 때도 그랬듯이, 정권의 이런 강경 자세가 대부분이 금융권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뒷배경이 됐을 것이다.

22일 박근혜는 어이없게도 ‘기득권 파업은 국민의 공감을 못 얻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력형 측근 비리가 줄줄이 터져 나오고 그중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관련 불법 자금 조성 의혹은 박근혜 본인의 퇴임 후 거취와 관계 있다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그런 비리들을 감싸고 파묻기 바쁜 박근혜가 노동자들을 비난할 자격이나 있나?

대부분 정권에게 잘 보여 된 낙하산들인데다가, 금융·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직원들이나 쥐어짜는 경영으로 연봉을 4~5억 원씩 받는 금융권 경영자들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권을 침해하는 것은 완전히 적반하장이다.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은행 노동자들은 1년에 OECD 평균보다 8백여 시간을 더 일한다. 순전히 일 때문에 1년을 16개월, 17개월로 사는 셈이다. 가히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이다.

반면,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당일 엄연한 업무시간인 대낮에 7시간을 사라져 놓고도 이를 문제삼지 말라며 무책임의 극치를 선보인 바 있다. 이런 업무태만자 정권이 파김치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에게 감히 ‘기득권’, ‘국민의 공감’ 따위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이런 정권이 사용자들을 앞세워 정당한 파업권을 위협하고 퇴근까지 가로막는 탄압을 사주한 것은 범죄 행위다.

(투쟁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측이 개별 조합원들을 압박할수록 노조의 강력한 대응이 중요하다. 예상된 이런 탄압에 굴하지 말고 금융노조와 각 지부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사측과 싸우며 조합원들을 파업 집회장으로 조직해야 한다.

금융 파업이 물꼬를 잘 터서 공공·금융 파업이 기세를 올리면 박근혜와 사용자들의 오만함에 반격을 가할 수 있다. 성과연봉제 등 박근혜의 노동개악 저지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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